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담패설도 곰 인형이 하니깐 귀엽네.. ★★★☆
<19곰 테드>는 왕따인 소년이 유일한 친구인 곰인형이 말을 했으면 좋겠다고 소원을 빌었더니 그 인형이 살아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 곰 테드와 함께 30여 년을 친구처럼 지내왔다는 황당한 이야기의 영화다.
귀여운 곰 인형이 나오니 언뜻 가족영화가 아닐까 싶지만, 미성년자 관람불가의 음담패설이 난무하는 섹스 코미디에 가까운 영화다. 왜 가깝냐고 했냐면 묘하게 지저분한 화장실 유머를 곰 인형이 하니 지저분하다기보다는 귀엽다는 느낌이 먼저 다가오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얘기해,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내내 배꼽 잡으며, 혼자 키득키득 대며 즐겼다. 아마 혼자 텔레비전으로 이 영화를 봤다면 거실에서 구르며 웃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다른 사람도 나처럼 재밌게 이 영화를 볼 수 있을까 생각하면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없다. 아마 오히려 그러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얘기할 것이다. 기본적으로 코미디는 취향을 많이 타는 장르이고, 헐리웃의 화장실 유머와 노골적인 인종과 성에 대한 불공정한 유머가 판을 치는 이런 영화는 더더군다나 더 심하게 취향을 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노골적 유머에 비해 기본적인 이야기 자체는 단순하면서도 전형적인 편이다. 어찌 보면 뻔하다. <19곰 테드>는 곰 인형이 상징하듯 나이는 어른이지만 여전히 성장하지 않은 아이들 같은 유치한 어른이 여러 일들을 겪으며 진정한 성인, 책임지는 성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너무 흔하다 싶을 정도의 얘기다. 그런데 이런 흔한 얘기에 음담패설과 대마초를 입에 달고 사는 곰 인형이 투입되는 순간 영화의 분위기는 180도 달라진다. 이런 기묘한 느낌이야말로 <19곰 테드>의 가장 큰 장점이자 재산이다.
※ 이 영화의 가장 큰 판타지는 곰 인형이 말을 하고 살아 움직인다는 것보다 밀라 쿠니스 같은 여성이 마크 월버그를 일편단심 사랑한다는 점이다.
※ 영화 속 대사 중 곰 인형을 떠나보내지 않으면 어른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사실 남자는 곰 인형이 옆에 있든 없든, 나이가 적든 많든 성장하기 힘든 존재인 것 같다. 아니면 성장한 것처럼 속이거나.
※ 용산 CGV에서 <19곰 테드>를 봤다. 멀티플렉스는 보통 공지된 시간보다 10분 정도 뒤에 시작하는 데, 웬일인지 거의 정시에 시작하는 것이다. 아무튼 영화 시작하고 10분인가 지난 상황에서 갑자기 암전. 일종의 영사사고 발생. 이후로 약 10분 정도 암전이 유지되었다. 그러더니 <광해, 왕이 된 남자> 광고부터 시작해 상영관 안내, 영화관에서 지켜야 할 에피소드 영상을 다시 보여주고 나서야, <19곰 테드> 처음부터 다시 상영. 문제는 암전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극장 측의 어떠한 해명이나 사과도 없었다는 점이다. 영화를 보고 집에 돌아와서 생각해보니 이건 아니다 싶어 CGV 홈페이지에 항의의 메시지를 남겼다. 해명 이메일이 왔는데, 직원이 충분한 사과와 해명을 했다는 것이다. 거기 앉아 있는 내가 들은 바가 없는데, 도대체 무슨 사과와 해명이 있었다는 것인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