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 네이버 영화 http://movie.naver.com/
★★★☆ 정의되지도 정의해서도 안되는 사랑이란 감정 놀음.
[우리도 사랑일까?] 영화 제목이 묻고 있는 이 질문은 다르게 말하면 ‘사랑이란 무엇인가?’이다. 결혼 5년차에 접어든 유부녀 마고(미쉘 윌리엄스)에게 새 것처럼 빛을 내며 찾아온 설레는 감정. 영화는 마고의 감정을 매개로 우리에게 사랑에 대해 끝없이 질문한다. 하지만 그 해답은 어디에도 없다. 영화에도. 우리의 마음속에도. 그만큼 사랑은 가장 정의하기 어려운 감정이 아닐까.
마고의 감정이 끊임없이 뒤엉키고 그녀의 발이 이쪽저쪽 갈피를 잡지 못해 헤매는 것처럼, 우리 또한 사랑이란 감정 앞에서는 흔들리는 촛불과 같다. 사랑이란 그런 것. 무엇이 사랑인지 끝없이 찾고 끝없이 실패하게 되지만 또 하게 되고 원하는 이상하고 묘한 감정놀음. [우리도 사랑일까]는 이 지독한 사랑이란 감정을 담담히 지켜보는 것만으로 사랑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만든다.
마고는 출장길에서 우연히 대니얼(루크 커빈)을 만나고 그에게 설레는 감정을 느낀다. 집에 돌아오면 루(세스 로건)가 기다리고 있으니 이 감정의 유효기간은 길어야 하루쯤이라고 생각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대니얼이 그녀의 앞집에 살고 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유부녀인 신분을 대니얼에게 고백하고 마음의 문을 닫아보지만, 어찌 사람의 마음이 그렇게 쉽게 열리고 닫히겠는가? 몰아치는 감정이 풍선처럼 부풀어 갈 때, 마고는 오히려 루에게 자신을 잡아 달라 말하고 포옹한다. 환승하지 못하고 공항과 공항 사이에 낀 것 처럼 낯선 감정이 두려운 것. 두 남자 사이에 자신이 갈팡질팡하는 자체가 두려움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마고는 대니얼에게 35년 뒤에 키스를 해야 루에게 미안한 마음이 적어질 거라고 농담조로 얘기하지만, 그 농담을 가까이 현실화 시킨 건 결국 마고다. 감정의 소용돌이는 제어한다고 제어되는 TV리모콘 같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길지 않은 비밀 연애가 루에게 들통 나고, 결국 새로움과 설레임이 가득한 대니얼에게 가지만, 그 또한 언젠가 익숙해지는 감정으로 변화할 뿐이다.
[우리도 사랑일까]에서 가장 먼저 느낄 수 있는 건 남녀가 생각하는 사랑에 대한 시각차다.
루에게 결혼은 사랑의 결말이고, 그래서 사랑은 일상이다. 같은 침대에서 눈 뜨고 일어나 농담하며 웃을 수 있는 것도 사랑이고, 마고가 샤워할 때 장난치고 싶은 마음도 사랑이다. 굳이 할 말이 없어도 눈으로 마주보고, 마음으로 느끼는 것. 그게 사랑이다.
하지만 마고는 다르다. 마고에게 사랑은 설렘이고 열정이다. 매일 같은 치킨 요리를 먹으며, 스킨십이 덜 해지고, 친구 대하듯 장난치는 것에서 사랑을 발견하지 못한다. 결혼이란 제도 하에 “사랑해”란 빈 단어를 루에게 던져보지만, 이것도 결국 자신을 새로운 사랑 앞에 방어하고 싶은 욕심일 뿐. 결과적으로 사랑이 아니다.
그런 마고에게 대니얼은 연애시절 느꼈던 설렘을 판타지로 가져온다. 인력거를 끌며 생계를 유지, 그림 그리는 일을 취미로 하는 남자. 낭만적일 수 있으나 현실적이지는 않다. 하지만 마고는 대니얼에게서 낭만적인 사랑을 얻고 싶은 것이다. 그러니 그가 무엇을 하는지는 중요치 않다. 자신을 연애 시절처럼 사랑해주고 아껴주고 만져주면 그것만으로 좋다. 그리고 그 안에서 행복함을 느낀다.
[우리도 사랑일까]는 마고 감정에 불어 닥친 새 감정을 쉽사리 사랑이라고 정의하지 않는다. 마고가 대니얼을 찾아간 것 역시 ‘익숙해지는 새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시선을 견지. 영화 마지막 홀로 놀이기구에 몸을 실은 마고의 멍한 표정에서 도통 사랑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는 시선이 느껴진다. 결국 마고의 저울질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닌 지극히 개인적인 선택의 문제라고 얘기한다. 루를 떠나고 대니얼을 선택해서 제리에게 욕 먹을 수 있지만 그건 선택에 대한 책임일 뿐. 마고의 새로운 사랑에 대한 비난이 될 수 없다. 마고가 갈팡질팡 할 때 대니얼이 이삿짐을 싸들고 떠난 것 또한 그의 선택일 뿐. 루가 비난을 퍼붓지 못하고 감내하는 것처럼. 어떤 선택이 사랑인지는 그 선택한 자신만이 느끼고 알 수 있을 것이다.
[어웨이 프롬 허]로 성공적인 데뷔를 치른 사라 폴리 감독은 [우리도 사랑일까]에서 또 한 번 비범한 연출력을 입증한다. 사랑 앞에 설레고 멈칫하는 복잡한 심경의 변화를 섬세하게 담아내는 것은 물론 대사와 음악을 효과적으로 사용. 마고의 감정을 관객이 쉽게 이해하도록 돕는다. 몇몇 유쾌한 장면들을 통해 시종일관 우울한 이야기로 전락할 수 있는 함정을 미연에 방지하고, 각자의 감정이 충돌하는 장면들은 담담히 지켜보는 시선을 견지하면서 이야기 진행의 완급조절을 효과적으로 다뤄낸다.
[우리도 사랑일까]
이 영화가 사랑에 서툴고 아파하는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JK Soul's FILM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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