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들었던 마스터 피스를 다시한번 뛰어 넘을 수 있을까?
시대를 집어 삼켰던 뛰어난 예술가라면 누구나 겪을 수 밖에 없는 현상이다. 더군다나 거대한 자본이 투여되었기
에 이윤을 필히 남겨야 하는 절대적인 경제적 숙명을 지녀야 한다면 '수준'의 레벨을 더욱더 낮춰야만 한다.
극도의 상업성을 지닌 예술에 종사하는 예술가의 운명은 고달프다. 더 많은 이들을 끌어안고, 속편의 운명에 맞서
야만 하며, 더더군다나 마침표까지 찍어야 한다니.....
당신이라면 할 수 있을까?
온갖 영화적 기술이 발전된 지금 최고의 재료들을 천재 이야기꾼에게 투자한다고 한들 '납득이 가능해야 한다'라
는선에서 최고를 한번 더 뛰어넘기란 당신이 정녕 인간이라면 불가능 한 일인듯 싶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그것을 필히 알았을 것이다. 아마도 품격을 유지하는 선에서 안정적으로 착륙하자는 느낌을
영화 내내 받았다. 전작에 영화 내내 관객을 사정없이 찔러댔던 날카로움은 갈아 버리고, 길고 유장한 호흡으로
영화를 쭉 늘려서 품격만은 잃지말자. 그것이 영화를 만들때 가졌던 마음가짐이 아니었나 생각해 본다.
이번 작품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선과 악의 존재 자체가 허물어진 당최 누가 옳은 것인가 가늠하기 불가능했던
'혁명'씬 조차도 최고 수준의 연출을 제외하고는 마음에 쉽게 와닿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다크나이트의
모토 자체가 절대 악은 선이 가지고있는 악의 요소를 이용한다. 과연 선이 내세우는 정의는 지켜질 수 있는
것인가와 내 자신과의 대화. 이 두가지가 배트맨이 가지는 매력 요소지만, 혁명이라는 말 자체가 그렇듯
편에 따라서 선 과 악이 달라지듯, 그곳에는 선과 악 자체가 존재 하지 않는 다만 정당성을 갖춘 권력투쟁일 뿐이
다. 이 곳에서 영화는 힘을 급격하게 잃기 시작한다. 당초에 이야기의 비장함을 끊어먹는 맥없이 이어지는
유머자체도 너무 남발해서 놀란 영화답지 않구나 싶을정도로 아쉬웠지만 끝으로 갈 수록 실망감은 내 안에서
조금씩 또아리를 틀기 시작했다. 또한, 거의 한 국가의 역사에서 볼수있을 법한 철학적인 메타포를 고담시라는 작
은 도시안에 액기스만 뽑아서 넣었다 싶을 정도로 과욕을 부리기도 했다. 아무래도 자신이 있었던듯 싶다.
웨인이 자신을 다시한번 성찰하고 마침내 성립하는 이야기 부터 선과악의 절대적인 숙명과 더불어 국가론에 혁명
까지.....
너무나 많은 이야기들이 고급화되어 스크린 위에 올라갔으나 이것을 다 먹고 소화까지 시키기엔 양이 너무
많고 버겁지 않았느냐하는게 내 생각이다. 더불어 놀란 감독은 심리의 작은 부분까지 놓치지않는 세밀함과
완벽에 가까운 짜임새, 그리고 감히 법접할수 없을것같은 놀라운 상상력의 제국은 언제나 경이롭지만
관객들의 감정선을 쥐어짜는 능력은 아직 다른 거장들과 비교했을때 많이 부족하지 않나 생각해본다. 그의 영화
를 보고선 가슴이 미워진 적은 없었으니까.... 감히 상상해보건데 그는 따뜻하고 자애로운 박애주의자보단
차가운 이상주의자가 아닐까 한번 생각해본다.
이번 라이즈에서는 정말로 그런게 필요하지 않았나 싶었지만 아쉽게도 그런부분의 '간소화'는 정말 아쉬웠다. 나
에게도 배트맨은 영웅인데 그를 내 가슴속에 품고 싶었지만 그가 너무 강해서인지 이번에도 그러지는 못했다.
하지만 내 아쉬움들을 토로한다고 이 초현실스러운 명화의 품질이 어디 가겠는가?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는
수많은 장점들은 이미 개봉전 시사회부터 쏟아져내렸거늘. 다른 영화들이 개봉할때 찾아보기 힘든 이러한
풍경은 과연 얼마나 사람들이 이 시리즈를 사랑했는지 가늠해볼수 있고, 이 훌륭한 젊은 영화 장인은 그것을
자기식으로 깔끔하게 마무리 지었다. "누군들 이 정도까지 할 수 있으랴?" 라고 말 할 자격 그는 확실히 가지고 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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