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애니메이션의 진화, 참으로 반갑다!!
바다출신 고등어 ‘파닥파닥’의 눈물겨운 수족관 탈출기.
바다를 자유롭게 헤엄치던 고등어 ‘파닥파닥’. 어느 날, 그물에 잡혀 횟집 수족관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곳에는 이미 그곳 나름의 서열이 정해져 있었고, 바다출신의 생존자 ‘올드 넙치’를 나머지 양식출신 생선들이 따르는 형국이었다. 그들은 ‘올드 넙치’의 통치방식에 잘 따른다. 말도 안 되는 수수께끼를 맞춰야 뭘 조금이라도 얻어먹을 수 있기 때문에.
한편, ‘파닥파닥’은 수족관을 탈출해서 다시 바다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 밖에 없다. 끊임없이 바다로 가기 위해 노력하는 ‘파닥파닥’. 아무리 발버둥 쳐봐도 수족관에 들어온 이상 죽은 목숨이라 외치는 ‘올드 넙치’. 우리의 ‘파닥파닥’은 수족관을 탈출해서 바다로 돌아갈 수 있을까....
한국 애니메이션의 수준이 이 정도로 발전할 것을 상상이나 했는가? 첫 장면부터 감탄을 자아내는 그림의 섬세함. 바다에 비치는 항구의 모습, 수족관에 기포 하나하나까지. 그 디테일한 그림을 보고 있자니 마치 실시를 보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사운드의 디테일은 또 어떤가? 실제 횟집에 온 듯, 여러 손님들의 대화가 섞여 들리는 음성, 횟집에서 늘 듣던 트로트 음악과 눈과 귀를 동시에 즐겁게 하는 뮤지컬 시퀀스까지...장면마다 정성이 가득해서 눈을 뗄 수 없다.
동물을 의인화시켜서 스토리를 전개시키는 것은 애니메이션 장르의 전형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수족관안의 사는 생선이 주인공인 적은 없었다. 그런 지점에서 이 영화는 새로운 애니메이션 주인공을 탄생시켰다. 외국 애니메이션 영화에 등장하는 동물들은 우리가 흔히 만나 볼 수 없는 동물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가깝게 [아이스 에이지]만 봐도 그렇다. 하지만 [파닥파닥]은 우리의 생활과 아주 가까운 횟감의 생선들이 그 주인공이다. 그래서 더 친근하고 가슴 아프다.
이 영화의 단점을 얘기하자면, 다소 이야기가 교훈적으로 느껴질 수 있어 거부감이 들 수 있는 지점이 있다는 것이다. 또 대사가 영화의 메시지를 정확히 집어내서 전달하기 때문에 관객들의 생각을 제한한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장점들이 이를 어느 정도 상쇄시켜준다.
중간의 뮤지컬 시퀀스는 장단점이 확실히 구분된다. 신선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이 장점이라면, 어느 시퀀스는 감정의 몰입이 극대화 되는 지점에서 등장해 몰입을 방해하기도 한다.
[파닥파닥]은 수족관 안의 생선들을 통해서 인간들의 삶을 투영한다.
손님들이 수족관 앞을 기웃거리면 배를 뒤집는 생선들. 강자 앞에서는 약한,
약육강식의 인간사와 맞닿아있다.
바다출신 ‘올드 넙치’를 다른 생선들이 우러러 보고, 그가 서열의 꼭대기를 차지하는 것은 곧 우리 인간들의 ‘족보문화’를 꼬집기도 한다. ‘뼈대 있는 가문, 명문대, 대기업’ 등의 엘리트코스를 지향하고 ‘~출신’이라 떠들어 대는 허세적인 사회풍토.
이에 대한 풍자와 조롱이 섞여 있다.
‘파닥파닥’은 말한다. 바다 출신 ‘올드 넙치’와 우리는 다르지 않다고...
[파닥파닥]은 또한 우리들에게 ‘도전’이란 키워드를 던진다. ‘파닥파닥’은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면 아무것도 안 된다’ 하고, ‘올드 넙치’는 ‘수족관에 들어온 이상 희망은 없다’라고 말한다. ‘파닥파닥’은 끊임없이 보이지 않는 벽을 뚫고 바다로 가기 위해 노력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의 선택에 의해 그 꿈은 실현되지 못한다. 하지만 그 꿈이 ‘올드 넙치’를 통해 실현된다. 자기 대신 인간에게 잡혀 먹혔던 ‘파닥파닥’의 모습을 본 ‘올드 넙치’는 바다로 돌아가야 할 희망을 꿈꾸게 된다. 바다로 들어가기 위해 가쁜 숨으로 바닥을 기는 ‘올드 넙치’에게 ‘파닥파닥’의 응원이 더해진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의 고향인 드넓은 바다로 뛰어든다.
우리들의 도전도 이와 마찬가지다. 도전 앞에는 항상 보이지 않는 벽 (수족관의 유리), 장애물이 존재하고 우리는 이를 뚫고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그 결과는 성공과 실패의 갈림길에서 여러 가지 변수로 인해 방향이 틀어진다. 모든 힘을 도전의 성공을 위해 쏟아도 주변 환경의 변수가 그 꿈을 실패의 길로 인도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결과를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우리의 도전 자체가 남에게는 희망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파닥파닥’의 꿈을 ‘올드 넙치’가 이뤄낸 것처럼.
더 많은 영화 리뷰!
JK Soul's FILM Magazine
http://jksoulfilm.tistor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