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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돈의 하인이다... 돈의 맛
ldk209 2012-05-25 오후 3:29:48 9652   [2]

 

우리는 모두 돈의 하인이다... ★★★☆

 

거의 모든 임상수 영화에 등장하는 주영작(김강우)이 <돈의 맛>에선 대한민국 최고 재벌의 수족과 같은 존재다. 멀쩡한 허우대를 지녔지만, 그리고 아마도 학벌도 괜찮겠지만, 그 역시 윤회장(백윤식)과 백금옥(윤여정)의 하인에 불과하다. 집안의 하녀인 필리핀 출신 에바(마우이 테일러)와 윤회장의 관계를 알게 된 백금옥은 화를 참지 못하고 영작의 육체를 탐한다. 이후 윤회장은 에바와 함께 필리핀으로 건너 가 마지막 여생을 행복하게 살겠노라고 선언하고, 재벌가는 풍랑에 휩싸인다.

 

<돈의 맛>은 이야기부터 분위기까지 <하녀2>라고 할 수 있다. 왜 굳이 <하녀>에 이은 <하녀2>를 만들어야 했을까? 뭐가 더 할 말이 남은 것일까? 임상수 감독의 아쉬움은 <하녀> 라스트 신에 대한 관객의 호응도 문제였다고 한다. 전도연의 자살. 대체 이게 뭔가? 그 체제에 굴복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감독의 의도대로 복수의 쾌감을 느끼지도 못한 관객의 찝찝함이 <하녀2>, 정확하게는 <돈의 맛>이 만들어지게 된 가장 큰 이유라는 것이다.

 

우선 <돈의 맛>은 눈에 즐거움을 준다. 유려한 카메라 워킹이 훑어대는 거대 재벌가의 풍경은 그 자체로 확실한 볼거리다. 실제 그렇게 사는지 어쩐지는 모르겠지만, 산더미처럼 쌓인 돈, 화려한 가구와 벽에 걸린 그림들, 자신들만의 영화관, 바닥재, 입고 다니는 옷까지 모든 게 눈을 자극한다. 확실히 TV 드라마 속 재벌가 풍경하고는 기본 사이즈부터 차이가 난다.

 

바로 그런 화려함 속에 깃들인 인간 군상들의 삶이 <돈의 맛>이 포착하는 지점들이다. 백금옥을 정점으로 한 이들 재벌가 일원들의 서로에 대한 관계는 일반적으로 생각되는 그런 관계들하고는 거리가 멀다. 그러니깐, 가족으로서 느껴야 하는 정서라든가 친구사이에 가질 수 있는 감정 같은 것들 말이다. 이들이 맺는 관계의 핵심은 바로 돈이다. 아버지가 다른 여자와 행복한 삶을 위해 외국으로 출국한다는 선언에 아들이 바로 반응하는 건, 온갖 지저분한 일을 해왔던 비밀을 품은 당사자가 부재라는 의미이고, 서로에 대한 약점을 잡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그렇다면 <돈의 맛>은 재벌, 돈 많은 놈들을 비난하기 위한 영화인가? 그렇지 않다는 게 영화의 대답이다. 돈을 매개로 관계를 맺고 있는 재벌가의 모습이 노골적이라고 한다면, 그들의 일을 도와주고 있는 사람들은 다른가 라고 영화는 묻는다. 사실 알고 보면 우리 모두 돈의 노예가 되어, 모욕과 굴욕감을 견뎌내고 있는 것 아닌가 라고 영화는 묻고 있으며, 더 나아가 돈의 노예가 되지 말라고, 더 이상 모욕을 견뎌내지 말라고 채근하고 있는 것이다.

 

이 점에서 확실히 <돈의 맛>은 이전 임상수 작품에 비해 냉소는 덜해지고, 숨 쉴 곳과 따뜻함이 더해진 달라진 미묘한 온도의 차가 느껴진다. 가장 핵심적인 건 주영작의 마지막이다. 기존 임상수 영화였다면, 주영작은 체제 내에서 기생하는 삶을 살았을 것이다. 스스로 모욕을 감내해가며. 아마 윤회장의 젊은 시절처럼. 또 한 명은 나미(김효진). 나미야말로 <하녀>와 <돈의 맛>을 이어주는 인물이다. 나미는 회상한다. ‘어릴 때 죽은 하녀. 우리는 그 사람들한테 이러면 안 되는 거 잖아’ 어쩌면 나미는 어릴 때 목격했던 하녀의 죽음으로 인해 그나마 추악한 괴물로 성장하지 않을 것일 수도 있다. 이런 의미에서 <하녀>에서 전도연의 복수는 성공한 것일까? 실패한 것일까?

 

이런 변화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의 관람은 매우 힘들다. 그건 어찌할 수 없는 계급 역관계 때문에 그러하다. 돈으로도 안 되고, 직위로도 안 되고, 심지어 주먹으로도 안 된다. 이 엄청나게 괴로운 현실, 무엇으로도 변화되지 않는 계급사회의 적나라한 현실이 바로 <돈의 맛>에서 느껴지는 괴로움이다.

 

※ 백윤식과 윤여정의 연기는 차원을 달리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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