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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뚝 떨어진 것 같은 코미디.. 러브픽션
ldk209 2012-03-08 오후 1:56:16 584   [1]

 

어디선가 뚝 떨어진 것 같은 코미디.. ★★★☆

 

두 번째 소설을 쓰기 위해 골머리를 앓던 구주월(하정우)은 출판사를 하는 선배 곽사장(조희봉)과 함께 베를린에 갔다가 자신이 이상형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은 희진(공효진)을 만나게 된다. 평소 사랑을 못해 소설을 쓰지 못한다는 구박을 듣고 있던 구주월은 알래스카 출신의 희진에게 접근하고 둘은 사랑에 빠진다. 꿈같고 모든 게 행복한 연애가 시작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연애는 꿈이 아니라 현실이 된다. 별 문제 아닌 것 같던 사소한 것들이 오해로 쌓이고 희진에 대한 불신이 조금씩 자리잡게 된다.

 

가끔 한국영화엔 어디선가 뚝 떨어진 것 같은 골 때리는 코미디 영화가 등장하곤 한다. <지구를 지켜라> <미쓰 홍당무>가 그렇고 신정원 감독의 영화들도 그러하다. 같은 의미에서 <러브픽션>도 여기에 포함될 작품이다. 기존 한국영화의 흐름에 비켜 있는 듯한 이 영화들의 가장 큰 특징은 관객의 반응이 극단으로 갈린다는 점이다. 사실 울리려고 작정한 영화들, 아니 그런 장면들은 영화가 좀 후져도 사람들의 눈에서 눈물을 뽑아낸다. 비극에 대한 반응은 동서양이나 개인의 취향에 크게 엇나가지 않으니깐. 그런데 코미디 영화는 다르다. 이건 취향에 따라 반응이 다양하다. 따라서 이 영화에 대한 반응도 비슷하리라 예상했는데, 좀 의외로 전반적으로 웃기다는 반응이다. 아마도 이건 전적으로 하정우 때문일 것이라 감히 단정지어본다.

 

아무튼, 이 영화에서 그리는 연애의 흐름은 사랑에 빠졌다가 이별을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해 마지않을 감정의 흐름을 보여주며, 특히 유달리 여자의 과거에 집착하는 한국 남성들에게 그러하다. ‘평생 너만을 사랑한다’ 이런 식의 고백이 얼마나 유치하고 말도 안 되는 얘기인지는 누구나 (객관적으로) 알지만 사랑에 빠진 초심자에겐 그건 곧 절대적인 진리로 다가온다. 그리고 사랑의 속도가 서로 다르다는 것도 이 영화가 보여주는 포인트다. 첫눈에 급격하게 사랑에 빠진 구주월과 서서히 빠져드는 희진. 희진의 사랑에 깊어질 즈음에 현실로 돌아오는 구주월. 이 미묘한 차이는 서로에게 불만의 씨앗으로 작용할 것이다. 왠지 나만 손해보는 느낌.

 

물론 <러브 픽션>의 최대 장점은 앞에서 말했다시피 코미디로서의 장점이다. 거의 스크루볼 코미디 장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쏟아지는 말들의 리듬과 코미디 감각이 좋고(데뷔작 <삼거리 극장>에서부터 확인할 수 있었듯이) 어떤 상황에서도 코미디 정신(!)을 놓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특히 좋았다. 대게 한국 코미디 영화들이 빠지는 함정이 ‘찡한 감동’을 주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게 없으면 한국 관객이 싫어한다는, 기피한다는 이상한 믿음이 감독에게 아니면 영화사에 그것도 아니면 투자자에게 있는 것 같다. 그래서 한국 코미디 영화들의 흐름은 비슷하다. 내내 흐름도 빠르고 웃기는 데 주력하다 중후반부터 속도도 느려지고 신파들이 눈물샘을 자극한다.

 

<러브 픽션>의 경우, 몇 차례 함정이 도사리고 있지만, 그 함정을 재치 있게 돌아 피해 나간다. 심지어 전혀 웃기지 않아야 할 것 같은 장례식 장면에서조차 코미디를 포기하지 않고 꿋꿋하게 기존 흐름을 이어 나간다. 나로선 이런 지점이 이 영화의 최대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약간 과해보이기도 하지만, 알래스카에서 자란 여성으로선 당연한 겨털을 가지고 희희낙락대는 장면들은 이 영화의 결정적 웃음 포인트다.

 

※ <러브 픽션>엔 전계수 감독의 장편 데뷔작 <삼거리 극장>에 출연했던 배우들이 여기저기 눈에 많이 띈다.

 

※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하정우의 내레이션이 깔리는 데, 대체로 좋지만, 가끔 리듬이 꼬여 귀에 거슬리는 경우가 있다. 차라리 전문 성우가 전지적 시점에서 진행하는 내레이션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우디 알렌 영화가 떠올랐다. 너무 비슷해지겠구나.

 

※ 성에 대한 진보적 관점도 만족할만하다. 희진은 구주월이 자신에게 가지고 있는 환상을 가차 없이 깨지만, 그게 진실인지 아니면 거짓인지 이 영화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그게 사실이면 좀 어때. 어쨌든 지금은 당신을 사랑하잖아’

 


(총 1명 참여)
cipul3049
완전 동감. 보는내내 저도 우디알렌 생각났어요.   
2012-05-04 09:4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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