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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도발을 가정하다 알투비: 리턴투베이스
nuno21 2012-08-19 오전 11:41:50 570   [0]

지난 2011년 9월, 신상옥 감독의 1964년작 <빨간 마후라>의 리메이크로 기획된 대작 <비상 : 태양가까이>가 6개월의 촬영을 끝내고 크랭크업 했다. 그리고 2012년 8월, 10개월이라는 장기간의 후반작업을 마친 영화는 제목을 <R2B : 리턴투베이스>로 변경하고 광복절 시즌에 맞춰 개봉한다. 영화는 에어쇼에서 사고를 치고 21전투비행단으로 좌천된 태훈(정지훈)이 동 비행단의 탑건 철희(유준상)와 편대를 구성해 북한의 급작스런 도발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저지하는 ‘리턴투베이스’ 작전을 다룬다.

 

<R2B>의 장점이라면 역시 한국영화계에서 맥이 끊겼던 전투기 액션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이다. 공군의 전투기 무상 지원과 자문, 그리고 할리우드 항공 촬영팀 울프에어가 담아낸 장면으로 완성된 영화는 기대치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할리우드처럼 다수의 전투기가 등장하지는 않지만 슬램이글(F-15K)과 골든이글(TA-50)이 등장해 한국적인 분위기를 잘 살려낸 점이 돋보인다. 서울 상공에 북한의 미그기(MiG-29)가 뜨는 상황은 <해운대>에서 우리에게 익숙한 지역에 메가쓰나미가 덮치는 것처럼 묘한 현실감을 자극해 영화에 몰입하게 만든다. 배우들의 연기도 상당하다. 정지훈은 비호감적인 돌출행동으로 감정이입이 쉽지 않은 태훈 역에 능글맞고 유들유들한 생기를 불어넣어 귀엽고 정감이 가는 캐릭터로 승화시켰다. 유준상, 김성수, 이하나, 신세경도 각자의 사연에 맞는 군인 역할을 어색하지 않게 소화했다. 정경호, 오달수의 감초 기능도 탁월하고, 제작기간이 상당했던 만큼 현재 블루칩으로 떠오른 이종석, 정석원 등의 풋풋한 시절도 볼만하다. (오달수는 요즘 안 나오는 영화 찾기가 더 쉽다.)

 

단점이라면 먼저 분위기 조절의 실패를 들 수 있다. 영화의 전반부와 후반부에 흐르는 공기가 너무나 상이한 것, 슬로우 모션 장면과 일반 장면의 이음매가 부실한 것 등이 그렇다. CG에서도 원효대교를 통과하며 물보라를 일으키는 장면은 매우 훌륭한 반면에, 이어지는 63빌딩에서 급선회하는 장면은 CG임이 티가 나서 균형을 유지하지 못한다. 그리고 영화의 전체적인 줄거리가 전투기 액션 장면을 구현하기 위해 곁다리로 구성되었기에 내용에 대한 개연성과 작전 연출에 문제가 나타난다. 북한의 쿠테타가 대사나 설명 없이 간단하게 이루어지는 점은 차치하더라도 뜬금없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한다거나, 이를 막기 위해 원산에 핵폭탄을 투하한다는 것은 군사전문가가 아닌 일반 관객들의 입장에서도 말이 안 된다고 느낄 것이다.

 

특히 기체가 추락함에도 불구하고 민가의 피해를 줄이고자 끝까지 조종간을 놓지 않다가 사망하는 파일럿은 꼭 죽여야 했을까 싶을 정도로 안타깝다. 해당 캐릭터가 어린 아들을 홀로 보살피며 전역과 재혼으로 새 삶을 준비하고 있었다는 설정과 현실에서는 상대 미그기가 군사분계선을 넘자마자 격추되었을 것이라는 점을 상정하면 더욱 그렇다. 늦은 이젝션으로 인해 여기저기 다쳐서 병원에 입실했다는 정도로 처리해도 괜찮았을 법하다. 또한 최후의 작전에서 골든이글이 지대공 미사일을 맞고 허무하게 바다에 빠지는 상황의 연출은 너무 무심했다는 생각이 든다. 극중에서 태훈이 RLS 시스템에 대한 설명을 열심히 듣고, 초경량 비행기를 타고 데이트를 하며 해무(바다안개)에 의한 시야제한을 경험했다는 사실은 완전히 배제되었다. 결국 단순히 운이 좋아 살아남은 파일럿으로 표현되어버렸다.

 

결말은 ‘리턴투베이스’ 작전의 성공과 함께 쿠테타 세력이 심심하게 황천길로 날아가며 해프닝으로 마무리된 느낌이다. 아무리 그래도 이후 정세에 대해서 뉴스 멘트 정도의 언급도 없다는 점은 아쉽다. 위에서 장단점을 나열해봤는데 전체적으로 봤는데 장점이 더욱 부각되는 양호한 영화라고 판단한다. <도둑들>과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박터지는 싸움에 밀려 100억 원대의 제작비 회수는 힘들 것으로 보여서 안타깝다. 그래도 ‘빨간마후라’ 제작사가 경험을 쌓아서 울프에어 같은 외주 없이 국산 기술로 항공 액션영화를 만드는 날을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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