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디 앨런의 영화가 떠오르는 그의 삶... ★★★★
우디 앨런의 모든 영화를 본 건 아니지만, 그에게 아카데미를 안긴 1977년작 <애니 홀> 이후의 조금은 고급스러워지고 깊어진 그의 영화도 좋지만, 사실상 그의 첫 작품인 1976년작 <돈을 갖고 튀어라>나 <바나나 공화국>같은 좌충우돌 코미디도 상당히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아무튼 그의 영화를 좋아하든 별 관심이 없든 (사실 그의 영화를 싫어하는 건 쉽지 않을 거 같다) 우디 앨런이란 사람이 정말 대단한 예술가인 건 확실하다. 일단 그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라면 그의 필모그래피만 봐도 눈이 휘둥그레질 것이다. 1935년 뉴욕 브루클린 빈민가에서 태어나 올해 77살이 된 그가 1969년부터 시작해 거의 매해 한 편의 영화를 내 놓고 있으며, 그저 내 놓는 것에 만족하는 수준이 아니라, 나이가 먹어가면서 더욱 깊어진 통찰력을 겸비한 뛰어난 수작을 내 놓는다는 점이 우선 그러하다. (특히 한 동안 조금 침체기를 겪는 듯 하더니 유럽으로 건너간 이후 다시금 예술적 재능이 피어오르는 거 같다는 느낌도 든다. 우리 표현대로 하면 말 그대로 노익장의 과시다)
그는 그 동안 아카데미에서만 6번의 감독상 후보, 14번의 각본상 후보, 1번의 주연상 후보에 올랐을 만큼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미국을 대표하는 거장 감독의 칭호가 아깝지 않은 인물이다. 특히 이번 다큐멘터리 <우디 앨런 : 우리가 몰랐던 이야기>에서도 나왔듯이 대단한 대중적 흥행 성공을 거둔 영화가 아님에도 그 모든 작품을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자신만이 통제하는 작품을 꾸준히 내 놓고 있다는 점은 우리의 영화 제작 현실을 보더라도 부러운 지점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영화 제목과 달리 이번 다큐멘터리에는 우디 앨런의 팬이라면 어느 정도는 알고 있을만한 이야기들이 주로 나온다. 하지만, 그의 어릴 시절 사진부터 초기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 활동했을 당시의 자료들, 그리고 아마도 그의 예술적 재능을 자극했을 것 같은 콤플렉스 - 이를테면 유대인, 어머니의 과도한 통제, 몇몇 여성과의 관계 등의 이야기들이 그가 만들었던 영화 속에 어떻게 녹아들어 갔는지를 연결해가며 그를 설명하는 - 아니 보여주는 방식은 연출자인 로버트 B. 웨이드가 우디 앨런 다큐멘터리를 위해 얼마나 노력했고 고민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성과들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더군다나 다큐멘터리의 느낌 자체가 수다와 유머 그리고 삶의 철학이 담겨있는 우디 앨런 영화의 느낌을 관객에게 그대로 전달하고 있다는 점이 특히 좋았다. 가장 좋았던 건, 아니 좋았다기보다 부러웠던 건, 그토록 뛰어난 재능과 예술적 태도 거기에 수명까지 가지고 태어난 우디 앨런이 여전히 스스로는 뭔가 꼬였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바로 이런 스스로에게 만족하지 않는 욕심이 그를 여기까지 끌고 온 것이리라.
※ 기자 :죽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우디 앨런 : 여전히 반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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