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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혹한 현실이 빚어낸 수상한 모자(母子)의 슬픈 광기. 피에타
jksoulfilm 2012-09-14 오전 1:16:10 11953   [1]

 

채무자들의 빚을 극악무도한 방법으로 뜯어내는 강도(이정진). 그리고 그에게 불쑥 나타난 ‘엄마’라는 여자(조민수). 여자는 강도가 악인이 된 까닭을 자신이 주지 못한 사랑의 결핍 때문이라 이야기하고, 강도는 그런 여자의 말과 엄마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다가 점점 그녀를 엄마로 믿어가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그리고 시작되는 둘의 슬픈 광기.

김기덕 감독의 열여덟 번째 영화 [피에타]는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돈’이 인간에게 어떻게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에 대한 광기 어린 실험이다. 산업화의 메카였던 청계천을 배경으로 그 근간이었던 제조업 회사들의 현재가 무섭게 쇠퇴해버린 현실로 드러나면서 영화는 이 큰 프레임 안의 사회가 만든 산업화와 자본주의의 희생자들을 배열해 나간다.

기계 덕에 먹고 살았던 우리의 소시민들은 빚을 갚기 위한 수단으로 그 기계에 의한 상해를 입어 보험금으로 채무를 갚는다. 상해를 입어 장애를 갖게 된 몇몇은 자신의 생계를 잃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고 불구가 되어 살아간다.

 

슬픈 것은 이 모두가 자본주의의 산물이란 것이다.

시발점인 돈, 그리고 생계를 이어가기 위한 수단이 되는 기계, 보험이라는 제도.

이 모두가.

 

몇 달 안에 이자가 원금보다 10배로 뛰고, 빚을 받아내는 자가 채무자를 불구로 만드는 설정. 상황과 대사로 듣는 이 현실이 믿기 어려운 과장된 이야기로 다가 올 수도 있다. 하지만 일정 부분 현실과 마주하는 지점이 있다고 생각이 드는 순간 우리는 이 잔혹한 현실을 과시 할 수 없다.

[피에타]는 ‘돈’이 만들어 낸 냉혹한 현실 배경 위에 극악한 인물 강도와 그를 아들로 생각하는 엄마를 배치해 놓으면서, 아이러니한 상황들을 만들어낸다. 강도가 여자를 엄마로 받아들이게 되는 지점에 강도의 성격은 악했던 이전과 달리 선한 부분들을 회복해 가고, 엄마는 되려 점점 악한 본성을 드러낸다. 그리고 그 둘의 진실이 드러난다.

이 영화는 무엇보다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메시지가 가슴을 뜨겁게 한다. 이전 작품에 비하면 잔혹한 장면도 덜해 김기덕 감독의 절제된 연출을 느낄 수 있다. 영화 내내 반복적으로 툭툭 현실을 드러내는 대사들이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가슴에 꽂히는 몇몇 대사들은 챙겨갈 수 있을 것이다. 오랜만에 모습을 보인 조민수의 연기는 따뜻한 모성애와 차가운 섬뜩함을 효과적으로 조율하며 극의 몰입을 극대화 시키지만, 이정진의 연기가 상대적으로 부족해 보이는 부분들은 아쉽다.

 

“돈이 뭐지?”

“돈은 세상의 시작과 끝이지....”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이 자본주의의 사회의 이면에는 이렇게 잔혹하고 비참한 그림자가 있을 수 있다.

냉혹한 현실, 우리는 [피에타]를 보며 이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JK Soul's FILM Magazine

http://jksoulfil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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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타(2012, Pieta)
제작사 : 김기덕 필름 / 배급사 : (주)NEW
공식홈페이지 : http://piet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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