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세상 모든 아버지의 마음은 같다. 오직 자식생각 뿐.
[Mr. 스타벅]을 본 첫 느낌. ‘먹먹하다.’
여태껏 아버지의 얼굴을 마주하고 살가운 대화를 나눈 적이 몇 번인가 반성하게 된다. 한국사회에서 보통 ‘아버지’의 존재는 ‘어머니’가 주는 친밀함, 따스함과는 거리가 있다. 그들은 자식들을 위해서 일하면서도 생색 한 번 낼 여유를 갖기 힘들고 사회로부터 고스란히 받은 피로와 스트레스는 쓴 소주 한 잔으로 털어버린다. 무관심과 침묵으로 점철된 ‘아버지’의 이미지는 사실 알고 보면 우리의 편견이 만들어 낸 것이다. 자식 된 도리로 먼저 다가가지 못한 것이 죄라면 죄. 에둘러 흘러간 시간을 그만 탓하고 아버지와 소주 한 잔 해야 하지 않을까.
이 세상에 모든 아버지의 마음은 같다. ‘Mr. 스타벅’처럼.
영화 [Mr.스타벅]은 젊은 시절에 했던 정자 기증으로 533명의 아이를 갖게 된 데이비드 우즈냑 (패트릭 휴어드)의 이야기다. 그의 정자로 태어난 533명의 아이들 중 142명이 그에게 소송을 건다. 생물학적 아버지인 스타벅을 만나고 싶다는 것. 하지만 데이비드는 8만 달러의 빚 청산과 임신한 여자 친구 발레리(줄리 리브리턴)를 달래주는 것만으로 인생이 벅차다. 일단 친구인 변호사한테 소송을 건 친자 142명의 정보를 받게 된 데이비드. 그는 혈연에서 비롯된 호기심에 그들을 한 명씩 찾아가고, 우연히 그들의 어려움을 목격하고 묵묵히 돕는다. 그러면서 알게 모르게 그들에게 父情을 갖게 된다.
데이비드, 그는 자신이 스타벅이라는 것을 밝힐 수 있을까.
[Mr. 스타벅]에는 아버지의 정서가 가득하다. 데이비드가 호기심에 아이들을 찾아가 그들을 지켜보고 어려운 부분을 돕는 전반부는 그가 자신도 모르게 아버지로서 역할 하는 부분을 나타낸다. 끈끈한 혈연 때문일까. 그는 자신이 지닌 유전자를 고스란히 받은 아이들이 겪는 고민과 고통의 씨름을 묵묵히 지켜보고 돕는 울타리가 되기를 자처한다. 따뜻한 음악과 함께 그가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퀀스는 보는 내내 훈훈한 미소를 잃지 않게 한다.
보조 플롯으로 짜인 이야기들은 대부분 밀도가 높지 않아 부수적으로 느껴지지만, 단 하나 의 인상적인 이야기는 시선을 붙잡는다. 바로 데이비드의 아버지와 데이비드가 대화를 나누는 부분이다. 데이비드의 아버지는 데이비드에게 ‘자신의 인생에서 최고의 성공은 매일 네 곁에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따뜻한 말 한 마디는 데이비드에게 용기를 준다. 그 자신이 스타벅이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142명, 아니 533명 앞에 자신이 아버지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
데이비드의 마지막 아들이 탄생할 때, 그를 아버지로 맞아주는 142명의 또 다른 아들, 딸은 이미 서로가 한 가족이라는 인식 하에 서로를 부둥켜안는다. 부감으로 담아낸 이 장면은 진한 감동을 전한다.
[Mr.스타벅]은 따뜻하지만 코미디 정신을 잃지 않는다. 자칫 무겁고 진지할 수 있는 소재를 발랄한 분위기로 다루려는 노력이 지속적으로 엿보인다. 박장대소할만한 코미디를 찾기는 힘들지만, 진지한 상황에서도 툭툭 던져대는 ‘말장난 유머’는 시종일관 분위기를 전환하며 유쾌하게 다가오는 효과가 있다.
따뜻한 아버지의 시선이 잘 드러나는 전반에 비해 후반의 이야기가 듬성듬성 진행되는 부분은 아쉽다. 빚쟁이 시퀀스, 줄리의 출산, 데이비드 가족 이야기가 겉도는 건 매끄러운 이음새가 없고 이야기의 등장 타이밍도 어긋나 보여 효과적이지는 못하다.
전반적으로 무난한 앵글로 구성되어 있지만, 몇몇 쇼트들은 데이비드의 행동이나 표정을 길게 끌어주며 감정의 증폭을 돕는다.
마지막으로 영화에 등장하는 아름다운 음악은 [Mr.스타벅]이 지닌 가장 큰 매력이다.
JK Soul's FILM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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