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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없는 세상에서 살아가기... 더 트리
ldk209 2012-09-25 오전 10:52:55 449   [0]

 

아빠 없는 세상에서 살아가기... ★★★

 

호주의 조용한 시골. 아름드리나무가 있는 주택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는 오닐 부부와 네 아이들. 그러나 피터 오닐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아내 던(샬롯 갱스부르)은 네 아이의 부양을 혼자 감당해야 하는 처지에 빠진다. 특히 딸 시몬(모가나 데이비스)의 상실감은 커서, 급기야 집 앞의 커다란 무화과 나무에 아빠 영혼이 스며들었다고 믿게 되고, 사람들이 자신들과 이웃 주택을 위험에 빠트리는 나무를 제거하려 하자 이를 막기 위해 나무 위에서 내려오지 않는다.

 

<더 트리>는 호주 소설 <나무에 살고 있는 아빠>를 원작으로 한 영화라고 한다. 소설을 읽은 줄리 베르투첼리 감독이 이야기에 매료되어 이미 판권을 구입한 사람을 찾아가 프로듀서를 맡아 공동 작업할 것을 요청해 결국 이루어진 프로젝트라고 하는데, 그만큼 이야기 자체가 가지고 있는 힘이 상당히 매혹적임을 알 수 있다.

 

애잔한 이야기를 잔잔하게 풀어 놓는 가운데, 정서적으로 먹먹함을 안겨준다는 점에서 영화화의 결과물도 나쁘지 않은 편이다. 그러나 이야기 자체에 스며들어 있는 힘이 스크린에 잘 묘사됐는지에 대해선 조금은 부정적이다. 사실 영화의 힘은 전반부에 주로 집중되어 있다. 남편, 아빠와의 행복했던 짧은 순간이 지나고, 갑작스런 아빠의 죽음 그리고 장례식, 상실감과 자신에게 남겨진 짐의 무게에 짓눌려 힘들어하는 던의 피폐해진 모습, 그리고 아빠의 영혼이 담긴 나무에 집착을 보이는 시몬의 표정을 살피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듯한 먹먹함에 가슴이 저려옴을 느끼게 된다.

 

그런데 그 후로 영화는 너무 평이해진다. 아니, 평이하다기보다 그 자리에서 멈춰 서 버린다. 던의 가슴 속 빈자리를 채워주는 조지의 등장, 조지와 시몬의 갈등, 무화과나무로 인해 피해, 이웃들과의 갈등이 마치 수박 겉핥듯 스쳐 지나간다. 그 하나 하나가 만만치 않은 정서적 깊이를 내포하고 있는 설정들임에 비해, 영화는 관객이 알아서 느껴야 한다는 듯 보여주지도 말해주지도 않는다. 먹먹함에 금방이라도 눈물이 흐를 것 같던 감정은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무덤덤해지고 추슬러진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할 아빠의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 나무에 대한 가족들의 감정의 깊이도 잘 살아나지 않는다. 결국 자연의 섭리가 진실이라는 메시지가 중요하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아빠 없는 세상에서 살아가야 함을 깨닫는 결정적 계기가 온전히 자연의 힘에 기대있다는 것도 뭔가 가슴이 허해진다. 이 공백을 메우는 건 오로지 던을 연기한 샬롯 갱스부르와 어린 딸 시몬을 연기한 모가나 데이비스의 애닮은 표정뿐이다.

 

※ 나중에 확인해보니 <더 트리>는 2010년 영화. 샬롯 갱스부르는 2009년엔 <안티 크라이스트>에서 아이를 잃은 엄마를, 그 다음 해에는 남편을 잃은 아내 역할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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