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인 블랙 버전의 백 투 더 퓨처... ★★★
1969년 케이(토미 리 존스) 요원이 팔 한쪽을 잘라 달 감옥에 가두었던 짐승 보리스(저메인 클레먼트)가 탈옥해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 케이 요원을 죽이고 그로 인해 케이가 설치했던 지구 방어막도 사라진다. 외계인의 침공을 받게 된 현재의 지구. 유일하게 케이의 부재를 느낀 제이(윌 스미스)는 과거로 돌아가 젊은 케이(조쉬 브롤린)의 목숨을 구하는 미션을 수행해야 한다.
<맨 인 블랙 2>가 2002년에 선을 보였으니 정확하게 10년만의 귀환이다. 시간이 이 정도로 건너 뛴 시리즈가 새로 등장하는 경우 대게는 프리퀄 형식을 띄는 경우가 많다. <맨 인 블랙 3> 역시 마찬가지다. 시간여행을 한다는 설정을 도입해 사실상의 프리퀄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며, 결국 영화는 어떻게 해서 제이가 요원으로 선발될 수 있었는지에 대한 기원을 밝히고 있다.
이 시리즈의 특징은 뭐니 뭐니 해도 거대한 우주적 농담을 시시껄렁하게 지껄이는 태도에 있다. 역시 이 점에서 보면 시리즈의 첫 장을 연 1편이 가장 신선하고 놀라웠다. 알고 보니 지구에는 온갖 외계 이주민들이 자신의 정체를 속이고 살아가고 있으며, 특별한 능력의 소유자들은 대게 외계인이라는 것, 그리고 이들을 관리하는 비밀 조직이 있다는 설정 자체가 주는 신선함, 고양이의 목에 걸린 은하계와 이 은하계를 구슬처럼 가지고 노는 존재들. 그런데 이런 기본 설정이 주는 신선함과 재미는 사실 1편으로 끝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그런데 시리즈 3편에서도 이런 부분을 과도하게 강조하는 건 기존 시리즈를 모르는 새로운 관객을 위한 배려라고 이해되기는 해도 식상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럼에도 <맨 인 블랙 3> 역시 시종일관 깨알 같은 유머들이 즐거움을 주는 유쾌한 오락영화로서의 제 역할을 충실히 한다. 어차피 <맨 인 블랙>에서는 액션도 소품에 지나지 않는 것이니깐 액션이 빈약하다고 말하는 건 이 시리즈에 대한 몰이해에 가깝다는 생각이다. 1969년이라는 시대적 배경이 안겨주는 에피소드도 소소한 재미를 준다. 아폴로 호가 중요한 소재로 활용되는 건 너무 당연해 보이고, 앤디 워홀이 MIB 요원이라는 설정도 신선하다.(“바나나 그림 그리는 거 이제 지겨워” ㅋㅋㅋㅋㅋ) 그러나 단지 한 두 개의 에피소드로 그 시대를 설명하고 넘어가는 건 좀 부실하다. 뭔가 많은 얘기들이 나올 것 같은데 짧은 시간 안에 마구 집어넣어 압축 시켜 놓은 듯한 빡빡한 느낌.
사실 이번에 나온 <맨 인 블랙 3>에서 가장 눈길이 머무는 지점은 캐스팅에 있다. 기존 시리즈의 인물을 퇴장시키고 새로이 MIB 국장이 된 오(엠마 톰슨)와 제이의 애틋해 보이는 관계라든가 이름을 가지고 지껄여대는 농담도 웃기지만, 역시 젊은 케이에 조쉬 브롤린을 캐스팅한 것은 실로 신기에 가까운 묘기라고까지 할 수 있다. 둘이 같이 나온 영화(<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도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조쉬 브롤린이 표정과 억양까지 완전 토미 리 존스의 판박이로 연기하는 걸 보니 정말 조쉬 브롤린이 나이가 들면 토미 리 존스가 되는 거 아닐까 라는 상상까지 하게 된다.
시종일관 깨알 같은 유머로 끌고 가는 영화임에도 마지막에 남는 정서는 가슴이 훈훈해지는 따뜻함이다. 영화는 마지막에 와서 가슴을 찡하게 울리는 순간을 제공한다. 그리고는 정말 중요한 건 누군가와 함께 하는 소소한 일상일지 모른다는 얘기를 속삭이며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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