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검색
검색
 
강풀 원작 만화의 딜레마.. 이웃사람
ldk209 2012-08-27 오후 4:50:32 13814   [3]

 

강풀 원작 만화의 딜레마.. ★★★

 

영화의 배경은 재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낡은 강산맨션. 102호에 거주하는 연쇄살인범 승혁(김성균)은 202호 소녀(김새론)를 살해하는 등 10일 간격으로 누군가를 납치, 자신의 아파트 지하에서 살해한 후 큰 가방에 담아 버리는 만행을 되풀이한다. 불안에 떠는 강산맨션 주민들은 서로에 대해 잘 모르지만, 범행일에 시켜먹는 피자, 유난히 많이 나오는 수도세, 범행에 이용된 가방 등을 이유로 승혁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강풀의 원작만화를 안 보고 영화를 본 입장에서 <이웃사람>은 캐릭터의 활력이 있고, 처음부터 끝까지 지루하지 않으며, 대중 상업영화로서의 기본적인 재미를 주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어디서 보니, 원작만화는 단절되어 소통이 없는 현대 사회에 대한 문제제기와 그런 이웃들이 살인마를 저지하는 과정을 통해 연대라는 정신을 복원하는 데 주안점을 둔 것이라 하는 데, 만약 원작만화의 정신이 이렇다고 한다면 분명 영화는 원작만화를 제대로 구현해내지 못한 것이라는 평가를 받아야 한다. 왜냐면 그런 점을 영화에서 제대로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내가 영화에서 느낀 건, 죄책감 죄의식에서 벗어나기 위한 씻김굿에 가까웠다. 물론 그것 역시 잘 구현해냈느냐는 별개의 문제지만 말이다.

 

아무튼, 위에서 말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아니 그런 장점 때문에 <이웃사람>은 더 아쉬움이 많이 남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강풀의 많은 만화들이 영화로 제작되고 있다. <아파트>처럼 기본 설정만 가져와 전체를 새롭게 가공한 작품이 있는 반면에 <이웃사람>은 만화의 장면을 거의 그대로 가져왔을 만큼, 새로운 해석보다는 원작과의 동일성을 추구한 작품이라고 한다. 그런데 강풀 만화의 가장 큰 형식적 특징이 무엇일까? 그건 아마도 다중 시선으로 이야기를 끌어간다는 점일 것이다. 거의 예외 없이 강풀 만화엔 다수의 주인공들이 등장하고, 각자의 이야기가 존재하며, 하나의 사건을 다수의 시각에서 바라보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만화는 기본적으로 단절된 분할 화면을 통해 정지된 상태로 넘어가기 때문에, 그리고 부족한 설명을 빈 공간에 내레이션으로 채워 넣기 때문에 이런 특징들이 문제로 작용하지 않는다. 그리고 현실과는 괴리되는 설정이라든가 앞뒤가 안 맞는 전개도 만화라는 매체의 특성이라 이해해 줄 여지가 있다. 그러나 이것이 영화라는 매체로 (그대로) 넘어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영화라는 매체의 특성으로 보면 <이웃사람>의 구조는 너무 허술하다.

 

단적으로 아파트 황 경비원(김기천)이 살해되는 과정을 보면, 왜 승혁은 교복을 그렇게 처리했을까?(시체와 같이 처리하는 게 가장 합당한 방식 아니었을까?) 그건 황 경비원이 발견하지 않았더라도 당연히 경찰에 의해 수사되었을 가능성이 높은 처리 방식이었다. 그 외에도 아파트와 가까운 가방판매점, 그것도 한 곳에서만 계속 큰 가방을 구입해 스스로 의심을 자초하는 거라든지(경찰은 왜 피해자 인근 가방 판매점 등에 대한 수사를 하지 않는 것일까?), 누구 말대로 승혁은 ‘자 잡아 볼 테면 잡아봐’라는 심정(?)으로 자신이 연쇄살인범임을 보여주는 증거들을 마구잡이로 흩뿌리고 다닌다. 조심하는 모습을 조금도 보이지 않던 승혁이 막상 주민들이 자신을 의심하기 시작하자 귀찮다며 짜증을 낸다. 이 어처구니없는 반응은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하는 것일까?

 

주민들의 반응도 이상하긴 마찬가지다. 표 경비원(천호진)이야 자신의 과거 때문에 그렇다고 치지만, 다른 주민들은 그토록 이상한 상황을 보면서 왜 경찰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모두 단독으로만 행동하려는 것일까? 특히 딸이 살해된 송경희(김윤진)는 102호 남자 승혁이 바닥의 피를 닦는 것을 보았고, 부녀회장(장영남) 딸인 수연을 죽이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다. 아마 딸의 실종 및 시체 확인 과정에서 알게 된 경찰이 분명히 있었을 텐데도 말이다. 만화에선 별로 부각되지 않던 이런 문제들이 영화로 옮겨지면 구멍이 뚫린 것처럼 눈에 밟히는 것이다.

 

아주 뛰어나고 재밌는 만화를 가져다가 비슷한 인물을 캐스팅한 후, 장면 하나하나를 그대로 옮겨 영화로 만든다고 해도, 결코 뛰어나고 재밌는 영화가 나오지 않음은, 아니 오히려 그 반대의 결과물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것은 <20세기 소년>이 이미 입증한 사실이다. 후발주자가 굳이 다시 한 번 확인할 필요는 없는 길인 것이다.

 

※ 장면을 그대로 복사하듯 옮기는 것이 좋은 방식이 아니라면 <아파트>처럼 아예 설정만 남겨둔 채 새로 재구성하는 방식은 어떨까? <아파트>의 경우에서 봤듯이 이는 만화 팬덤의 분노를 사게 되고, 특히 영화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경우 그 공격의 강도는 더욱 강해진다. 결국 문제는 만화라는 원작을 어떻게 가져오느냐의 방식이 아닌 것이다.

 

※ 나쁜 짓을 한 사람이 나쁜 짓에 대한 처벌을 받지 않고 도망 다니다 나쁜 인간을 상대로 그 나쁜 짓을 범하면 죄의식에서 벗어나게 되는 걸까? 더군다나 아주 급박한 상황도 아니었고 이미 나쁜 놈이 제압된 상태에서.

 


(총 1명 참여)
ffoy
여전히 리뷰 활동 꾸준하시군요. 냉철한 평 잘 읽었습니다.
강풀 원작은 진짜 딜레마가 있긴 한 것 같습니다.   
2012-09-13 13:07
miyuka
저도 원작을 먼저 봤던 입장으로 같은 생각입니다. 너무 영화가 그대로 재현되어 원작을 보고 영화를 본 사람들은 영화에서 많은 걸 얻어가지는 못했을 것 같습니다.   
2012-09-08 01:35
shinji
정신적으로 피폐한 그녀가 그 향을 느끼기엔 너무 짧은순간...얼른 그 자리를 벗어나고싶은게 우선인데다 와인이 피비린내를 잡을수도 있음..너무 디테일하게 지적하는것보다 전체적인 흐름을 보는것도 좋겠네요.. 영화 잘됐던데...   
2012-08-30 15:24
ldk209
와인과 피를 구분하지 못하는 건 둘째치고.. 피비린내와 와인향을 구분할 수 없을까요?   
2012-08-28 23:36
take12
바닥의 피를 닦는장면에선 와인을 깨뜨려 피를 숨겼죠. 제 일행도 와인깨진거 못보고 같은 질문을 하던데..   
2012-08-28 23:07
1


공지 티켓나눔터 이용 중지 예정 안내! movist 14.06.05
공지 [중요] 모든 게시물에 대한 저작권 관련 안내 movist 07.08.03
공지 영화예매권을 향한 무한 도전! 응모방식 및 당첨자 확인 movist 11.08.17
92747 [도둑들] 김혜수vs 전지현의 매력 대결에는 완승자가 있다, 전지현!! scarlet7392 12.08.27 1512 0
현재 [이웃사람] 강풀 원작 만화의 딜레마.. (5) ldk209 12.08.27 13814 3
92745 [이웃사람] 그다지 잔인하지 않았다는 점만 좋았네요. (1) poocrin 12.08.27 769 1
92744 [알투비: ..] 고공액션으로 봐줌 moviepan 12.08.27 1043 0
92743 [알투비: ..] CJ, <7광구>의 악몽을 씻어내지 못하다. fkdk0809 12.08.26 569 1
92741 [그 시절,..] '나의 소중한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 ^^ jojoys 12.08.26 10890 0
92740 [레드라이트] 인상적인 마지막 5분을 위해 100여분을 참고 인내해야 했던 영화.. ^^;; jojoys 12.08.26 553 0
92739 [피라냐 3..] 피라냐 3DD-피라냐의 흉폭함은 볼만했지만.. sch1109 12.08.26 773 0
92738 [히스테리아] 진지한 웃음을 띄우게 한 영화 fornnest 12.08.26 693 0
92737 [토탈 리콜] 멋진 소재와 화려한 비주얼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킬링타임용 액션영화 fkdk0809 12.08.25 519 0
92736 [이웃사람] 진짜재밋음 만화로안봣으면더재밋음 ㅠㅠ elitelucky 12.08.25 788 0
92735 [이웃사람] 여름 막박지에 긴장감을 충분히 주는 영화 (1) irizeri 12.08.25 828 1
92734 [미운 오리..] 꼭보라고 말해주고 싶은 영화 hak781 12.08.25 472 1
92733 [레드라이트] 단적으로 용두사미.. ldk209 12.08.24 523 0
92732 [공모자들] 반전 스릴러 아닌 반감 스릴러!! fornnest 12.08.24 728 0
92731 [미운 오리..] 남자들이 완전공감할 군대 이야기 속 가족의 따뜻함 haeinn3 12.08.24 455 1
92730 [공모자들] 카이저소제급(?) 반전과 설득력 있는 스토리가 돋보이는 스릴러.. ^^ jojoys 12.08.24 725 0
92729 [무서운 이..] 무서운 이야기-네 가지 색깔의 호러영화를 한 영화에서 만날수 있었다 sch1109 12.08.24 1024 0
92728 [이웃사람] 원작에 너무 의존하면 안돼 (2) bryan35 12.08.24 795 0
92727 [공모자들] "뜻밖의 반전과, 씁쓸한 여운이 남는 영화" cjrrbs 12.08.23 655 0
92726 [공모자들] [공모자들]리뷰입니다. rhdwn0928 12.08.23 690 0
92725 [알투비: ..] 뭉갠 CG에 거침없는 박수를 cho1579 12.08.22 603 1
92724 [바람과 함..] 배짱좋게 했다~치는 영화 cho1579 12.08.22 990 0
92723 [이웃사람] 부디 저처럼 웹툰 복습하고 보지 마세요.. ㅠ.ㅠ (2) jojoys 12.08.22 6241 1
92722 [토탈 리콜] 나름의 철학이 담긴 SF cho1579 12.08.22 507 0
92721 [도둑들] 예상을 깨고 재미로 돌아오다! s921601 12.08.22 760 0
92720 [이웃사람] 괜찮은영화 (1) moviepan 12.08.22 875 1
92719 [이웃사람] 이 영화의 장르는 코믹 스릴러? (1) fornnest 12.08.22 895 0
92718 [노트북] 라이언고슬링★'사랑'에대한 안타깝고불편한진실 jh12299 12.08.22 19888 0
92717 [도둑들] 도둑들-범죄액션과 홍콩느와르의 절묘한 조화 sch1109 12.08.22 701 0
92716 [공모자들] '공모자들'정말 영화는 어후~~~ jblue16 12.08.22 892 0
92715 [스텝업 4..] 음악에 몸을 실어~ cuty4444 12.08.21 538 0

이전으로이전으로91 | 92 | 93 | 94 | 95 | 96 | 97 | 98 | 99 | 100 | 101 | 102 | 103 | 104 | 105다음으로 다음으로




1일동안 이 창을 열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