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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다 울다... 마음이 행복해지는 영화 늑대 아이
ldk209 2012-09-19 오전 11:35:09 484   [0]

 

웃다 울다... 마음이 행복해지는 영화 ★★★★☆

 

평범한 여대생인 하나는 어느 날 수업시간 중 도강을 하던 남학생을 알게 되고, 둘은 사랑에 빠진다. 얼마 뒤 그는 자신이 늑대인간이라고 고백을 한다. 그러나 이미 사랑에 빠진 하나에게 그가 늑대인간이라는 건 별다른 걸림돌이 되지 못한다. 유키, 아메 두 남매를 남기고 갑작스런 사고로 세상을 떠난 그. 하나는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그가 살았던 조용하고 한적한 시골로 내려가 늑대인간인 두 남매를 키운다.

 

2009년 <시간을 달리는 소녀>로 데뷔한 호소다 마모루 감독이 <썸머워즈>를 거쳐 세 번째 작품 <늑대 아이>로 돌아왔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애니메이션 중 한 편이다. 그에 비해 <썸머워즈>는 조금 실망스럽긴 했지만, <시간을 달리는 소녀>와 비교해 실망스럽지 않을 애니메이션이 과연 몇 편이나 되겠는가. 겨우 두 편을 가지고 그 감독을 분석하는 게 어처구니없기는 해도, <썸머워즈>를 보고난 뒤 호소다 마모루 감독은 SF를 향토적 정서와 잘 버무리며, 오리지널 각본에 조금 약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

 

<늑대 아이>를 보고 나니, 정말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했었구나 싶다. <늑대 아이> 역시 <썸머워즈>에 이어 오리지널 각본이지만, 영화가 주는 정서적 깊이는 분명 <시간을 달리는 소녀>를 넘어서고 있으며, 그림체라는 형식적 요소에 있어서도 발전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SF만이 아니라 넓은 의미로 판타지적 요소를 향토적 정서와 버무려 현실화시켜 내는 능력이 탁월함을 입증하고 있다.

 

<늑대 아이>는 일주일 정도의 짧은 시간을 담아냈던 <시간을 달리는 소녀> <썸머워즈>와 달리 무려 13년의 시간을 품고 있다. 영화가 주목하는 건 13년 동안 서서히 변화되는 아이들의 표정과 성장이다. 엄마 하나는 혼자서 끙끙대며 늑대 아이의 성장을 돕고, 아이들은 시골에서 뛰놀며 인간으로, 늑대로 성장해간다. 물론 엄마 하나도 아이들과 함께 성장한다. 여기에서 중요한 건 기다림과 인내의 시간이다.

 

처음 시골로 내려간 이들은 모든 게 서툴다. 매번 심는 작물은 썩어 버리고, 이들은 절망한다. 이 때 겉은 퉁명스럽지만 속은 누구보다 친절한 동네 할아버지의 가르침은 결정적이다. ‘정성껏 시간을 들여 밭을 갈고 이랑을 만들고 적당한 물과 비료를 주고는 기다려라’ 어느 누구에게라도 물어볼 수 없는 늑대아이의 육아, 아니 모든 아이들의 육아 역시 마찬가지라는 게 호소다 마모루의 생각인 것이다. 아이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정성껏 환경을 만들어주되, 결국 자라는 건 아이들 스스로의 몫이며 아이들의 선택이라는 것. 이를 옆에서 지켜봐야 하는 엄마의 입장이야 애가 타고 조바심이 나겠지만, 그래도 결국 지켜봐주는 게, 그리고 아이들의 선택을 지지하는 게 행복이라는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어릴 때 활발했던 유키는 학교에 진학한 후 인간으로서, 소녀로서 맞이한 가슴 떨리는 경험 속에서 인간으로 살아가는 길을 선택한다면, 소심하고 조용했던 아메는 자연에서 편안함과 소통의 대상을 찾고는 늑대로 살아가기를 선택한다. 사실 <늑대 아이>는 전작에 비해 드라마틱한 에피소드는 없다. 어쩌면 매우 심심한 영화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13년을 거치며 변화되는 아이들과 엄마 하나의 세밀한 표정, 그리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수채화처럼 묘사한 화면을 보고 있노라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울다 웃다를 반복하며 마음속에 푸근한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 <늑대 아이>는 행복을 주는 영화다.

 

※ 사람들의 눈을 피해 조용한 시골로 내려왔는데, 오히려 도시보다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며 그들의 도움을 받으며 하나 가족은 지낸다. 이들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에 아이들의 성장이 가능했을 것이다.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정서란 게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 사실 난 하나 가족을 돕는 할아버지가 혹시 시아버지나 아무튼 남편 쪽 집안 어른이 아닐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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