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는 없다>로 장편 데뷔한 김형준 감독의 신작 <간기남>이 개봉했다. 영화의 주된 내용은 정직중인 형사가 서로 복귀하기 전까지 흥신소에서 간통자를 찾아주는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뜻하지 않게 살인사건에 말려든다는 것이다. 장르는 코믹하고 에로틱한 스릴러를 표방하고 있지만 실은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박희순의 영화’라 할 수 있겠다. 연극계의 틀을 벗어나 영화계에 입문하면서 ‘오지 전문배우’라는 별명을 가졌던 박희순은 여러 단역과 조연을 거치면서 이름을 알려왔는데, 최근에 그 꽃을 틔운 것이다. 연기파 주연배우로 자리매김하고 선택한 <간기남>은 그가 스스로 ‘나는 장르 영화도 잘해’ 혹은 ‘나 원톱으로도 잘 나가’라고 어필하기 위한 몸부림이자, 흥행배우로서 더욱 도약하기 위한 수로 보인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간기남>은 박희순을 띄워주는 영화로는 매우 적절하다. 하지만 영화 자체의 완성도로 본다면 상당한 문제가 있다. 그중에서도 과유불급으로 인해 영화가 스릴러를 품지 못했다는 점이 가장 아쉽다. 충무로 대표 감초인 김정태 외 신스틸러들이 3분마다 터트려주는 개그는 시종일관 웃기기는 하지만 이 영화가 단순히 코미디 영화인가 싶게 만든다. 과도한 노출도 문제다. (대역인지는 모르겠으나) 박시연 외 여성 연기자의 정사신은 확실히 기대 이상의 수위를 선사하지만 너무나 적나라하고 변태적인 장면이 많아 오히려 거부감과 성적 무감각을 유발한다. 여성의 신체 일부를 자주 클로즈업 하는 것도 이야기 진행의 집중력을 떨어뜨리고 스릴러 특유의 서스펜스를 거세한다. 주인공인 박희순이 줄기에 다가가지 못하고 계속 유혹에 빠져들다보니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 조연들이 쓸데없이 부각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그나마 인상적인 연기를 펼치며 무언가를 해줄 것 같았던 이광수는 일찌감치 사라지고, 주상욱은 일차원적인 후배형사 캐릭터가 되어버리며, 차수연은 남편을 스토킹하기에 이른다. 그렇게 스토킹해서 얻은 해답이 ‘같은 모텔방에 들어갔으나 삽입은 하지 않았으니 불륜이 아니다’라고 안도하는 꼴이라니 꺼림칙하기 그지없다. 어느새 (팜므 파탈의 꿈을 이루시고 쿨하게 떠난) 박시연은 사건과 함께 증발해버리고 에필로그에 풀지 못한 사정을 풀어내려 하지만 관객들은 자리를 뜨려고 준비하기 바쁘다. 어쨌든 가족을 지키고 사장님으로 등극하면서 (그래봤자 흥신소 주인이지만) 잘 빠진 옷을 입고 끝을 맺어주는 박희순을 보고 있으면 ‘이만하면 됐지’ 싶기도 하다. 스릴러를 고집하지 않고, 다소 자극적인 장면에도 면역이 있는 관객이라면 재밌게 볼 수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배틀쉽>의 뒤를 이어서 <건축학개론>을 누르고 2위 전략을 고수할 수 있다면 괜찮은 흥행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향후 박희순의 행보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