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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란 선과 악의 문제가 아니라 시비의 문제... 킹 메이커
ldk209 2012-04-25 오후 3:32:17 890   [0]

 

정치란 선과 악의 문제가 아니라 시비의 문제... ★★★☆

 

민주당의 유력 대권후보 마이크 모리스(조지 클루니)의 공보담당관인 젊은 정치신인이자 이상주의자 스티븐 메이어(라이언 고슬링). 그는 어느 날 민주당 대권경쟁상대 선거참모인 톰 더피(폴 지아매티)로부터 영입제안을 받고 단칼에 거부하지만, 스티븐의 상관 폴 자라(필립 세이무어 호프만)는 둘의 만남 그 자체로 곤경에 처하게 된다. 한편, 선거캠프에서 일을 하는 인턴 몰리(에반 레이첼 우드)와 하룻밤을 보내게 된 스티븐은 새벽에 몰리 핸드폰으로 걸려온 전화로 인해 마이크의 부정을 알게 된다. 마이크를 추종하던 스티븐은 이를 덮기 위해 동분서주하지만, 오히려 마이크와 폴은 자신을 캠프에서 내쫓으려 한다. 스티븐은 자신의 경력을 이어가기 위해 모종의 결단을 내린다.

 

영화의 원제인 <The Ides of March>는 기원전 44년 3월 15일, 로마의 권력자 시저가 심복 브루투스의 칼에 맞고 ‘브루투스, 너 마저’를 중얼거리며 죽은 날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그러니깐 이 영화는 배신에 대한 영화인 것이고, 조지 클루니가 보기에 정치는 배신 그 자체가 원동력으로 돌아가는 세계인 것이다.

 

이러한 의미를 가진 제목처럼 영화에선 시종일관 정치의 막후에서 벌어지는 지저분한 거래와 배신의 과정이 진중하면서도 날카롭게 묘사된다. 폴은 무엇보다 의리를 중요하게 여기지만, 자신의 부하직원인 스티븐을 제거하기 위해 그와 톰의 만남을 언론에 제보하는 술수를 부리고, 톰은 상대진영의 유능한 공보관인 스티븐을 제거하기 위해 받아들여도 그만, 안 받아들여도 그만인 영입 제안을 툭 던져 놓는다. 친구 또는 공동의 정치적 목적을 추구하는 동지적 관계로 보였던 기자 아이다(마리사 토페이)는 중요한 정보를 확보하고는 스티븐을 협박하고, 스티븐의 우상이었던 마이크는 끝까지 자신의 부정을 인정하길 거부하며 스티븐에게 흠집을 내기 위해 반격을 가한다. 심지어 스티븐의 부하 직원조차 스티븐이 해고되자 자신이 공보관이 되었다며 희희낙락한다.

 

바로 이게 조금의 온정도, 배려도 허용되지 않는 비정한 정치의 세계인 것이다. 그곳에 이상주의자 스티븐의 설자리는 없었던 것이며, 그가 계속 정치세계에 머무르고자 한다면, 자신 역시 비정한 세계에 발을 디뎌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두고 ‘성장’이라고 말한다. 스티븐을 애송이 취급하던 마이크는 얼굴표정 한 번 바꾸지 않고 자신을 협박하는 스티븐을 보며, 비로소 그를 자신의 킹메이커로 인정하고, 스티븐의 제안을 전격 수용한다.

 

실제로 미국 대통령후보 선거캠프의 홍보담당관으로 일을 했던 보 윌먼의 원작을 영화로 옮긴 만큼 영화가 묘사하는 세계는 매우 치밀하고 세밀하다. 물론, 이러한 얘기는 결코 신선하지도 대단하지도 않은 얘기다. 이런 식의 이야기는 굳이 선거캠프에서 일을 해보지 않았더라도 매일 같이 실리는 정치에 관한 기사만으로도 충분히 써내려갈 수 있다. 그러나 영화 <킹 메이커>의 최대 장점은 이야기 자체의 힘보다는 배우들의 빛나는 열연에서 발생한다. 조지 클루니, 라이언 고슬링,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 폴 지아매티, 마리사 토페이, 그리고 에반 레이첼 우드까지 언제나 제몫을 하는 배우들의 연기는 정치가 비정한 배신의 세계임을 관객에게 설득력 있게 제시해 주며, 특히 괴물이 되어버린 라이언 고슬리의 마지막 허한 눈빛은 애잔할 정도로 슬프다.

 

※ 그 동안 맡은 역할 때문이겠지만, 에반 레이첼 우드의 반짝 반짝 빛이 나는 아름다운엔 묘하게 비극적인 느낌이 묻어난다.

 

※ 요즘 유행하는 멘탈 붕괴의 줄임말 멘붕. 아마 마이크의 부정을 알게 된 스티븐의 심리가 멘붕이었을 것이다. 자기 편(?)에 대한 과도한 믿음은 수시로 멘붕을 초래한다. 이는 주로 현실 세계의 정치란 시비의 문제인 데 이를 선악의 문제로 대치시켜 놓기 때문에 발생한다. 적은 생각보다 악하지 않고 우리 편은 생각보다 선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 바로 우리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덕목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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