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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픈 재현으로 끝나다 토탈 리콜
nuno21 2012-08-17 오후 6:19:43 647   [1]
 

1990년 폴 버호벤 감독은 당대 최대의 제작비로 <토탈 리콜>을 흥행시키며 SF 걸작을 남겼다. 할리우드가 사랑하는 SF 작가 필립 K. 딕의 단편 소설 <도매가로 기억을 팝니다>를 원작으로 하는 이 작품이 20여년 만에 리메이크되어 돌아왔다. <언더월드> 시리즈로 유명한 렌 와이즈먼 감독이 <다이하드 4.0> 이후 메가폰을 잡은 2012년판 <토탈 리콜>은 내용면에서 원작 소설보다는 1990년판에 가깝게 구현되었다. 워낙 유명한 작품의 리메이크이기에 자연스럽게 전작과 비교하면서 보게 된다. 우선 배경이 달라졌다. 척박한 화성을 배경으로 하여 온통 붉은빛을 띄던 전작과는 달리 2012년판은 지구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은은한 푸른빛을 주색상으로 하여 차별화를 했다. 우주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대중적으로 타행성으로의 이주가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음을 알게 된 21세기에 근미래라는 영화적 배경을 지구로 설정한 것은 적절해 보인다. 대신 화성과 지구의 거리감을 재현하기 위해서 화학전쟁 이후 인류가 생존할 수 있는 곳이 브리튼 연방(UFB)과 콜로니로 제한되었고, 이 두 지역은 거리상 지구의 극과 극으로 떨어져 있다는 설정을 도입하였다. 설정의 개연성 문제를 의식해서인지 내레이션이나 영상으로 처리하지 않고 초반에 자막으로 짤막하게 노출한다. 양극으로 분리된 이 지역들은 부에 있어서도 차이를 보인다. 착취 계급인 브리튼 연방의 거리는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미래적인 도시와 닮았고, 노동 계급인 콜로니의 거리는 <블레이드 러너>의 오리엔탈적인 슬럼가와 겹쳐진다. 콜로니의 노동자들은 극과 극을 일직선으로 17분 만에 횡단하는 폴(지하 엘리베이터)을 타고 브리튼 연방에 가서 노동력을 제공한다. 주인공 퀘이드(콜린 파렐) 역시 노동자 중 하나이지만 콜로니 출신자 차별로 인해 열심히 일해도 나아지지 않는 쳇바퀴 도는 삶에 염증을 느낀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고객에게 원하는 기억을 심어준다는 리콜사를 찾으면서 퀘이드의 삶은 특수요원이라는 중요인물로 변모하며 꼬여버린다. 이어지는 추격전은 2012년판 <토탈 리콜>의 최대 강점이다. 아내로 위장하고 있었던 요원 로리(케이트 베킨세일)와의 육탄전은 훨씬 세련되어졌고, 호버카(자기부상차량)를 활용한 자동차 추격신은 제법 훌륭하다. 공중에 아슬아슬하게 떠있는 건물, 상하좌우로 이동하는 엘리베이터, 지구의 핵 부분에서 중력이 전환되는 폴 등 독특한 공간에서 펼쳐지는 액션 장면도 놀랍다. 특히 대부분의 액션 영화가 좌우로 이동하는 것과는 반대로 상하 이동의 이미지를 많이 활용한 아이디어가 엿보인다. 미래전투의 느낌이 나는 포획용 총과 소형 시한폭탄 등 아기자기한 소품도 그럴듯하고, 전작의 오마주 장면도 꽤 있어서 즐거움을 준다. 하지만 R(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었던 1990년판과는 달리 2012년판은 PG-13(15세 관람가) 등급으로 개봉하면서 선정성과 폭력성을 버렸다. 유혈 낭자했던 핏자국은 사라졌고, 머릿속에서 코를 통해 끄집어냈던 추적기는 손바닥으로 위치를 옮겼으며, 엘리베이터에 매달렸다가 양팔이 잘리는 고통은 사람이 아닌 드루이드가 감수했다. 안타깝게도 악취미적인 매력이 돋보이던 장면들도 순화되었다. 유방이 셋인 여자는 가슴의 형체를 제대로 보여주지 않고, 공기 부족으로 인한 화성 주민들의 기형도 자취를 감췄다. 전체적으로 산뜻한 느낌을 추구하는 것은 인정하지만 화학전 이후의 지구를 배경으로 하면서 모든 등장인물이 멀쩡하게 나오는 것은 다소 어색하다. 그러나 1억 달러 이상의 제작비를 쏟아 부어 매끈한 만듦새를 자랑하는 <토탈 리콜>의 진짜 단점은 따로 있었으니, 바로 ‘기억’이라는 소재를 제대로 살려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원작 소설은 퀘이드에게 가짜 기억을 주입하려 할 때마다 새롭게 떠오르는 진짜 기억으로 참신한 충격을 주었다. 그리고 1990년판은 퀘이드가 정말로 화성을 구한건지, 아니면 기억 오류에 빠져 리콜사의 의자 위에서 꿈을 꾸고 있는지 모를 모호함을 선사했다. 아쉽게 2012년판에는 이런 기억에 대한 테마가 존재하지 않는다. 퀘이드는 브리튼 연방의 수장 코하겐(브라이언 크랜스톤)의 음모를 알고 전향했던 착한 사람이었고, 드루이드 정지 코드는 그저 페이크로 작용한다. 전작과 비슷하게 해리(보킴 우드바인)가 퀘이드를 설득하는 장면이 있기는 하지만 상황이나 대사가 좋지 못해 생포 작전의 일부로 기능할 뿐이다. 때문에 퀘이드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억이 진짜인지 아닌지 고뇌하지 않으며 콜로니를 위험에서 구하는 단순한 역할에 머물게 된다. ‘기억’이라는 소재를 의미있게 건드리는 유일한 장면은 퀘이드가 몸에 새겨진 ‘상처’라는 외부기억을 토대로 로리의 정체를 파악하고 암살을 막는 장면인데, 이미 폴이 폭파되어 에필로그가 나와야 할 시점에 사족처럼 붙여져 뜬금없다는 느낌을 준다. 물론 영화는 그 작품 자체로 평가 받아야 마땅하다. 전작의 명성에 가려 불리한 평가를 받으면 안 된다.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보면 그럭저럭 볼만한 블록버스터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2년판 <토탈 리콜>을 ‘어설픈 재현’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역시 ‘기억’이라는 소재를 비트는 상상력의 부재 때문이다. 오리지널을 뛰어넘겠다고 공언했지만 실패했다고 평가한다. 기억의 상실이나 조작이 흔하게 사용되는 영화계에서 그런 유희마저 없다면 이 영화를 굳이 “토탈 리콜”이라고 부를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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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tamorphose
원작이 기억의 진위에 대한 반전이 포인트였다면, 이번 리메이크는 잠시도 혼란할 틈없이 충분히 예측가능한 시나리오라 원작에 비해 몰입도가 떨어졌고, 내세울 수 있는 액션은 후반부보단 차라리 초 중반부가 더 강렬해서 마지막은 다소 허무한 감이 들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와우 좋아하시나봐요. 드루이드라니 ㅎ   
2012-08-19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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