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자신만의 꿈, 위시리스트가 존재하고 있을 겁니다.(전 리버풀 여행...ㅎㅎ) 하지만 여러 여건상 그것을 다 이루기는 힘든데요. '그래? 그럼 기억을 심으면 되지!'라는 그 고민에 대한 쿨하고 멋진 해답을 주요 소재로 삼고 있는 영화가 바로 이 <토탈 리콜>입니다. 이 영화는 다들 아시다싶이 1990년에 개봉한 '폴 버호벤' 감독의 동명의 영화를 리메이크한 영화인데요. 그 당시로는 상상할 수 없는 폭력성과 충격적인 비주얼로 인기를 끌며 현재 SF 영화의 명작으로 자리잡아 있기도 하죠. 저 역시도 몹시 보고싶었지만 리메이크작이 나온다는 소리를 듣고 원작 관람을 잠시 미룬 상태였던지라 이번 <토탈 리콜>과의 첫만남을 무지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영화는 기대보다는 아쉬웠네요.
일단 이 영화는 '원작보다 업그레이드된 비주얼을 보여주겠다'라는 감독의 말이 헛소리가 아님을 증명하듯 훌륭한 비주얼을 선사합니다. 수많은 드로이드 군단, 호버카, 지구를 꿰뚫는 엘리베이터 '폴' 등 다양한 SF적인 요소들을 멋지게 만들어내고 있었죠. 하지만 역시 이 영화의 백미는 배경묘사입니다. 본토인 브리튼 연방은 최첨단적인 느낌을 최대한 살려서 미래도시의 진면목을 보여주고 있고, 식민지의 성격을 지닌 콜로니는 전체적으로 우울한 느낌을 살리면서도 아시아, 특히 홍콩의 뒷골목같은 느낌까지 첨가하고 있었죠. 비록 영화에서 많이 등장하고 있지는 않지만 금지구역도 디스토피아적인 느낌을 제대로 살리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훌륭한 SF적인 요소들을 가지고도 영화를 'SF영화'대신 '킬링타임용 액션영화'로 만들어버렸다는 것에 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 영화는 별다른 스토리없이 쫓고 쫓기는 추격을 반복하는 데에 그치는데요. 감독은 이런 스토리의 빈틈을 <본 시리즈>의 추격시퀀스를 연상시키는 초반부, 실제로 찍은 것으로 유명한 호버카 추격시퀀스, 수많은 엘리베이터를 넘나들며 펼치는 액션시퀀스, 그리고 '폴'에서 펼쳐지는 클라이막스 액션까지 수많은 화려한 액션장면들을 등장시키며 메꾸려고 하지만, 이 액션장면들을 스토리속에 녹여내지 못하고 단순히 '나열'하는데에 그치고 있기에 처음에는 '오!'하면서 보지만 뒤로 갈수록 힘이 빠지는 느낌을 줍니다.('케이트 베켄세일'의 '로리' 캐릭터가 너무 쎄기도 한...ㅋㅋ) 특히 제일 흥미진진해야할 클라이막스는 오히려 그 포스나 흥미면에서 초반부 액션장면들에게 많이 뒤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죠.
결국 이 영화의 가장 큰 패착은 '렌 와이즈먼' 감독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물론 그간 그가 <언더월드>나 <다이하드 4.0>같은 액션영화에서 보여준 모습은 훌륭했지만, 이런 대형 SF 영화를 끌고가기에는 여러모로 무리였지 않았나 싶은데요. 개인적으론 '크리스토퍼 놀란'이나 '던칸 존스'같은 스타일의 감독이 이 영화를 맡았다면 더 좋은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싶군요. SF적인 세계관과 이야기를 매력적이고 적당히 복잡하게 풀어내는 그런 감독말이죠.
+ 원작을 봐야겠어요.
++ 사진은 언제나 네이버 영화 출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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