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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마지막, 품격있는 로맨스를 꿈꾸다! 베스트 엑조틱 메리골드 호텔
kinetohuk 2012-07-06 오전 11:56:29 7446   [1]

 

얼마 전 개봉했던 영화 '은교' 에서 시인 이적요는

 

자신의 소설을 훔쳐간 제자의 수상식에서 이런 말을 한다.

 

 

"너희 젊음이 너희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듯, 내 늙음도 내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

 

 

 

 

영화를 보는 나는 비록 파릇파릇한 20대 였지만,

 

이적요의 저 대사를 들으며

 

늙는다는 것은 꽤나 슬프고 두려운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몸은 노쇠하고 마음만이 젊음의 순간으로 박제 되어버렸을 때,



그런 마음을 가진 나는 그때에도 과연 누군가와 사랑을 할 수 있을까, 하고.

 

 

 

 

하지만 다행히도 은교가 나에게 남겨준 두려움은

 

노년에 마주칠 수 있는 하나의 가능성일 뿐, 전부가 아님을

 

이번에 우연히 보게 된

 

<베스트 엑조틱 메리골드 호텔>에서 치유받을 수 있었다.

 

 

 

 

 

 

 

메리골드 호텔에는 여러 사연을 가진 노인들이 나온다.

 

첫사랑을 찾으러 온 게이 아저씨, 사별하고 인도로 새 출발을 하러 온 남자,

 

뼈 속 칼슘까지 영국인 할머니, 미묘한 사이의 부부 등.

 

삶에 지치고 인생의 황혼기, 새로운 무엇인가를 찾기 위해 모두 인도로 오게 된다.

  

 

 

 

 

 

사실 이들이 인도에 온 이유는 그렇게 거창한 것이 아니라

 

여행 웹사이트에 소개된 끝내주는 비주얼의 호텔 광고를 보고

 

인도를 찾게 된 것인데, 정작 그들을 반기는 것은

 

 매년 적자에 시달리는 허름한 호텔과, 거의 고대 역사가 느끼질 정도의 먼지들과

 

그 방정맞음이 너무나 인도인스러운(?)

 

젊은 호텔 지배인(그냥 주인이라고 하는게 맞겠다) 소니 뿐이었다.

 

 

 

 

 

영화는 주제에 비해 굉장히 발랄하고 코믹하게 진행이 되는 편이고,

 

초반부터 배우들은 능청스러운 개그 욕심을 숨기지 않는데

 

커플을 이루어 중간 중간 튀어나오는 이들의 개그 연기는

 

은근히 성적인 코드도 섞여 있는 것이 

 

개콘의 성인 버전 <생활의 발견>을 보는 느낌이었다.

 

 

 

그중에서도 <러브 액츄얼리>에 변태(?) 락스타 할아버지로 출연했던 빌나이

 

<007 시리즈> 국장 출신의 주디 덴트와 삼각관계를 이루면서 훌륭한 개그 호흡을 보여준다.

 

 

 

 

 

 

 중반부터는 본격적으로 인도의 아름다운 풍경과 주인공들의 열연이 조화롭게 펼쳐진다.

 

 

 

 

특히 이 영화가 정말 매력적인 부분은 바로

 

우리 아버지 이마 주름 같은 배우들의 연기인데,

 

보통 젊은 배우들의 연기가 끽해야 '배역에 어울린다' 라는 느낌을 주는 것과는 달리

 

이들은 정말 그러한 인생을 살아왔을 것처럼, 현실감 있고 친근감 있게 느껴진다.

 

 

부담스럽지 않고 자연스러운 연기를 하는 배우,

 

그것이 바로 과격하고 혼란스러운 이 시대에 명품 조연이 사랑받고

 

<그대를 사랑합니다>와 같은 노년 배우들 주연의 영화가 사랑받는 이유일 것이다.

 

<베스트 엑조틱 메리골드 호텔> 또한 그러한 따스함과

 

충만함이 아주 잘 전달되어지는 영화이다.

 

 

 

 

영화를 보다보면 자연스럽게 나의 부모님, 동네 슈퍼 할아버지,

 

이제는 나이드신 초등학교 담임 선생님 생각이 나고,

 

더 나아가 나 자신의 노년의 모습까지 떠올리게 된다.

 

내 생의 마지막에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하는 생각이 말이다.

 

 

 

 

삶이란 살고있음을 뜻하고


생이란 살아있음을 뜻하기에

 

 

 

 

우리네 삶이 마지막까지 생으로 빛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결국 희망에 대한 의지이고, 사람에 대한 사랑이라는 것을,

 

<베스트 엑조틱 메리골드 호텔>는 결코 교훈적이거나 억지스럽지 않게

 

우리에게 알려준다.

 

 

 

만약 당신이 요즘 생에 대한 길을 잃었다면,

 

만약 당신이 알 수 없는 지금에 갇혀있다고 느낀다면,

 

 만약 당신의 생의 마지막까지 품위를 지키고 싶다면,

 

만약 당신이 황혼기에도 여전히 품격있는 로맨스를 꿈꾼다면,

 

 

이 영화를 보면서 한번쯤 곰곰히 생각해봐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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