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억에 남는 멜로 영화를 만나본 적이 있나요?
음~ 한참을 생각해봐도(인상 깊은 영화라면 0.5초 만에 튀어나왔겠죠.) 마땅한 영화가 없습니다.
아, 작년 <만추, 2011>(무려 3분 만에 떠올랐습니다) 정도가 멜로 영화의 체면을 세워줬지만
최근 마음을 울리는 멜로가 가뭄이긴 했죠?
올해는 봄의 시작과 함께 멜로 바람이 불 조짐입니다.
할리우드 발 멜로 영화 <서약>이 화이트데이 무렵 한반도에 상륙한다는 예보인 것인데요.
미국에서는 2012년 최초 ‘박스오피스 1억불 돌파’를 달성하며 훈풍을 일으킨
<서약>이 대한민국에서도 그 세력을 이어갈 수 있을까요?
기억을 잃은 아내, 그 여자 이야기
사랑을다시시작하는남편, 그 남자 이야기
내용줄거리는 따로요기요;;(스포약간?)
진부한 설정, 실화라서 괜찮아?
순애보 러브스토리와 기억상실. <서약>의 스토리는 다소 진부해보일 수 있습니다.
그것도 남편에 대한 기억만 사라지다니 억지 설정이나 다름 없지요.
그런데 이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서약>의 실제 주인공과 배우들. 해피엔딩이 예상되는 미소입니다.
실제 주인공은 뉴멕시코에 사는 킴 카펜터와 아내 크리킷 카펜터 부부로,
크리킷은 교통사고로 남편에 대한 기억만을 잃어버렸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들은 기억의 공백을 넘어 서로의 사랑을 되찾는 데 성공하여
지금까지 18년째 행복한 결혼 생활을 이어가고 있지요.
아내의 기억은 끝내 돌아오지 않은 채로 말이죠.
‘실화’라는 단서는 믿을 수 없는 스토리에도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감동하지 않으면 예의가 아닐 것 같은 의무감도 들고 말이죠.
그렇다고 실화라는 안전장치에만 의존해선 안 되겠죠.
호기심을 자극하는 설정만이 아닌 사랑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담겨 있는지,
그 진정성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표현했는지가 영화의 포인트가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기억상실, 운명을 실험하는 것일까? 자극적이긴 해도 ‘기억상실’과 ‘사랑’의 조합은 꽤 매력적인 소재이지요.
사랑은 감정과 추억이 켜켜이 쌓여 이루어지는 것이거늘 그 기억이 몽땅 사라진다면
사랑의 의미도 찾기 힘든 법이니까요.
기억을 지워도 다시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인연, 여기 있습니다.
‘기억’과 ‘사랑’을 말함에 있어 1순위로 꼽히는 영화(0.5초 만에 바로 떠오르는)는
단연 <이터널 선샤인, 2004>일 것입니다.
선택적으로 기억을 지워주는 회사와 실연의 아픔에서 벗어나기 위해
헤어진 연인과의 기억을 지우는 사람들.
이 기발한 설정이 현실과 기억을 오가며 미셸 공드리 감독 특유의 몽환적 감각으로 그려지고 있지요.
무엇보다 기억을 지운 후에도 다시금 같은 상대와 사랑에 빠지는 과정이 흥미진진한데요.
이는 낭만적이기도 하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반복되는 괴로움이라는 사실이 의미심장합니다.
<이터널 선샤인>처럼 아무리 지우려 해도 결코 지울 수 없는 운명적 끌림의 상대는 있는 걸까요?
그렇다면 <서약>의 페이지도 그렇게 다시 사랑에 빠지는 것일까요?
운명이 아니라 믿음과 노력이 진리!
하지만 <서약>은 기억상실을 소재로 한 로맨틱 코미디
<첫 키스만 50번째, 2004>에 더욱 가까울 것 같은 예감입니다.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단기 기억상실증을 앓고 있는 여자와
그녀의 완벽한 연인이 되기 위해 매일매일 새로운 첫 데이트를 준비하는 남자.
지치지 않고 첫 데이트만 반복하는 남자, 이것이 정말 순애보죠.
여자의 기억상실 때문에 사랑의 유통기한이 단 하루뿐이지만
그 사랑을 위해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는 남자의 노력이 <서약>과 통하는 지점입니다.
주어진 운명이 아니라 ‘믿음’과 ‘노력’을 통해 스스로 운명적 사랑을 만들어가는 것이지요.
부부 사이의 기억상실, 낭만보다는 현실
‘기억상실’하면 우리 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도 빼 놓을 수 없지요.
서로에게 푹 빠져있는 사랑스러운 부부에게 불현듯 닥친 아내의 알츠하이머.
연인이 아닌 함께 사는 부부가 ‘기억상실’을 받아들이는 방법은 낭만적이기보다는
현실적인 면이 더욱 많을 것입니다.
가족들과의 관계도 얽혀있고 말이죠.
부부 사이에 끼어든 기억상실은 좀 더 현실적인 문제를 고민합니다.
<내 머리 속의 지우개>와 <서약>은 이 지점에서 다시 한번 통합니다.
마냥 감정에 호소하는 멜로가 아니라 ‘부부’라는 설정을 바탕으로 현실감을 갖는 것이지요.
따라서 <서약>은 죽음으로 마무리되는 <내 머리 속의 지우개>보다
눈물샘 자극 요소는 적을지 몰라도 현실적 고뇌는 더 치열할 것으로 보입니다.
멜로 영화, 눈이 즐거워야 영화도 즐겁다
멜로 영화에 있어 주인공에 대한 호감도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죠.
그런 면에서 <서약>의 여주인공 레이첼 맥아담스는 이견이 없어 보입니다.
머리카락 색에 따라 이미지가 확확~, 사랑스러움은 여전하네요.
<퀸카에게 살아남는 법, 2004>을 시작으로 눈에 띄는 외모를 과시하더니
<서약>과 마찬가지로 실화를 바탕으로 한 멜로 영화 <노트북, 2004>에서는 평생을 받쳐
사랑하고 싶은 매혹적인 여인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죠.
이어 <시간 여행자의 아내, 2009>에서도 한 사람만을 기다리는 지고지순함을 연기하며
명실상부 할리우드의 멜로 퀸으로 자리매김했는데요.
레이첼 맥아담스라면 한 남자의 순애보가 절로 이해된다고 할까요.
거친 남자가 순정남이 될 때 더욱 매력적인 법이지요.
한 여자만을 바라보는 순정남은 <스텝 업> <지.아이.조> 시리즈에서
강인한 모습으로 등장한 채팅 테이텀이 맡았습니다.
다소 반항적이고 남성적 역할을 선보였던 그가 <서약>의 순정남을 통해
어떤 반전을 선사할까요?
일단 착해 보이는 가르마부터가 색달라 보입니다ㅎㅎ
서약,달달한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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