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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는 주인공 늑대 아이
nuno21 2012-09-20 오후 5:36:49 460   [0]
 

홀로 자취생활을 하던 여대생 하나(미야자키 아오이)는 대학교 강의실에서 만난 한 남자(오오사와 타카오)와 사랑에 빠진다. 남자는 자신이 늑대인간이라고 고백하지만 하나는 사랑하는 그와 함께 하기로 한다. 미혼 상태지만 딸 유키(오노 모모카/쿠로키 하루)와 아들 아메(카베 아몬/니시이 유키토)를 낳고 단란한 가정을 꾸렸던 그들에게 남자가 사망하는 불의의 사고가 일어난다. 하나는 홀로 늑대인간인 유키와 아메를 키우기 위해 사람들의 눈을 피해 시골로 이사를 간다.


<늑대아이>는 <시간을 달리는 소녀>(2006)와 <썸머 워즈>(2009)로 국내에도 상당한 팬을 거느린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신작이다. 프리랜서였던 그가 스튜디오 치즈(지도)를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제작한 첫 번째 작품이기도 하다.


혹시 ‘늑대인간’이 등장하는 일본 애니메이션이라고 해서 판타지 세계에 나올 법한 캐릭터들의 향연이나 <트와일라잇> 시리즈 같은 인간과 타 종족 간의 시시껄렁한 로맨스를 상상했다면 큰 오산이다.


딸 유키가 과거를 회상하며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늑대아이>는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어머니의 헌신과 사랑을 다룬다. 그러면서 시종 따뜻하고, 유쾌하며, 또한 담담하다는 것이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다. 부정이나 모정을 들먹이며 눈물샘을 자극하는 불편한 억지 설정이 이 영화에는 없다.


상업 영화의 틀 안에서 점차 남자 주인공의 부속품으로 전락해가는 여자 주인공의 스펙트럼을 생각한다면 여성, 그것도 엄마를 주인공으로 하면서 주체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냈다는 점은 매우 놀랍다. 육아를 전면적으로 다루면서 이렇게 재밌을 수 있다는 점 또한 놀랍다.


그리고 <늑대아이>에서 특히 인상적인 장치는 대비와 역전이다. 태어날 당시 마당에 피어있던 코스모스를 보고 ‘하나(꽃)’라는 이름을 지어준 하나의 아버지처럼, 하나는 눈이 내리는 날에 태어난 딸에게 ‘유키(눈)’라는 이름을, 비가 내리는 날에 태어난 아들에게 ‘아메(비)’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눈이 수북이 쌓였던 날에 하나는 남자의 고백을 듣고 아이들과 눈밭에서 뒹구는 생애 최고의 날을 경험하지만, 비가 억수같이 오던 날에 하나는 남편을 여의고 아들을 떠나보낸다.


아이들의 성장 과정을 보고 있으면 매우 흐뭇한데, 특히 유년기 시절 유키(오노 모모카)의 귀여움은 단연 압권이다. 그녀는 활동적이고 외향적이며 야생에 어울린다. 열을 발산하는 그녀의 머리카락은 붉다. 반면 아메(니시이 유키토)는 허약하고 내향적이다. 차분하고 식어있는 듯한 그의 머리카락은 푸르다.


사람들의 관심에서 벗어나고자 시골을 택했던 하나가 역으로 끈끈한 공동체의 일원이 되는 것처럼 아이들에게도 반전이 찾아온다. 야생에 어울렸던 유키(쿠로키 하루)는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고 사람들과 교류하며 점차 여성스럽고 평범한 여자아이가 되어간다. 그녀의 머리카락은 일반인처럼 점차 검게 변한다. 야생과는 거리가 멀어보였던 아메(니시이 유키토)는 사람들과의 교류 없이 겉돌더니 오히려 자연에서 보금자리를 찾는다. 그의 눈매는 날카로워지고 야생늑대처럼 황금빛으로 물든다.


내레이션으로 유키만 등장하는 이유는 결말에서 아메가 먼저 어른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가 화자로써 어린 시절의 일을 자세히 설명해줄 수 있었던 것은 유키가 나중에 늑대아이를 키우게 될 때를 대비한 엄마 하나의 의도였다고 해석할 수 있겠다.


극중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에도 튀지 않고 끝까지 감성을 유지하는 데에는 애니메이션의 모든 요소를 조화롭게 버무린 연출력 덕이 크다.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전작들과 비교했을 때 단연 으뜸이라고 평가할만하다. 제2의 미야자키 하야오라는 별명이 과장이 아니라는 것을 바로 수긍할 수 있을 정도다. <별을 쫓는 아이 : 아가르타의 전설>로 특유의 색깔이 희석된 신카이 마코토 감독과 비교되는 지점이다. <늑대아이>를 관람하고도 호소다 마모루가 현재 일본의 젊은 장편 애니메이션 감독 중에서 최고의 위치라는 사실을 부정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당부하건데 이 영화를 본다면 반드시 영상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키기 바란다. 그림일기처럼 지나가는 아이들의 성장 모습을 보며 호소다 마모루 감독이 직접 작사한 주제곡 [어머니의 노래]를 음미하다 보면 어머니의 사랑을 한 번 더 뭉클하게 느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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