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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우울하면서도 아름다운 종말이라니.. 멜랑콜리아
ldk209 2012-05-30 오후 2:22:18 428   [2]

 

이토록 우울하면서도 아름다운 종말이라니.. ★★★★☆

 

지난해, 그러니깐 2011년 칸 영화제 최고의 해프닝은 라스 폰 트리에의 나치 발언이었다.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장면은 라스 폰 트리에의 발언에 놀란 샬롯 갱스부르의 어처구니없다는 웃음과 감독의 발언을 말리는 커스틴 던스트의 심각한 표정. 그런 해프닝에도 불구하고 영화 <멜랑콜리아>는 커스틴 던스트의 여우주연상 수상이라는 성과를 올린다. 그런데 만약 나치 발언이 아니었다면 황금사자상(작품상)을 <멜랑콜리아>가 수상했을 거라는 생각이 영화를 보자마자 떠올랐다. 그만큼 대단한 영화다.

 

의학적으로 우울증을 의미하는 제목 <멜랑콜리아>는 1부 저스틴과 2부 클레어로 나뉘어 있다. 바로 자매의 이름이다. 1부는 저스틴의 결혼식 장면을, 아니 결국 파혼으로 가는 과정을 길고 세밀하게 보여준다. 첫 장면에서 보이는 신랑 신부는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지만, 뭔가 설명하기 힘든 묘한 분위기가 주위를 감싸며 돈다. 광고계의 유능한 카피라이터인 저스틴, 그러나 우울증에 걸린 그녀는 마치 우울함을 주위에 전파하는 탁월한 능력을 가진 것처럼 보인다.

 

화면의 어두운 톤, 사람들의 시선, 어머니의 가슴을 후벼 파는 날카로운 지적, 형부의 짜증, 언니의 불안함, 남편(이 될)의 묘한 대응, 결혼식장에서 까지 카피를 받아내려는 사장의 집요함 등이 결혼식 내내 관객의 신경을 자극하고 뭔가 일어날 것 같은 불길한 전조를 만들어 낸다. 결국 저스틴의 우울증으로 그녀의 결혼은 파국으로 치닫는다.

 

2부에서 극도의 우울증으로 심신이 피폐해진 저스틴은 언니 클레어의 집에 머무른다. ‘멜랑콜리아’라고 명명된 거대한 행성이 지구를 향해 날아오고, 대다수 과학자들은 지구를 비껴갈 것이라 전망하지만, 저스틴의 파국을 예고하는 말에 클레어는 점점 불안해 진다. 아들이 만든 간단한 도구를 이용해 ‘멜랑콜리아’가 지구와 멀어졌음을 확인하고는 안도하지만, 그것도 잠깐, ‘멜랑콜리아’는 다시 지구를 향해 날아오기 시작한다.

 

제목이 의미하는 것처럼 영화 <멜랑콜리아>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시종일관 우울한 정서를 놓치지 않고 끌고 나간다. 그럼에도 바로 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이야기 전개로 인해 관객들은 (아마도) 시신경이 극도로 예민해진 상태로 영화를 감상하게 된다. 돌발적인 정사라든가 자살마저도 일상처럼 지나가 버린다. 어쩌면 라스 폰 트리에가 생각하는 종말은 이런 우울함으로 채색된 세계인 것 같다.

 

도저히 벗어날 수 없다는 강박증이 느껴지는 영화, 이는 시각적으로는 거대한 저택을 벗어나지 못하는 저스틴과 클레어로서 상징된다. 저스틴의 말은 항상 저택의 한계인 다리를 건너지 않으려 버티고, 클레어가 운전하던 골프차의 기름은 다리 앞에서 떨어져 더 이상 앞으로 나가지 못한다. 종말은 피할 수 없다, 벗어날 수 없다, 도망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이런 장면들이야 말로 <멜랑콜리아>의 분위기를 단적으로 말해주는 것이다. 굳이 종말을 대하는 다양한 반응을 보여주지 않은 채 오로지 모든 포커스를 외딴 시골의 저택, 두 자매에게 맞춘 <멜랑콜리아>는 우울함과 우아함, 아름다움이 이율배반적이지 않음을, 오히려 잘 어울리는 한 쌍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그런 영화다.

 

※ 칸 여우주연상을 받은 커스틴 던스트의 연기가 좋음은 너무 당연하지만, 영화의 분위기에는 역시 샬롯 갱스부르가 더 어울리긴 하다.

 

※ 이런 영화의 후기를 글로써 표현하려고 하는 게 가장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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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랑콜리아(2011, Melanchol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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