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의 재구성>, <타짜>, <전우치>로 이름을 알린 ‘최동훈’ 감독이 귀환했다. 그의 행보답게 제작사 ‘케이퍼 필름’을 세우고 창립작품으로 2012년 한국영화 최대 화제작인 <도둑들>을 들고 왔다. 내용은 마카오박(김윤석)을 비롯한 10명의 전문 도둑들이 카지노 금고에 안치된 최고가의 다이아몬드를 훔친다는 이야기다.
언뜻 ‘스티븐 소더버그’의 <오션스> 시리즈를 떠올릴 수 있겠지만 오션스 팀이 오션(조지 클루니)의 지휘 아래 똘똘 뭉쳤던 것과는 달리, <도둑들>의 팀원들은 각자가 꿍꿍이를 가지고 있으며 서로를 믿지 않는다. 결국 전자는 어떠한 트릭으로 절도에 성공하느냐를 중점으로 두고 질주하는데 반해, 후자는 초반부터 팀의 해체는 예상된 일이고 다이아몬드가 최종적으로 누구의 손에 들어가는지가 중점이 된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재미가 추가된 것이다.
개봉 전부터 초호화 캐스팅으로 입소문이 났던 만큼 인물들에도 소홀함이 없다. 최동훈 감독 특유의 네이밍 센스와 함께 각 캐릭터의 성격, 특징, 대사가 잘 살아있다. 여기에 구두로 일일이 설명하지는 않지만 각자가 가지고 있는 이야기가 서로 결합하거나 충돌하면서 지루할 틈도 없이 극을 매끄럽게 이끌어나간다.
이러한 설정 덕분에 다이아몬드 훔치기와는 전혀 연관이 없어 보이는 삼각관계의 해결과 과거 사건의 복수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홍콩, 마카오, 부산을 배경으로 하는 로케이션도 매우 훌륭하다. 여기에 <범죄의 재구성>의 캐릭터 포지션, <타짜>의 진득한 연기, <전우치>의 와이어 액션 테크닉이 총집합 하면서 제작비 100억 원대의 위력을 여실히 보여준다.
굳이 따진다면 <도둑들>은 <범죄의 재구성>의 피가 흐르는 작품이다. 제작비와 기대감 대비 만족도가 상당하며 한국 최고의 케이퍼 무비로 칭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감독의 전작과 비교했을 때 유독 말랑말랑한 결말은 대중성을 의식한 것으로 보이지만, 후속편에 대한 연결점을 열어두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겠다. 선판매된 해외에서도 충분히 먹히리라 예상된다. 벌써부터 ‘케이퍼 필름’ 두 번째 작품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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