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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이라는 이름의 <화차> 화차
bloom95 2012-03-20 오후 2:05:38 2476   [1]

 

욕망이라는 이름의 <화차>

 

 

누구보다도 평범한 삶을 살고싶었는데, 그 평범한 삶을 살면서 소소한 행복을 누리고 싶었는데,
화차의 여주인공 선영에게는 그 평범한 삶에서 오는 행복은 쟁취하지 않으면 결코 얻어질 수 없는 '욕망'이었다. 그녀는 '결혼'을 통해 지루할 정도로 평범한 인생을 살고 싶었을 것이다. 그 평범함 속에 사랑받고 행복을 느끼면서 보통사람들과 다르지 않게 살아가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에게 '평범한 일상', '평범한 행복'은 그녀의 아빠가 빚만 가득진 채로 행방불명이 되는 소녀시절부터 철저히 어긋나버린 무언가였다. 그렇기에 그녀는 '행복'이라는 인간 생존 욕망을 위해 누군가의 인생을 훔쳐야 했고, 공작나비가 애벌레에서 탈피하면서, 기는 인생에서 나는 인생으로 전환을 하듯이, 진해에서 서울로 올라오면서 완전히 다른 인간으로 변모해야 했다.


 

 


이름도 주민번호도 완전히 바꾸고, 가족도 친구도 지문도 없는, 철저히 고독한 여자가 되어야 했던 것이다. 끝까지 다른 여자로서의 삶으로 탈바꿈하고 싶어서 그녀는 거대한 사회에 여린 날개를 힘껏 편다. 공작나비가 자신의 날개무늬로 적에게 위협을 가하듯이. 하지만 그녀가 원하는만큼 날개는 튼튼하지 않았고, 그녀가 그녀 자신을 보호해주기를 원하는 날개의 무늬는 그다지 위협적이지 못했다.

그렇기에 그녀는 재산 개인파산이라는 전화 한통에 결혼인사를 드리러 가는 휴게소에서 증발(?)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방의 지문과 흔적을 다 없애면서 자취를 감춰야만 했던 그녀는 자신도 어찌할 바 모르는 욕망의 화차에 올라타 불 속으로 뛰어들 수밖에 없는 나비와 같은 존재이다. 아무리 문호가 사랑을 해줘도 평범한 행복을 약속을 해도 그녀는 자신의 존재를 숨겨왔기에 늘 두렵고 불안하다. 자신이 올라탄 화차는 멈추지 않고 극한으로 돌진하고 있으며, 그녀는 뛰어내릴 수도 없고 멈출 수도 없어서 그저 불속으로 뛰어드는 자신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


 

 


관객들은 그러한 그녀의 인생에 소름이 돋으면서도 한편으로 동정하게 된다. 타인의 삶을 훔치고자 저지른 그녀의 살인이 너무나 끔찍하고 용서할 수 없지만, 진탕한 피속에서 살고자 몸부림치는 그녀의 애처로운 눈빛과 몸짓에는 탄식과 안타까움이 교차한다.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가지 못하고 조폭에 매여 몸을 팔아야 하고 누구의 자식인지도 모르는 아이를 사산한 그녀에게 삶은 얼마나 불행하고 괴로운 것이었을까? 하지만 누군가의 인생을 훔쳐 새로 시작할 수 있다면! 그녀는 자신의 과거를 떨쳐버리기 위해 얼마나 값비싼 희생을 치렀는가?


 

 


미야베 미유키의 원작이 너무도 대단하기 때문에, 이를 영화화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한 부담이었을 것이다. 완벽한 플롯과 완벽한 심리묘사와 완벽한 미스터리를 영화로 재현해낸 시도 자체가 대단하다! 그것도 우리나라의 정서와 지명에 맞게 새로움을 더해 영화화해서 무척이나 반갑고 영화보는 재미도 더했다. 더구나 선영을 연기한 김민희 씨의 연기가 소설 속 주인공의 약간 어눌하면서도 내면에 불꽃을 간직한 캐릭터를 너무도 잘 살려내서 내심 놀랐다. 선영의 약혼자로 분한 이선균 씨도 약혼녀의 진상이 파헤쳐지면서 받은 충격과 그녀를 사랑하는 감정 사이에서 갈등하는 역할을 정말 현실적으로 공감가게 연기해 주었다. 또 조성하 씨야말로 이 영화에서는 없어서는 안될 중간자 역할을 하며 그들의 균형을 맞춰주는 역할로 최상이었다고 생각한다.
버려진 커피 씬, 진해의 풍광, 마지막 장면에서 엄청난 인상을 남겼던 철로 씬 등의 영상미 또한 잊혀지지 않을 여운을 남겼다.

 

 


행복을 위해 타인의 인생을 훔칠 수밖에 없었던 여자, 선영과 그 선영을 끝까지 사랑하고 믿고 싶었던 남자, 문호를 통해 내 자신의 평범한 일상으로부터 오는 행복이 무척이나 소소하고 비루할 지라도, 그 누군가에게는 간절히, 자기 자신을 불속으로 던지면서까지 갖고 싶은 '욕망'임을 철저히 다시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보고나오면서 더욱 나의 일상을, 나의 삶을, 소중히 여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 참으로 대단하다. 미스터리여서 무섭고 불안하면서도 계속 보게 만드는 걸로 모자라, 보고나면 내 행복을 소중히 여기게 만들고... 그 행복에너지가 떨어질 즈음, 다시 보고싶어지게 만들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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