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여행으로 나를 만나다?
시간의 가장 절대적인 특징은 그 누구도 마음대로 이동할 수 없다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인간의 호기심은 가볼 수 없는 길에 더욱 끌리는 법,
시간여행을 다룬 이야기가 그만큼 무궁무진합니다.
루퍼의 주인공 역시 각기 다른 시공간에서 있던 2명의 ‘내’가 떡하니 정면승부를 펼치는
영화 ‘루퍼’입니다.
1역 2인의 배우들이 서로 대결을 펼치는 구성은 기존 시간여행 영화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던 설정인데요.
그간의 시간여행 영화들을 정리해보며 ‘루퍼’를 더욱 속속들이 살펴보겠습니다.
30년 후의 자신이 암살 타켓이라면?
일단 ‘루퍼’부터 살펴볼까요?
때는 바야흐로 2074년(이때면 정말 시간 여행이 가능할까요?),
미래의 조직들은 완벽한 증거 소멸과 시체 처리를 위해 제거 대상을 시간여행을 통해
2044년으로 보내버립니다.
그곳에서 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건 ‘루퍼’라 불리는 킬러들뿐
미래를 처단하는 시간 암살자, 그런데 30년 후 나를 타겟으로 만나버리는 운명의 장난~.
그러던 어느 날 이 세계 최고의 킬러로 인정받고 있는 ‘조(조셉 고든 레빗)’ 앞에
새로운 타겟이 등장합니다.
살해 당한 아내를 다시 살리려 과거로 돌아온 30년 후의 바로 자기 자신(브루스 윌리스인) 말이지요.
미래에서 보내진 모든 타겟을 제거하고, 증거를 남기지 않는 ‘완전 범죄’로 마무리 하며,
실패란 있을 수 없는 것(그 타겟이 ‘나’ 일지라도)이 바로 루퍼의 법칙.
그런 루퍼에게 미래의 내가 타켓으로 주어졌으니, 이 복잡미묘한 대결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시간여행 영화, 무엇무엇이 있나?
할리우드영화로는 최초로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개막작으로 선정된 ‘루퍼’는
예측불허의 참신한 소재로 개막 전부터 기대를 모았는데요.
영화제에서 베일이 벗겨지자 “‘12몽키즈’ 이후 최고의 시간여행이다.” “‘터미네이터’ ‘백 투 더 퓨처’에 비견될 만큼 크고 강하며 용감하다” 등의 찬사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그간의 ‘시간영화’와 비견되고 있는 만큼
관객들을 사로잡았던 주요 시간여행 영화를 쭉 정리해보는 게 좋겠지요.
유형1. 과거를 바꿔야 미래가 산다?
인류 구원의 사명을 띠고 위해 과거로 가겠어요.
대부분의 시간여행 영화는 현재를 바꾸기 위해 과거로 돌아갑니다.
현재로서는 이미 손 쓸 수 없는 일을 과거로 돌아가 미리 막아보자는 것인데요.
SF의 클래식이라고 할 수 있는 ‘터미네이터, 1984’가 먼저 떠오릅니다.
당시로서는 현재를 바꾸기 위해 과거를 통제한다는 스토리 라인이 굉장히 독창적이고 신선했지요.
미래를 암시하는 특수효과 비주얼도 눈이 휘둥그레질 만큼 앞서갔었지요.
1995년에 등장한 역시 SF명작으로 불리는데요. 2035년,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류의 99%가 멸망한 상황에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바이러스가 퍼진 1996년으로의 시간여행을 감행하게 됩니다.
더 이상 해법이 없는 최악의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등장하는 최후의 보루가 ‘시간여행’인 셈이지요.
유형2. 중독된 시간여행, 부작용도 주의!
한번 바꾸니 계속 꼬이게 되는 시간여행 중독, 조심합시다.
우연히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됐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요?
인류의 생사가 아니라 과거 후회로 남았던 사사로운 개인사를 고치고 싶을 것 같은데요.
그런데 그 작은 변화가 얼마나 큰 파장을 가져오는지,
시간여행도 중독이 되면 부작용이 크다는 걸 두 영화가 말해주고 있습니다.
먼저 ‘나비효과, 2004’는 우연히 일기장을 통해 시공간 이동 통로를 알게 된 주인공이
과거로 돌아가 지난 상처와 불행들을 고쳐나갑니다.
하지만 과거를 고칠수록 더욱 충격적으로 변한 현실이 기다리고 있고,
반복되는 시간여행은 의도와 달리 불행을 뽑아내지 못하고 말지요.
한편 애니메이션 ‘시간을 달리는 소녀, 2007’의 주인공은 타임리프라는 특별한 능력을
학교생활의 소소한 재미에 활용합니다.
그러다 느닷없는 친구의 고백에 놀란 주인공은 이를 피하기 위해 자꾸 과거로 돌아가지만
주변의 일만 더 꼬이고 말지요.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는 시간여행,
제멋대로 사용했다간 골치만 더욱 아파진다는 교훈이라고 할까요?
성형중독보다 더 무섭다는 시간여행 중독, 우리에게는 기회조차 없겠지요? ^^;;
유형3. 시간여행에는 자고로 ‘타임머신’
고등학생들의 명랑 타임머신 여행기, 호기심이 더 무서워요.
자고로 시간여행이라면 ‘타임머신’이 등장해야 제맛 아닐까요?
시간 여행의 고전으로 꼽히는 ‘백 투 더 퓨쳐, 1985’는 평범한 고등학생이 우연히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다는 설정에 코믹한 요소가 더해지며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지요.
과거 속 어머니가 아버지보다 자신을 더 좋아해 어쩔 줄 몰라 하던 주인공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요.
타임머신은 철없는 고등학생과 잘 어울리나봅니다.
일본 영화 ‘썸머 타임머신 블루스, 2005’도 고등학생 친구들이 미래에서 온 아이
(주인공 중 한 명의 아들이지요)가 타고 온 타임머신으로 이리저리 시간을 옮겨 다니며
아슬아슬한 상황을 만들어내지요. 오작동을 할 것만 같은 타임머신의 요상한 불빛,
그것이 시간여행의 또 다른 묘미가 아닐까요?
늘 호기심 넘치는 아이들과 만나서 문제가 커지지만 말이지요.
유형4. 무의식과 시간여행이 만나다
기억을 통한 과거여행, 이거 은근 실현가능성이 있어 보여요.
조금은 특별한 시간여행도 있습니다. ‘인셉션, 2010’이 보여준 무의식의 탐험이 그것인데요.
드림머신이라는 기계로 타인의 꿈과 접속해 생각을 빼낼 수 있는 미래 사회,
이를 완벽히 완수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기억도 완벽히 통제해야하기에
또다른 의미의 시간여행이라 할 수 있지요.
2011년 개봉한 ‘소스코드’ 역시 독특한 시간여행의 유형을 보여줍니다.
기차 테러로 희생된 한 남자의 마지막 8분으로 들어가 폭탄을 찾고 범임을 잡아내는 것인데요.
8분 후에는 어김없이 열차가 폭발하지만 그 8분을 원하는 대로 재구성하기 위해
계속해서 기억속으로 들어가는 고군분투가 꽤 스릴 넘칩니다.
다른 사람의 의식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한 단계 업그레이된 시간여행 유형 같은데요.
왠지 실현 가능성이 있어 보이지 않나요?
범죄조직의 시간여행은 뭔가 특별해
과거 혹은 미래의 나와 마주하다니, 웬만한 시간여행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
‘루퍼’의 시간여행이 지니는 특별함은 위에서 제시한 시간여행 유형 중
어디에도 딱 들어맞지 않는 참신함에 있습니다.
특히 시간여행이 완벽범죄를 위한 도구라는 설정이
인류 평화를 위하는 것보다 더 통쾌하고 짜릿합니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시간여행 영화가 암묵적으로 금기시 하는
과거 혹은 미래의 자신과 마주하는 상황을 오히려 전면에 내세웠다는 것입니다.
더욱이 미래의 자신을 죽여야 하는 숙명이라니,
시간이 얽히고설키는 와중에도 탄탄한 구조가 뒷받침되어야 가능한 스토리 라인 같아 보이지요.
보고 나서 머리만 지끈해질지, 무릎을 치며 감탄사를 내뱉을지,
상반된 반응 속에서 구성의 힘을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조셉 고든 레빗과 브루스 윌리스, 우리는 2인 1역이다
자, 닮은 점을 찾아보아요. 안 보인다고요? 눈을 더 크게 뜨고 찾아보아요~.
‘루퍼’의 핫 이슈 중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조셉 고든 레빗과 브루스 윌리스의 2인 1역 캐스팅이지요.
‘500일의 썸머’로 귀여운 훈남으로 등극한 조셉 고든 레빗은 ‘인셉션’ ‘다크 나이트 라이즈’와 같은
연이은 흥행 대작에 출연하며 새로운 흥행 파워 배우로 등극했지요.
한편 브루스 윌리스는 ‘익스펜더블2’ ‘지.아이.조2’ 등 여전히 액션영화를 섭렵하며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는 액션 아이콘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솔직히 이미지가 전혀 다른 이 두 사람이 2인 1역이라니,
처음엔 조금 어색해도 그래서 더욱 확인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드는데요.
단, ‘루퍼’에서는 일명 ‘조토끼’로 불리는 조셉 고든 레빗의 귀여운 모습은 기대하지 마셔야겠습니다.
실감나는 액션과 강인한 카리스마 등 그동안 조셉 고든 레빗에게서 볼 수 없었던
거칠고 남성적인 매력을 뽐낼 예정이라고 하니까요. 팬들이라면 놓칠 수 없는 기회겠네요
루퍼 영상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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