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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종일관 편안한 코미디.. 나는 공무원이다
ldk209 2012-07-19 오후 2:47:26 528   [0]

 

시종일관 편안한 코미디.. ★★★

 

전형적인 공무원이라 함은 어떤 이미지일까? 정시 출근, 정시 퇴근, 별다른 취미도 없을 것 같고, 민감한 내용은 건드리지 않고, 창의력 없고, 그저 해온 대로 사고가 나지 않기만을 바라는 무사안일의 자세, 대충 이런 이미지이지 않을까. 마포구 환경과 생활공해팀에서 근무하는 10년 경력의 7급 공무원 한대희(윤제문)야 말로 천상 공무원이다. 남들이 보면 무료해보일 것 같은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한대희에게는 그런 일상이 그저 행복하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여곡절 끝에 자신의 집 지하실을 홍대 인디밴드 연습 공간으로 내주게 된 한대희는 결국 밴드의 베이스 주자로 활동하게 되고, 고요하던 그의 가슴은 열정으로 출렁이게 된다.

 

사실 ‘잃어버린 꿈’을 찾는다는 것으로 이 영화를 이해하는 건 조금 핀트가 어긋나는 것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이런 영화의 주인공에게 한 때 음악을 꿈꿨다든가 하는 전사가 있는 반면, 이 영화 속 한대희는 일반적인 수준 이상으로 음악을 즐긴 사람이 아니다. 그는 아마 생전 처음으로 무엇인가에 열정과 열망을 품게 되었을 것이다. 그것이 우연히 음악이 되었을 뿐이다. 어쩌면 늦게 배운 도둑이 밤새는 줄 모른다는 게 좀 더 가까운 표현일 수 있지만, 그것도 딱히 맞지는 않다. 왜냐면 그는 결국 자신의 일상을 포기하지 못하고 조용히 돌아가는 길을 택하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나는 공무원이다>는 코미디로서 크게 빵 터지는 부분은 없지만, 시종일관 무리수 없이, 작위 없이, 억지로 웃기지 않으면서, 편안히 즐길 수 있는 코미디로서의 장점을 보여준다. 한국 코미디들이 신파를 뒤섞으면서 억지로 웃기다 마지막엔 억지로 감동을 주려는 무리수를 범하는 것에 비춰볼 때, 짐짓 심심해 보일 수 있는 <나는 공무원이다> 같은 영화가 오히려 신선하게 보이는 건 일종의 반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특히 홍대가 주로 생활권인 사람들에게 주는 친밀감이라는 정서와 함께 홍대의 이면을 건드리는 부분은 나름 사회적으로도 충분히 설득 가능한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영화에도 나오지만, 홍대가 젊은이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었던 것은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비록 가난하지만 꿈과 희망이 있는 젊은 예술가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막상 홍대로 젊은이들이 몰려들면서 땅값은 오르고, 홍대의 전성기를 몰고 왔던 가난한 예술인들은 홍대의 비싼 임대료를 견디지 못하고 쫓겨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예술인들이 하나 둘 떠난 홍대엔 그저 껍데기들만 남아서 환락의 밤을 보내고 있다.

 

연기로 보면, 거의 악역 전문으로 강한 이미지를 가진 윤제문의 일상 연기가 의외로 잘 어울린다. 영화를 보면 윤제문 빠가 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돌던데, 그 정도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윤제문을 이런 역할로 캐스팅한 모험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런데 윤제문을 밴드로 끌어들여야 하는 나름 중요한 역할일 수 있는 인디밴드 리더의 어설픈 연기는 영화 내내 좀 거슬렸다. 다행히 깨알같이 등장하는 카메오들이 의외의 웃음을 던져주면서 부족한 부분을 충분히 메워준다.

 

※ 아무리 어리다고 해도 그래도 홍대에서 인디밴드를 하는데, 세계 3대 기타리스트를 에릭 클랩튼, 지미 페이지, 그리고 제프 벡 대신에 김태원으로 얘기한다는 건 좀 어색했다. 기타 실력으로만 본다면 차라리 신대철이라고 하는 게 그나마 낫지 않았을까. 그리고 <April>을 레드 제플린 노래라고 하는 것도 좀.

 

※ 인디밴드에서 키보드를 연주하는 배우가 어디선가 눈에 익었는데, 나중에 확인해 보니 <화차>에서 간호사 역할. 원래 이름이 김별인데, 송하윤으로 개명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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