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 인형을 너무나 사랑하는 소년이 소원을 빈다.
그 소원이 이루어진다. 생명을 얻은 곰 인형은 소년과 친구가 된다.
<19곰 테드>는 이 이후의 이야기를 하는 영화다. 소년이 청년이 되고 성년이 될 동안 이 곰이 주구장창 옆에 있다면? 이 곰의 외양은 여전히 귀엽지만 내면은 소년과 같이 아저씨가 되어가고 있다면? 그리고 이 녀석이 친구의 연애전선에 방해가 되기 시작한다면?
컨셉만으로도 충분히 끌리는 영화다. 귀여움과 웃김과 로맨틱함이 공존할 수밖에 없는 영화다...라는 생각은 오산일 확률이 높다.
<19곰 테드>는 귀여움과 웃김과 로맨틱함을 넘어서는 골때림으로 무장한 본격 B급 섹시코미디 영화다.
아주 노골적으로 웃겨주마!
영화는 도입부부터 자신의 정체성을 확실히 한다. 아기자기한 이야기 속에 깨알같이 등장하는 코믹함이 아니라 적나라하게 펼쳐진 코미디의 세계에서 깨알같이 흘러가는 이야기를 들려주겠다고. 그렇다. 이 영화는 예고편이나 포스터로 보여준것 이상으로 '코미디', 그것도 '섹시코미디'의 정체성을 확실하게 갖고 있다. 기본적으로 쉼 없이 흐르는 미국식 유머에 원초적인 몸개그도 집어넣고 심지어 의도된 삼류스러움까지 갖춘 <19곰 테드>는 B급 코미디로 관객들을 쉼없이 웃게 해준다.
야 테드! 너 이렇게 귀여워도 돼? 이렇게 웃겨도 되나고!
분명히 말했다. 이 곰 인형, 안 귀엽다고. 이 놈, 생긴것만 곰 인형이지 입에 욕을 달고 사는 변태 색마다. 어린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순수한 면 따위 지나가는 개에게 던져준지 오래란 소리다. 그런데... 그래서 귀엽다... 귀여우려고 하지 않아서.. 귀엽다... 그리고 곰이니까... 다 웃긴다... 곰 인형이기에 신선하게 느껴지는 드립들과 개그질, 그리고 그 모든 모습들이 귀엽게 다가오는... 아.. 이래서 소녀들이 그렇게도 인형을 사랑하나 보다.. 곰 인형은.. 뭘해도 귀엽다...
근데.. 근데 말야.. 개그란건 코드란 말이지...
분명 <19곰 테드>는 본격 B급 섹시코미디 영화다. 하지만 미국 영화다. B급 정서와 드립들도 미국 정서와 드립이다. 이는 이 영화의 정서가 의외로 제한된 관객들에게만 통할 수 있다는 약점을 내포하고 있다. B급 정서 자체가 마니악한 면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애인과 귀엽고 섹시하기도 하고 웃기기도 한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를 기대하고 온 관객이 있다면, 혹은 미국식 강한 유머가 불편한 관객이 있다면, 이들에게 이 영화는 조금 충격적일 수 있다. 분명 웃으라고 넣었을텐데 불편하게 느껴지는 장면들이나 대사들도 있을것이다. 또, 포스터나 예고편에서는 이 영화의 정체가 충분히 보여지지 않았기 때문에 영화관 내의 분위기조차 애매할 수 있다(필자가 이용한 영화관의 분위기가 그랬다). 지금이 웃어야 하는 부분인지 민망해야 하는 부분인지. 나는 웃긴데 옆 사람이 애인 옆에서 민망해하니 나는 크게 웃지도 못하겠는 그런 분위기들이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이야기나 극의 전개에 심혈을 기울이지 않은, 말 그대로 본격 코미디 영화이기 때문에 이 코미디 정서가 불편한 관객들에게 이 영화는 기대만큼 재미있지 않을것이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그런 관객들은 영화가 시작되고 나서야 그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포스터나 예고편에서는 이 정도 수위의 색드립과 인종 개그가 난무할거라 예상하긴 힘드니까.
알고 보자! 본격 섹시 코미디 영화 <19곰 테드>!
이 영화가 노골적으로 웃기려는 섹시코미디라는걸 알고서도 이 영화를 선택했다면, 그대는 매우 유쾌한 영화를 보고 나올 것이다. 이 영화에 탄탄한 스토리라인이나 아기자기한 웃음, 훈훈한 정서등을 바라고 설레는 마음으로 이 영화를 선택했다면, 글쎄.. 영화관을 나서며 사귄지 얼마 안되는 애인과 어색한 미소와 대화를 나누게 될 가능성이 꽤 높다. 이 영화! 본격 코미디 영화다! 명심하고 보자! 그리고 마음껏 웃자! 아... 근데 이 영화가 미국에서는 15세 관람가였다는 사실은 아직 좀 충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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