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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적으로 용두사미.. 레드라이트
ldk209 2012-08-24 오후 4:57:09 525   [0]

 

 

단적으로 용두사미.. ★★☆

 

과학으로 증명하기 힘든 초자연적 현상의 ‘레드라이트’(심령술이 가짜임을 입증하는 결정적 단서)를 찾아 그 현상이 허위임을 입증하는 걸 일종의 천직으로 알고 있는 심리학자 마가렛 매티슨(시고니 위버)과 물리학자 톰 버클리(킬리언 머피)는 30년 만에 돌아온 세기의 심령술사 사이먼 실버(로버트 드 니로)를 두고 의견 충돌을 빚는다. 마가렛은 실버가 위험한 인물이라며 버클리의 조사를 만류하지만, 버클리는 혼자 실버의 공연장에 갔다 온 이후 이상한 현상을 경험하게 된다.

 

<레드라이트>의 감독 로드리고 코르테스는 2010년 오로지 땅 속에 묻힌 관에서만 이야기가 진행되는 <베리드>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베리드>는 비록 좁은 관속에서 단 한 명의 배우만이 출연하는 영화지만, 다채로운 카메라 워킹과 적재적소에 파고드는 에피소드를 이용, 스릴러적 긴장감을 만들고 유지할 수 있음을 입증했으며, 특히 강렬한 마무리까지 인상적인 영화였다.

 

전작의 인상적인 연출도 있지만, 특히 <레드라이트>에는 로버트 드 니로, 시고니 위버, 킬리언 머피라는 걸출한 배우들이 등장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관심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소재는 과학 대 심령술. 과연 심령술을 과학의 힘으로 진위를 입증할 수 있는가? 그저 손가락을 문지르는 것만으로 쇠로 된 스푼을 휘게 하고, 살아 있는 사람의 배속에 손을 집어넣어 위암 덩어리를 제거했다는 등의 그런 놀라운 현상 말이다.

 

근데, 과학으로 심령술의 진위를 확인한다는 게 그리 놀랍다거나 새로운 시도는 아니다. 꽤 오래 전 한국의 한 방송국에서 상금을 내 걸고 초능력 입증 대회(?)를 한 적이 있었다. 누구라도 초능력을 입증하면 거금을 주겠다는 약속.(기억으론 5억?) 한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의 내노라하는 자칭 타칭 초능력자들을 상대로 실험을 했지만, 단 한 명도 통과하지 못했다. 그냥 보면 너무 신기한 능력인 것 같지만, 느린 화면으로 본다거나 별 것 아닌 조건만 하나 걸어도 쉽게 허위임을 밝혀지는 능력(?)들이었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공중부양은 5초만 유지해도 합격이었다.

 

어쨌거나 영화 얘기로 돌아가서, <베리드>에서 보여준 감독의 장점은 <레드라이트>에서도 나름 계승되고는 있다. 카메라의 시점을 바꾸는 것 하나만으로도 가슴 철렁이는 스릴을 고조시킬 수 있음을 이번에도 여실히 입증해 낸다. 영화 전체적으로 봤을 때, 역시 로드리고 코르테스 감독은 스릴러적 긴장을 만들어내고 그것을 유지시키는 것에는 확실히 능력이 있음을 보여주고는 있다. 그런데 그것만으로 영화가 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영화보다 여름이면 예능프로그램에서 보여주는 시청자가 보낸 신비한 영상이 긴장감에는 효과가 더 크다.

 

단적으로 말해 <레드라이트>는 최근에 본 영화 중 가장 대표적인 용두사미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사실 결론이 내려지기 전까지 영화는 재미도 있고 나름 괜찮다. 세 인물의 캐릭터 대립도 흥미롭고 관객들이 집중도를 해치지 않은 채 결말까지 끌고 온 힘도 좋다. 그런데 소위 반전이라 말할 수 있는 결말 장면이 나온 순간, 영화의 모든 얼개가 흔들려 버린다. 관객들이 궁금해 하던 문제는 사라져 버리고, 인물들의 행동을 추동했던 감정선들도 이해하기 곤란하게 되어 버린다. 한편의 영화를 이렇게 한순간에 완벽하게 엎어 버리다니.

 

정말 문제는 소위 결말의 반전이 충격적이지도 심지어 재미있지도 않다는 것이다. 이건 너무 뻔하다거나 예측 가능한 반전이라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이야기라는 것이고, 너무 밍밍하다는 것이다. 이토록 뛰어난 세 명의 배우를 데려다 그것도 <베리드>를 만든 감독이 만든 영화치고는 참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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