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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투적 이야기 속에서의 수채화의 농염함 치코와 리타
novio21 2012-03-03 오후 10:10:18 363   [0]

  ‘치코와 리타’라는 이 영화는 멋진 포스터의 젊은 남녀와 대비되는 어떤 노인의 일상 모습에서 시작한다. 아마도 이 장면을 보면서 과거의 어떤 사랑이 있었고 또한 이뤄지지 않았음을 짐작하게 한다. 그리고 그 사랑의 변동 속엔 많은 시간이 흘렀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어쩌면 많은 문학이나 영화와 같은 서사 예술에서 자주 접했음직한 스토리가 담겨 있음을 관객들은 짐작할 수 있었을 것이다. 다소 고전적이고 상투적인 스토리가 있을 것임을 모두가 알고 있을 것이다.
  이런 상투적인 스토리에 대한 예상은 사실 맞았다. 하지만 그런 상투적 특성이 묘하게 사람을 울리는 힘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영화는 어떤 노인의 애상적인 과거의 사랑이야기를 통해 관객들을 과거의 먼 시간 속으로 끌고 간다. 그 때의 참 아름답고 순수했던 그 순간으로 말이다.
  쿠바, 음악의 도시다. 흥겨운 재즈의 선율 속에서 젊은 작곡가 치코와 아름다운 목소리를 갖고 있는 멋진 가수 리타는 환상적인 만남과 사랑을 시작한다. 하지만 시작만 좋았다. 그 둘이 앞으로 마주해야 할 인생은 거대한 역사란 대상이다. 언제나 그렇듯 역사는 거칠며, 종종 한 개인으로서는 어쩔 수 없을 만큼 무서운 괴력을 발휘하곤 한다. 여기에 사랑하지만 복잡한 인간사와 성공을 위한 집념 등은 그들 사랑의 우아한 결말을 훼방 놓는다. 영화의 스토리가 감동을 주기 위해서 그들의 사랑 과정을 복잡하게 얽히고 설키게 한 측면도 있지만 사실 사랑의 아름다운 결실은 현실에서도 그리 쉽지 않음은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 것이다. 첫사랑의 추억은 언제나 아련한 그 때로 남아있는 것이다.
  오해는 물론 성공을 위한 집념은 쿠바에서의 평이한 인생으로부터 치코와 리타를 벗어나게 한다. 하지만 그 둘은 함께가 아니었다. 쿠바에서 함께 했던 그 둘이었지만 성공의 이상향인 미국으로 갈 때, 그들은 각자 가게 된 것이다. 각자의 인생을 걷도록 한 인생의 잔인함이 그 위력을 보여주는 속에서 그들은 전세계의 음악 공연장이 된 미국에서 그 둘 사이에 존재하게 된 너무 큰 차이를 실감하게 된다. 시작은 같은 곳이었지만 그 이후의 과정에서 큰 차이로 벌어질 때, 마치 빈부격차에 의한 잔인한 인간관계를 보여주듯 서로 엇갈리기만 할 뿐이다. 또한 서로에게 잊기 힘든 잔인한 고통을 주고받지만 그래도 그들의 만남이 결코 헛된 것은 아닌 듯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과정은 그나마 영화의 마지막 해피 엔딩을 예약하게 된다. 그러나 여기서 끝난다면 영화의 매력은 결코 확장되지 못했을 것이다. 다시 한 번 쿠바와 미국의 반목이라는 큰 역사적 전환이 기다리고 있었으며, 그 둘은 이제 진정한 시험대에 들게 된다.
  오직 믿음이란 모호한 가치관에 인생을 거는 것, 지금을 사는 현대인들에겐 굉장한 모험으로 생각된다. 어떤 점에선 믿을 수 없는 대상이 되고만 사랑과 믿음, 이 영화는 어쩌면 동화책에서나 설득력을 갖게 된 그런 것으로 영화의 힘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그 힘이 오늘날에도 계속 유지되길 바라는 모든 이들조차 사랑과 믿음에 의구심을 품고 있는 요즘, 영화는 환상적인 그림으로 채색된 아름다운 화면 속에서 작으나마 끊임없이 지속되고 있는 사랑과 믿음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아마도 동화라고 치부할 수 있지만 그래도 그 동화에 계속 끌리게 된다.
  이런 아련한 믿음을 지탱해주는 스토리를 형상화하는 애니매이션의 매력은 결코 서사에만 있지 않다. 재즈의 모든 진미를 들려주듯, 라틴재즈에서부터 현대재즈까지 풍성한 음악적 향연을 제공한다. 거기에 그림 자체만으로도 뛰어난 작품으로 기억될 수채화와 같은 근대미술의 진미 역시 함께 보여준다. 왜 제7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2011)가 이 작품에 대상을 줬는지 충분히 이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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