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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지독한 사랑에 관한 길고도 짧은 필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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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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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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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0-31 오후 6:25:15 |
1836 |
[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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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내용과 무관할 수도 있는 감상입니다..)
전제1. 세상에서 가장 슬픈 탐욕 - "욕망慾望으로서의 사랑"
한 사람을 사랑한다고 말할 때, 그 사랑의 대상은 과연 무엇일까. 영혼과 육체, 목소리와 눈빛, 체취와 습관... 이 모든 것을 아우른 그 사람으로서의 그 사람, 그 어떤 것으로도 대체될 수 없는 그 사람의 존재 자체일 것이다. 따라서 사랑하는 사랑의 죽음은, 더 이상 지상에서 그(녀)와 교감할 수 없다는 것과 동시에 그(녀)를 만질 수 없다는 것이 된다. 영화 <중독>의 여주인공은 시동생의 모습으로 돌아온 남편의 영혼 앞에서 흔들린다. 그녀가 흔들리는 이유는, 어쩌면 살아있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서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존재감을 열망하는 것은 살아있는 모든 살아있는 존재의 근원적 욕망이다. 그 사람을 희구하고, 열망하고, 그 사람의 사랑에 희열하는 것, 그것이 사랑인 것이다. 그러기에 사랑은, 그 사람의 부재와 함께 끝난다. 더 이상 욕망이 받아들여지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비극적 사랑의 종말이 죽음인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 아닐까. 죽음을 넘은 사랑, 인력을 넘은 영원한 사랑에 대한 갈망은, 불가능하기에 슬프다.
전제2.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죄악 - "죄악罪惡으로서의 사랑"
사랑은 모든 것을 초월한다. 국경과 나이, 계급을 포함한 모든 상식의 선을 넘을 수 있는 것, 그것이 사랑의 위대함일 것이다. 여기에 '인륜'이라는 도덕적 잣대가 끼어들면 그 파장은 더욱 거세어진다. 감히 사랑해선 안 되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 그것은 죄악이 된다. 어머니와 아들의 사랑이 그러하며(페드라), 매부와 처형의 사랑이 그러하다(정사). 영화 <중독>의 남자주인공은 형의 영혼을 갖고 깨어나 형수를 사랑한다. 그의 사랑이 죄악인 이유는, 당사자가 아닌 타인들의 시선 때문이다. 허락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거부할 수 없는 이들의 사랑은, 그러기에 더욱 아름다운 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짧은 기간의 얘깃거리일 수 있지만, 그들에게는 치유할 수 없는 상처가 되어 평생을 괴롭힐 것이기 때문이다. 죄악으로 치부된 사랑의 낙인, 그 무게에 휘청거리면서도 서로를 놓지 않은 그들의 사랑은 강하고, 아름답다.
전제3.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사랑 - "독毒으로서의 사랑"
중독(中毒) ① 독성이 있는 물질을 먹거나 들이마시거나 접촉하여 목숨이 위험하게 되거나 병적 증상을 나타내는 것. ② 술·담배·아편 등을 자주 즐겨, 그것을 마시거나 피우거나 맞거나 하지 않으면 정신적·신체적으로 정상적 상태를 갖지 못하게 되는 것. ③ 어떤 사상이나 사물에 젖어 버려 정상적으로 사물을 판단할 수 없는 상태.
사랑의 독성에 관한 명제나 사례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눈에 콩깍지가 씌었다'는 유머러스한 관용구 역시 변별력을 잃게 하는 사랑의 독성에 대한 것일 정도이다. 비정상적인 열병... 무방비 상태의 한 사람에게 기습적으로 찾아와 하루에도 몇 번씩 극단의 떨림과 절망을 오가게 하는 그 이름은 마약보다 더한 중독성을 지닌다. 장애가 클수록 더욱 강해지는 사랑의 중독성은, 이로 인해 수많은 비극을 낳게 된다. 영화 <중독>의 여자주인공은 영혼과 육체가 분리된 한 남자를 사랑한다. 금지된 육체로 돌아온 남편. 사랑은, 남자에게 역시 스스로의 정체성마저 버리게 하는 독성으로 작용한다. 1년이라는 긴 시간에도 퇴색하지 않은 사랑의 독성은 그녀의 영혼과 육체 곳곳에 스며들어 그녀의 이성을 방해한다. 이미 부재의 고통을 경험했기에 1년 전의 그것보다 더한 독성으로 그녀를 괴롭혔을 지도 모른다. 그 어떤 항체도 무력해지는 사랑의 바이러스. 태어나 한 번쯤 사랑의 열병에 달뜨거나 사랑의 고통에 눈물 흘려본 사람이라면, 그 누구도 이들의 사랑에 손가락질 할 수 없을 것이다. 사랑이 위험한 이유는 그 독성 때문이 아니라, 그 독성에 노출된 사람이면 누구나 중독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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