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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를 내다보는 목어가 그물에 걸리듯. (스포일러) 중독
riberty 2002-10-24 오후 10:49:47 1964   [9]
사랑에 관한 이런 저런 말들 중에 가장 가슴 깊이 남았던 이야기는

-편하자고 사랑하는 사람은 없어 그 누구도-

라는 통신 소설의 짧은 대사 였습니다.

편하기 위해 하는 사랑-

시간이 지나면 다 똑같아진다며 스스로를 기만하고 상대를 기만하면서

대충 한번 치뤄야하는 일처럼 사랑하고 결혼하는 것이 감출 일도 아닐만큼 흔하다고 해도,

그 사람들이 그걸 사랑이라고 말한다고 해서 그게 사랑인건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었습니다.

이병헌씨에게 감사하고 싶습니다. 그가 좋은 배우라는 생각은 늘 했었지만, 좋아하는 배우

였던 적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가 이 영화에서 보여 준 것은 단순한 재연이 아닌 영혼의

재현같은, 그야말로 '대진'이 그에게 빙의라도 된 듯한 연기였습니다.

따뜻한 봄날의 온실 걑은 사랑, 가벼운 봄감기 같은 질병도 치루어보지 못한 얕고 약한

감정이 아닌, 불치의 바이러스같은 사랑에 영혼을 침범당한 그 남자에게 저 또한 오래

중독 될 것 같습니다.


영화에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몇가지 논리적인 오류도 있었고, 끊어주었으면

하는 순간에 한 걸음을 더 가버린 것도 사실입니다. 대진과 은수는 조금 더 입체적인

캐릭터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았습니다. 대진의 마지막 이야기는 필요한 것보다 더 많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빤히 눈에 보이는 결점들을 알고도 내일 다시 한번 극장을 찾겠다고

다짐하게 될만큼, 저는 이 영화에 깊이 빠져든 것 같습니다.


그 견고한 행복, 잃었다가 다시 찾은 완벽한 사랑에 대한 모든 확신이 산산히 부서지던

순간의 은수를. 이미연을 기억합니다. 그 절규에 가까운 비명과 함께 주저 앉은 뒷모습,

가는 팔에서 느껴지는 근육의 긴장이 왜 이미연인가를 다시 한번 느끼게 했습니다.

세게 움켜쥐었다가 힘을 놓은 은수의 손은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걸까요. 그녀는 이미

산산히 부숴져 버린 색유리 같은 꿈에 온 마음과 영혼을 다 베이고도 왜 그 꿈으로

걸어 들어갔을까요. 그녀는. 어째서.


벌 주고 싶었던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스스로를 버리면서까지 자기가 중독된

사랑을 손에 쥐고자 했던 그 젊은 미친 남자가 영원히 그 꿈에 붙들려 있도록 만들고

싶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닐지도 모르죠. 그녀가 가진 아기가 이유일지도, 아니면 그 아슬아슬한, 깨진 유리 조각

천지인 아름다운 꿈에서 벗어날 용기가 없었던 것일지도 모르지요. 다만 확실한 것은,

그 두 사람이 이미 같은 꿈을 앓고 있다는 것, 은수 또한 대진의 바이러스에 감염되었고,

그들은 서로에게 중독되어 버렸다는 것이겠지요.

필사적인 사랑. 이 영화의 자잘한 결점들이 무엇인지 뻔히 알면서도 어려움 없이 눈감을 수

있었던 것은, 저 필사적인 사랑의 상흔이 저에게도 남았기 때문일 겁니다.

이병헌씨가 말했죠. 몇백만이 보고 나서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고 기억하지 않는 영화는

찍고 싶지 않았다고. 그래서 몇 백만을 넘는 사람들이 볼 거라고 기대하지 않고 이 영화를

찍었다고.

관객 동원수가 영화의 전부인 것 처럼 말하는 것이 신경 써서 영화를 본다는 사람들에게도

당연한 요즘, 배우의 입에서 나온 저 이야기가 참 반가웠습니다. 저 역시, 모든 사람이 다

공감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감독만 좋은 영화여도 상관없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백명이 보면 백명이 다 똑같이 웃고, 그 후에 아무도 언급하지 않는 영화가

많은 관객을 동원할 수 있다고해서 좋은 영화는 아니라는 당연한 말을 하고 싶은 것 뿐입니다.

저 또한 이백만 삼백만이 이 영화를 보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결점에도 불구하고 놓치기

아까운 이 깊은 상흔을 함께 느껴줄 수 있는 분들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기대할 뿐입니다.


복어는 눈으로 천리를 넘어보고 큰 입으로 모든 액운을 먹어삼킨대.

선하고 선한 사람 호진이 동생의 안녕을 기원하며 그 부적을 걸어줄때,

대진은 장난스럽게 말하죠. 그런 놈이 그물에는 왜 잡혀?

천리를 내다보고 모든 액운을 삼켜 없애는 목어조차 그물에 걸린다는데,

하물며 인간의 마음이야. 한없이 약하고 악한, 그래서 그 악함을 악하다고

말하기도 어려운 사람의 마음을 느꼈습니다. 오래 생각할 수 있는 영화를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총 0명 참여)
사랑에도 방법과 종류가 있나 봅니다. 그의 사랑을 좋다. 나쁘다 말할수가 없는것처럼..~~!   
2002-11-02 22:28
어쩜 이렇게도 글을 잘쓰시는지요? 제가하고싶은말들을 꼭꼭찝어 모두 하셨네요...^^   
2002-10-28 21:04
님을 글을 읽으니 영화를 보고 싶은 생각이 더욱 간절해 지네요. 이번주에는 꼭 봐야죠~~   
2002-10-28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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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2002, The Poiso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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