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이래 디즈니는 기존 동화 속 공주들보다 한층 더 적극적이고 자유분방한 여성상을 지향
해왔다. 하지만 결론은 언제나 '공주(미녀)님은 잘생기고 권력도 있고 돈도 많은 왕자님과 행복
하게 잘 살았습니다'였다. 그나마 디즈니 공주 이야기 가운데 최근작이라고 할 수 있는 <라푼젤
>이 이전 디즈니가 보여줬던 공주들보다 한층 진취적인 역동성을 구축하여 운명을 스스로 개척
하는 능동적인 여성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디즈니와 픽사가 합병한 이래 처음 선보이는 공주님
이야기는 어떤 공주를 표현하고 피력할지 하는 궁금증을 가지고 <메리다와 마법의 숲> 곁으로
다가가 본다.
엄마가 곰이 됐어요!
스코틀랜드의 전통 깊은 왕국의 공주 '메리다'는 드레스와 구두보다 말을 타고 활쏘는 것을 좋아
하는 천방지축 장난꾸러기.
하지만 메리다의 엄마인 '엘리노어 왕비'는 그녀를 우아하고 아름다운 공주로 만들기 위해 메리
다가 제일 싫어하는 '공주 수업'을 강요한다.
게다가 상상만해도 끔찍한 결혼까지!
메리다는 엄마에게 화가 나 가지 말라고 했던 비밀의 숲으로 들어갔다가 마녀를 만나 엄마를 바
꿔달라고 부탁한다.
그런데 마녀의 마법에 걸린 엄마가 갑자기 곰으로 변하게 된다!
과연 메리다는 엄마의 마법을 풀고 왕국을 구할 수 있을까?!
엄마를 구하기 위한 메리다의 마법 같은 모험이 시작된다!
애니하고 별로 친하지 않은 관계로 애니를 그리 챙겨 보는 편은 아닌데 우리집 막내둥이 초등학
교 1학년 조카가 보자고 하여 마침 추석 연휴이기도 하고 머릿말의 궁금증도 풀겸해서 애니 영화
<메리다와 마법의 숲>을 만나게 되었다. 그런데 전날밤 무리를 한탓인지 아니면 본인의 눈높이
에 안맞어서 그런지 몰라도 '졸음'이란 단어가 친구하자고 자꾸 매달려 영화를 제대로 감상하지
못하는 난감한 형국에 이르르고 말았다. 그런 반면에 초등학생 조카는 한치의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엔딩자막 올라갈때까지도 스크린만 뚫어지게 쳐다보는 것을 보고 영화 상영이 끝나고 영화관
을 빠져나오는 길에 조카에게 '그리도 재미있었냐?'하고 물으니 메리다의 눈을 쳐다보고 있으
니 눈이 저에게 '너는 눈이 참 예쁘구나, 같이 놀지 않을래?' 하는 말을 걸어와 메리다와 같이 놀
았다는 거다. 이만큼 어린아이들의 상상력은 풍부하면서도 맑다. 이와 반면에 때가 찌들때로 찌
들은 본인이 이 답변을 듣고 인지한 뇌리엔 '격세지감'이란 고사성어가 아로 새겨짐과 동시에
'다시 한번 기회되면 메리다의 눈을 한번 주의 깊게 봐야지'하고 생각한지 몇일 안되어 평일 낮
시간에 재감상한 결과, 조카에게 들은 말로는 메리다의 눈이 말을 걸어온다는데 아무리 눈을 주
의 깊게 응시해도 말걸려는 시늉조차 보이질 않았다. 그런데 메리다의 눈을 응시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인가, 깨끗하고 순수함을 상징하는 해맑은 눈빛이 본인의 응시하는 시야와 마주치면서
어느샌가 모르게 해맑다시피한 미소를 입가에 띄우는 본인을 발견하고 짐짓 놀라지 않을 수 없
었다. 그 후로 모든 캐릭터의 눈이 맑고 깨끗하게 보이고 머리카락 한올한올, 풀잎 하나하나, 물
방울등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배경들이 맑고 깨끗함을 넘어서 감상하는 이의 마음을 해맑아지게
한다. 이처럼 애니를 감상하면서 마음이 맑아지는 경험은 실로 오래만이게끔 느께게한 애니 영
화 <메리다와 마법의 숲>이다.
여러분 좋은 영화 많이 감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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