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가족의 이기주의가 낳은 도덕 불감증.
관객에게 오래 회자되는 영화는 속편의 제작을 부른다. 올해 [맨인블랙3]는 10년 만에 돌아왔고, [스파이더맨]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으로 프리퀄 시리즈를, 배트맨은 [다크나이트 라이즈]로 놀란 버전의 배트맨 3부작 마지막편을 내놓았다.
속편의 제작은 전편이 그만큼 흥행했단 이야기도 되지만 다르게 보면 영화계가 낯설고 새로운 이야기에는 투자를 망설인다는 이야기도 된다. 낯설고 새로운 이야기가 가지는 리스크를 감당하기보다는 전편의 성공을 힘입는 속편의 제작이 그들에게는 손쉬운 선택이기 때문이다. 보통 속편이 전편보다 못하다는 이야기가 왕왕하게 들리는 까닭은 이런 영화계 제작자들의 안일한 생각이 한 몫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전편 보다 못한 속편.’ [테이큰 2]가 이 속편의 저주에서 벗어나지 못한 건 무엇 때문일까?
[테이큰 2]는 [테이큰 1]의 플롯을 그대로 따른다. 브라이언 밀스가 전편처럼 딸 킴을 만나러 가는 장면의 시작이 이 영화의 진행 방향을 친절히 설명해주고 있다.
운전면허 교습을 핑계 삼아 킴을 한 번이라도 더 자주 보고 싶은 아빠 브라이언 밀스는 뜻하지 않게 허탕을 쳤다. 킴에게 남자친구 제이미가 생겼기 때문. 인신매매 조직에게 잡혔다가 구출해낸 딸의 일거수일투족이 브라이언 밀스에게는 일각을 다투는 위급상황이 되버린 이상, 딸의 안위를 위해서 간섭은 그에게 생활이 된다. 그런 간섭이 불편해 또 브라이언과 거리두기를 하는 킴.
전처 레노어는 현 남편 스튜와 별거 중이다. 브라이언이 레노어를 달래기에는 적절히 구비된 자격이 없어 마땅치는 않다. 급하게 와인 한 잔 같이 마셔줄 뿐. 그래서 브라이언은 아내와도 데면데면. 1편보다 크게 나을 것 없는 관계설정을 보인다. 이런 관계 설정이 영화 전체의 3분의 1. 아직 리암니슨의 ‘절권도 비스무리 액션’은 코빼기도 볼 수 없다.
한편, [테이큰 2]는 또 다른 스토리가 한 축을 맡고 있다. 바로 ‘복수 대 복수’의 대결.
킴의 납치사건으로 조직에 치명타를 입고, 가족의 목숨까지 빼앗긴 인신매매범 일당이 브라이언에게 복수하기 위해 그를 쫓는다. 액션용 스토리의 등장. 이스탄불로 경호업무 출장을 왔던 브라이언은 레노어와 킴을 그 곳으로 초대, 타지에서의 여행으로 서먹해진 가족의 정을 회복하려 하는데, 그 때 일당의 기습을 받고 브라이언과 레노어가 납치되면서 액션영화로서의 본격적인 레이스를 시작한다.
[테이큰 2]는 전편보다 이야기의 스케일을 키웠다. 딸 킴 하나만을 구하면 됐었던 전편에 비해 자신과 레노어 둘을 구해야 하고, 악당이 시답지 않게 정의라는 이름으로 복수를 계획하고 있으니 더 악한 상대와 싸워야 하는 위기상황도 만만치가 않다. 하지만 [테이큰 2]는 이야기의 스케일을 키우면서 진행과정의 개연성에는 무심한 모습을 보인다. 전편에서도 딸 하나를 구하기 위해 파리 시내를 뒤엎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이번에는 그 정도가 너무 과했다는 생각이 든다.
수류탄을 세 번 터뜨린다. 처음에는 사람 없는 옥외 주차장에 한 번, 그 다음에는 일반 건물 지붕에 두 번. 자신의 위치를 알아내기 위해 도시를 쑥대밭으로 만든다. 일절의 미안한 마음도 내비치지 않는다. 딸에게 어렵게 권총 한 자루를 받고, 총알은 감독에게 수시로 지급받는다. 떨어지지 않던 총알의 마지막 한 발은, 악당 우두머리가 자신을 쏠까봐 영리하게 빼놓고 약 올리는데 이용한다. 브라이언은 이번에도 역시 전처 레노어보다는 딸 킴을 더 사랑하는 게 들통났다. 가장 위험한 상황에 놓인 사람은 레노어임에도 킴은 무조건 대사관에 보내 안전을 보장해주려 한다. 두 번이나 레노어를 놔두고는 돌아올 거라 달콤한 말을 속삭인다. 안 돌아왔으면 어떡할 뻔 했는가.
이런 비약적인 설정들이 눈엣가시처럼 영화를 물고 늘어지는 이유는 이 영화가 액션장면의 쾌감도 전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전편에서의 ‘주인공 만능주의’ 장면을 참고 봤던 건 화려한 액션장면이 그만큼의 보답을 해줬기 때문인데, [테이큰 2]에서는 그 액션의 통쾌함을 찾기가 힘들다.
2008년에 [테이큰 1]이 개봉했으니 4년의 세월이 흐른 셈이다. 브라이언도 늙었으니 그의 달리기 속도가 예전만 못할 것이라는 건 관객도 넓은 마음으로 이해하는 바다. 그렇다고 그가 느리게 달리는 걸 그대로 관객에게 보여서는 안 된다. 그렇게 보이지 않아야 하는 게 감독의 연출력이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부딪치는 액션장면은 전편에서 다뤘던 화려한 앵글이나 슬로우 모션을 찾을 수 없다. 정신없이 흔들어 분절된 쇼트들의 나열로 적을 어떻게 제압했는지 알아채기가 힘들다. [테이큰2]가 전편보다 유난히 총격신이 많은 것은 리암 니슨의 화려한 액션을 기대했던 관객들에게는 너무 안일한 선택으로 비친다. 관객이 기대한 액션은 총격신이 아닌데...
‘전편보다 못한 속편’이란 이야기. 이제 더 이상 그런 이야기를 듣는 영화가 나오지 않았으면 했는데, 불행하게도 [테이큰 2]가 그 목록에서 한 자리 차지하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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