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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urnez la page 시작은 키스!
nott86 2012-06-28 오전 2:55:32 439   [0]

아기자기한 음악과 함께 카페에 들어가는 여주인공 나탈리. 나탈 리가 들어와 카페 한 구석에 앉은 그 순간부터 남자의 눈에는 나탈리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그 여자는 무엇을 좋아할까. 어떤 음료를 주문할까. 그녀에 대한 모든 것들이 궁금해지면서 그녀가 남자의 삶에 들어왔고 그렇게 1년 전. 그 둘은 사랑을 시작했습니다. 첫눈에 반해 사랑에 빠지는 것이 가능할까 의심이 되는 세상에서 수많은 연애론서들이 난무하지만 누구에게나 사랑에 빠지는 그 순간만큼은 남들과는 다른,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특별한 시간입니다. 정답이 주어져 있지 않고, 나와 상대방의 상호적 반응을 통해 일어나기 때문에 사랑은 준비를 한다고 해서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없는, 달콤하면서도 막연해 보이는 순간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프로포즈를 받았을 때 세상의 모든 것이 아름다워 보였고 이 행복이 영원할 줄 알았지만 갑작스럽고 허무하게 남편을 교통사고로 떠나 보낸 나탈리. 이제는 그르니다. 아픔을 는 모든 것은 아픔으로 다가옵니다. 이제는 함께할 수 없어 지우고 싶은 기억이 되어버리고 그와 관련된 모든 흔적을 지우려고 합니다. 모든 것을 잊은 채 일에 전념하는 것도 머리 속에서 남편에 관련된 기억을 밀어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용무가 있어 들어온 한 남자. 그 남자는 머리가 벗겨지고 말도 웅얼웅얼하는 스웨덴 남자 마르퀴스. 하지만 갑자기 그녀는 이성을 잃은 듯 그에게 다가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키스를 합니다. 마르퀴스에게는 잊지 못할 순간이고 나탈리에게는 당황스러웠던 순간.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수줍어 하는 마르퀴스에게 나탈리는 적극적으로 다가가고 그렇게 둘의 사랑이 시작됩니다. 그리고 나탈리의 얼굴에도 조금씩 웃음이 찾아들기 시작합니다.

 

남편이 죽고나서부터 마르퀴스에게 키스하기 전까지, 나탈리의 삶에는 현재가 부재했습니다. 잊고 싶지만 잊기 힘든 남편과의 행복했던 과거만이 그녀를 지배하고 있었습니다. 그녀가 일에 몰두했던 것도 결국은 과거에 종속되어 과거를 위해 존재하는 현재에 불과했고 그럴 수록 과거는 그녀의 그림자를 깊게 드리웠습니다. 그리고 얼굴에는 점점 감정이 사라져 갔죠. 프로이트는 <애도와 우울증>에서 감정을 억압하는 사람이 스스로에게 퍼붓는 비난은 사실은 가까운 누군가에게 돌리고 싶었지만 자신에게는 그 누군가의 관심이 중요하기 때문에 반감을 살까봐 두려워 감히 표현하지 못하는 비난일 때가 많다고 했습니다. 아마 나탈리도 자신의 슬픔 때문에 일을 망치게 되면 주변 사람들에게 비난을 받을까봐, 그렇게 되면 프랑수아와의 과거가 더욱 생각날까봐 그렇게 일을 몰두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었을 것입니다. 프랑수아가 없는 현실에서는 그것만이 나탈리를 위로해 줄 수 있었을 테니까요. 하지만, 이는 과거를 억지로 밀어내는 시도일 뿐입니다. 흔히 가슴 아픈 과거를 잊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바쁜 현실에 몰두하는 것을 거론하지만, 원래 잊고 싶은 것은 야속하게도 쉽게 잊혀지지 않는 법이지요.

 

 

 

하지만 마르퀴스와의 키스 이후, 그녀에게도 현재가 찾아왔습니다. 이전과는 다른 분위기로요. 마르퀴스가 문을 열고 들어온 순간, 나탈리는 서랍 속 열쇠를 보면서 과거에 대한 생각에 젖어 있습니다. 그 때 마침 마르퀴스가 들어왔고 그녀는 순간적으로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다는 마음에 사로잡혀 키스를 했을 것입니다. 인간은 자신의 의지 외의 상황에 좌우되는 존재라서, 과거에 젖어 있던 그 상황이 키스라는 행동으로 이어지게 된 것입니다. 소개팅을 할 때 정적인 카페보다는 스릴있는 놀이동산에서 만날 때 롤러코스터의 스릴을 상대방에 대한 떨림으로 이해하여 성공할 확률이 더욱 높고, 영화를 볼 때 로맨틱 코메디 보다는 공포영화를 같이 볼 때 그 떨림을 상대방에 대한 감정으로 받아들여 사랑이 깊어지는 것처럼, 나탈리도 결국은 상황에 따른 행동을 한 것이고 그 떄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이 마르퀴스가 아니라 다른 남자였어도 키스를 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마르퀴스에게는 그만의 매력이 있었죠. 외모와는 달리 그녀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선물을 주고,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이 궁금하고, 채팅을 하면서 가슴 설레하는 마르퀴스의 섬세한 모습에 나탈리도 마음을 열어가게 된 것이죠. 영화의 원제인 “La delicatesse"가 섬세함, 예민함, 까다로움 등을 의미하는 형용사인 것처럼, 두 주인공 마르퀴스와 나탈리는 섬세한 성격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 줍니다. 학생 때 극장 아르바이트를 하던 시절을 떠올리며 사회인이 된 이후 무심한 사람들과 달리 아르바이트 직원에게 ”수고해요“라는 인사를 건네는 나탈리에게 마르퀴스는 다정다감하면서도 따뜻한 존재입니다. 연애할 때는 서로 다른 성격의 남녀가 끌린다고는 하지만, 영화에서 둘은 같은 섬세함 속에서도 다소 차이를 보이고 그로 인해 서로를 보듬어가게 됩니다. 나탈리가 다소 예민한 섬세함이라면 마르퀴스는 우직하면서도 사려깊은 섬세함을 가지고 있죠.

 

그리고 이 둘의 섬세함은 서로의 상처를 치유해 줍니다. 마르퀴스는 잘생기지 않은 외모와 엉뚱한 성격 때문에 회사에서도 ‘못난이’ 취급을 받습니다. 나탈리와의 연애가 소문날 때도 그는 웃음거리에 불과했고 심지어 나탈리의 친구들로부터도 못마땅하다는 시선을 느끼죠. 겉으로는 표현하지 않았지만 자신을 만만하게 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불편하게 여겨집니다. 하지만 마르퀴스가 회사 상사에게 이야기한것처럼, 나탈리와 단 둘이 있을 때 마르퀴스는 “가장 멋진 사람”이 됩니다.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에서 결벽증 환자였던 잭 니콜슨이 헬렌 헌트에게 했던 말처럼요. 자신이 한없이 작고 초라해 보일 때 자신을 진심으로 응원해 주는 사람이 옆에 있어 준다면, 자신은 더 이상 부끄러운 사람이 아닙니다. 적어도 자신의 편이 되 주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생긴 것이니까요. 게다가 그 사람이 사랑하는 상대라면, 그 사람 앞에서 멋진 이성으로 보이고 기억되고 싶은 것이 모든 연인들의 마음일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마르퀴스는 다짐을 합니다. 그녀가 겪어 온 과거의 곳곳에 숨어 있겠다고. 이는 과거의 아픔이 섞인 그녀의 현재를 품 안에 보듬어 주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현재의 사랑을 느끼지만, 이는 과거를 억지로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아픈 과거를 따뜻하게 위로해준다는 점에서 나탈리가 과거를 잊어가는 방식과는 차이를 보입니다. 사랑은 잘난 사람 둘이 하는 것이 아니라 두 못난이가 서로를 이해하고 보둠어 줄 때 비로소 시작된다는 점을 나탈리와 마르퀴스는 마음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섬세하다는 것은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남들보다 하나 더 챙겨주고 사려깊게 배려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섬세함이 지나치면 까다로움이 되겠지만, 적당한 섬세함은 상대방에게 따뜻함과 감동을 선사합니다. 영화 속에서 나탈리는 그런 섬세함을 통해 현재를 사랑하는 법을 조금씩 터득해 나갔죠. 프랑스어에는 Tournez la page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를 직역 하면 “페이지를 넘겨라.”는 뜻이지만 “지난 일은 잊으라.”는 관용어로 널리 쓰입니다. 인생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과거와 알 수 없는 미래에 함몰될 때 불행해진다고들 하죠. 아픈 과거와 불안한 미래는 이미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 물 흐르듯이 보내버리고 과거의 페이지를 넘겨 현재의 페이지에서 새로운 행복을 찾는 것이 가장 현명한 삶의 방식일 것입니다. 주변에 과거로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섬세하게 다가가 페이지를 넘겨 주는 사려깊은 사람으로 기억된다면 인생은 좀 더 따뜻해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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