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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지 않은 얘기를 슬프게 하는 착시현상... 블루 발렌타인
ldk209 2012-06-07 오후 2:33:46 454   [0]

 

슬픈지 않은 얘기를 슬프게 하는 착시현상... ★★★

 

이야기를 연대기순으로 정리하자면 이렇다. 아름다운 사랑을 꿈꾸는 신디(미셸 윌리엄즈)는 우연히 만난 친절한 딘(라이언 고슬링)에게 마음이 기운다. 둘의 조건은 극과 극. 중산층 집안에 의대생인 신디와 부모 없이 혼자 살며 제대로 학교도 다니지 못한 이삿짐센터 직원 딘. 그러나 신디의 급작스런 임신으로 둘은 결혼을 하게 되고, 현실적인 조건은 사랑이라는 달콤함에 묻혀 버린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고된 현실로 신디는 점점 지쳐가고, 딘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관계는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둘의 관계의 종말에 관한 비극적 스토리라고는 하지만, 사실 이런 얘기는 우리 입장에서 보자면 흔한 걸 넘어서서 지겨울 정도의 이야기다. 알고 보면 매일 TV를 수놓고 있는 드라마가 이런 이야기의 변종 아니던가. 물론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비극으로 치닫는 관계의 종말은 그 자체로 우울하고 보는 사람을 힘겹게 하는 건 너무 당연하다. <블루 발렌타인>이 그런 당연함 말고 그 이상을 보여주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

 

오히려 뭔가를 감추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의구심. 그건 말 그대로 조건에 대한 문제, 그리고 남자의 생활 태도에 대한 문제다. 단지 사랑이 조건을 극복할 수 있는 것과 별개로, 한 사람은 사랑을 위해 자신의 거의 모든 것을 포기했고, 한 사람은 변함없다는 뭔가 일방이 손해 보는 관계라는 느낌. 너무 현실적으로 얘기하는 거 아니냐고? 바로 영화가 이런 현실을 얘기하고 싶어 하는 것 아닌가? 그러면서 그 핵심을 빼놓고 과거를 아름답게 채색한다고 아름다운 현실이 되는 건 아니지 않느냐는 얘기다.

 

여기에서 조건보다 더 중요한 건 남자의 태도에 대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또는 여자에 대한 콤플렉스. 연애시절, 딘은 친절하고 여유가 있으며, 나름 음악적 소질로 악기를 연주하고 사랑의 노래로 연인의 마음을 빼앗는다. 그러나 고된 현실에서 그런 태도는 삶의 치열함과 가족에 대한 책임감이 결여된 우유부단함, 생활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음악적 소질은 그저 베짱이적 기질에 불과한 것이다. 남자는 억울할 것이다. 연애시절이나 지금이나 자신은 변한 것이 없는 데, 왜 불만이냐고? 그러면서 남자가 여자보다 더 로맨틱하다며 스스로를 변호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느낀 건, 남자의 태도가 애 같다, 아직 어린애다, 성장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슬프게 다가온다. 왜일까? 일종의 착시현상 아닐까. 여기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영화가 연대기순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연애 초기의 모든 게 사랑스럽고 행복했던 시절과 이미 마음이 떠나버린 우울한 현실을 교차 편집해서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붙여 놓으니 아무리 평범한 사랑과 전쟁에 관한 이야기라도 절절해지지 않을 도리가 없다.

 

또 하나는 배우의 연기에 있다. 라이언 고슬링과 미셸 윌리엄스의 연기, 특히 배 나오고 머리 벗겨지고, 살집도 붙은 현실의 둘의 모습은 노동계급의 고단한 일상을 보여주는 아주 적합한 체형 그 자체다. 둘은 그러한 현실의 표현을 위해 같이 살면서 살을 찌우기까지 했다고 하니 참 대단하다. 특히 여자에 대한 콤플렉스를 내면에 감춘 라이언 고슬링의 찌질한 연기는 정말이지, 옆에 있으면 한 대 때려주고 싶을 정도다. 이런 액션에 반응하는 미셸 윌리엄스의 진저리치는 리액션도 절절하게 다가온다.

 


(총 1명 참여)
cipul3049
투톱 배우들의 연기가 영화를 살렸죠. 둘다 2000년대초중반부터 가장 기대되는 기대주였는데, 이젠 현세대 스타로 안정적으로 정착한듯.   
2012-06-07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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