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리지 않는 강풀 영화의 '저주'
하지만 강풀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강풀표' 영화들은 대개 흥행에서 쓴 맛을 보고 말았다. <바보>는 차태현, 하지원을, <순정 만화>는 유지태, 이연희를 각각 캐스팅하며 원작팬들을 기대에 차게 만들었지만 기대 이하의 완성도로 100만 관객을 넘기는데 실패했고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평단의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역시 50만 관객에 그치며 흥행에는 실패했다. 특히 <아파트>의 경우는 원작과 전혀 다른 스토리에 고소영의 끔찍한 연기까지 겹쳐지며 그야말로 괴작에 가까운 완성도로 팬들을 아연실색케 했다. 영화화에는 절대 간섭하지 않겠다던 강풀이 이 영화 이후로 생각을 고쳐먹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이상하리만큼 웹툰과 달리 영화에서는 물을 먹고 있는 강풀의 만화, 과연 뭐가 문제였을까?? 이번에 영화 <이웃사람>으로 강풀 원안의 다섯 번째 영화를 감독한 김휘 감독은 그 해법을 "원작과 그대로 만드는 것"으로 찾았다. 포스터와 몇몇 스틸컷만 보아도 스스로도 강풀의 팬이라는 김휘 감독이 영화 <이웃사람>와 원작의 '싱크로율'을 높히기 위해 상당히 신경을 썼다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다.
강풀 영화 잔혹사, 다 이유가 있다?
사실 강풀 원작의 영화들을 다시금 돌이켜보면 흥행에 실패할 수 밖에 없는 이유들이 있다. 그것은 원작의 매력을 스크린에 제대로 담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만화와 영화는 정적과 동적, 2차원과 3차원이라는 형식부터가 다르다는 점에서 당연히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그런 '하드웨어'적인 문제가 아니라 '소프트웨어'적인 문제에 가깝다. 그것은 바로 대부분의 영화관계자들이 강풀 만화의 핵심을 잘 못 짚고 있다는 생각이다.
강풀만화의 최대 강점은 다소 허접(?)해 보이는 그림체와 달리 매우 치밀하고 촘촘하게 직조된 플롯(plot)에 있다. 강풀은 실제로도 작품을 시작하기 전 모든 줄거리와 대사까지 전부 짜놓고 작품에 돌입한다고 한다. 이처럼 정교하게 만들어진 플롯이 있기 때문에 여러 인물이 동시다발적으로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를 안정적이고 스릴있게 끌어갈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동안의 강풀의 영화들의 원작의 이미지나 컨셉만을 따온 뒤 구태의연한 화법으로 진행하다 원작의 신선함과 매력를 모두 휘발시켜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본래의 테마 잘 살린 <이웃사람>
그러나 이번 <이웃사람>의 경우는 강풀 특유의 플롯이 영화 안에 비교적 잘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야기를 크게 훼손시키지 않음으로써 여러 명의 등장인물들이 각자 부각될 수 있는 공간이 생겼고 감독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딸을 잃은 엄마의 안타까운 모성애(김윤진), 의외로 인간적인 모습의 건달(마동석), 죄책감과 책임감 사이에서 갈등하는 경비원(천호진), 소심하지만 정의감 있는 청년(도지한) 동네마다 꼭 있을 것 같은 가게아저씨(임하룡) 등 각 캐릭터마다 적절히 시선을 안배하며 입체감이 살아날 수 있도록 한 감독의 세심한 연출력이 돋보인다.
무엇보다 강풀만화의 가장 큰 테마라 할 수 있는 소시민에 대한 애정과 연민, 그리고 부조리한 사회(혹은 시스템)에 대한 공분, 이 두가지가 영화 내에 잘 나타나고 있는 점도 고무적이다. 특히 연쇄살인범을 응징하는 것이 경찰이 아닌 사채업자인 안혁모(마동석)라는 점, 이웃 사람에게 납치 당한 수연(김새론)을 결국 이웃 사람들이 힘을 합쳐 구출해낸다는 설정 등은 나주 성폭행 사건이 버젓히 일어나는 작금의 시대 상황에 비춰 보았을 때 가히 의미심장하다 아니 할 수 없다.
영화 <이웃사람>의 관객수가 150만을 넘겼다고 한다. 이쯤되면 '강풀 영화의 저주'는 5번의 도전만에 풀린 셈이다. 하지만 또 다른 산이 남았다. 그것은 영화 <26년>의 흥행 여부이다. <이웃사람>이 강풀 자신이 가장 영화화됐으면 하는 작품이었다면 <26년>은 스스로 그리길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작품이라고 얘기할만큼 의미있는 작품이다. 제작 중단 등 위기를 딛고 개봉을 앞두고 있는 만큼 <이웃사람>만큼이나 좋은 완성도로 만화팬들과 영화팬들 모두에게 큰 즐거움을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추천 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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