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엽고 발칙하게 웃겨주는 성인용 코믹 동화.
어린 시절, 왕따 중에도 왕따였던 존 베넷(마크 월버그)은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곰인형만 이라도 친구로 만들고 싶어 했다. 천둥이 치는 밤. 곰인형이 살아서 움직이면 좋겠다고 소원을 빈 존은 그 다음날 정말 살아 움직이고 말을 하는 곰인형 테드(세스 맥파레인)를 마주한다. 그리고 둘은 친구가 된다. 말하고 걷는 곰인형 테드는 단숨에 전세계적인 스타가 된다. 하지만 인기는 맥주 거품과도 같은 것. 세월이 흘러 대중에게 잊혀진 스타 테드는 음주가무, 대마 빨기, 한낱 가벼운 섹스만을 즐기는 한량으로 전락한다. 곰인형 외모에 어울리지 않는 음담패설과 욕설을 달고 사는 미친 성인곰 테드, 그리고 테드를 누구보다 믿고 의지하는 존 베넷. 영원한 ‘천둥 번개 친구’로 살 것 같던 둘 사이에 존의 여자친구 로리(밀라 쿠니스)가 나타나 충격 발언을 한다. “테드와 더 이상 같이 살지 말라!” 인생의 반 이상을 함께 해온 둘은 이 첫 결별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19곰 테드]에서 무엇보다 중요했던 것은 실제 배우들이 테드와 같이 같은 상황에서 연기를 하는 것처럼 보여야 하는 상황이었다. 보통 CG를 활용한 캐릭터를 선보이는 경우 서로간의 대사 호흡이나 액션 자체가 튀고 호흡이 불균형한 모습들이 보이는데 [19곰 테드]는 이런 부분에서 완벽에 가깝다.
[19곰 테드]는 굉장히 영리한 선택을 했다. 테드를 직접 세스 맥파레인 감독이 모션 캡쳐용 의상을 입고 세트에서 직접 배우들과 연기를 한 것. 이로 인해 따로 더빙을 할 필요가 없었다. 대사의 톤과 타이밍이 맛깔나게 맞아 떨어지는 것은 바로 세스 맥파레인의 영리한 연출력 덕분이었다. 이런 부분을 걱정했던 관객들은 실사 영화를 보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연기 호흡에 굉장히 놀랐을 것이다.
[19곰 테드]는 동화책을 읽어 주듯 시작되고 동화책을 덮는 듯 끝난다. 동화책 안에는 기이하고 발칙한 19금 내용을 가득 담았음에도 착한 동화를 읽는 듯한 설정이 이 19금 유머에 대한 거부감을 상쇄시킨다. 테드가 뱉는 거친 욕설과 화장실 유머는 곰인형이라는 설정 안에서 끊임없이 웃음을 유발시키고, 매상황은 상상 이상이다. 곰인형 주제에 슈퍼 창고 안에서 여자 친구와 성관계를 한다든지, 대마를 빨며 어른 행세를 하는 등. 곰인형이 ‘아이 캐릭터’를 대변할 거라는 고정관념을 보기 좋게 역전시킨 감독은 확실한 성인용 곰인형을 탄생시킨다.
이 말도 안 되는 설정 자체가 [19곰 테드] 유머의 핵심이다. 그래서 테드가 나오는 장면은 매번 유쾌하고 기대를 갖게 만드는 데 반해 존 베넷과 로리가 등장하는 장면은 TV드라마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도 있다. 한마디로 한 쪽 이야기가 재밌어서 다른 쪽 이야기가 상대적으로 평이해 보인다는 것이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착한 코미디 플롯을 갖고 진행된다. 재밌는 에피소드를 늘어놓고 메인 플롯은 서서히 진행시킨다. 앞을 유머로 가득 채우고 뒤로 가면서 진지하다. 서서히 착한 결말을 만들기 위한 포석을 깔고 결말은 모두의 예상대로다. 결말이 예상대로라는 점이 이 영화의 취약점인데, 앞에 즐겁게 웃었다면 이 정도는 애교로 포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생각된다.
[19곰 테드]에서의 메시지는 로리가 반복적으로 말하는 ‘존의 변화, 성장’일 것이다. 곰인형을 끌어안고 8살에 머물러 있는 존이 아닌 새로운 가정을 이루고 일적인 부분에서도 책임감이 있는 어른으로서의 존. 하지만 영화는 이 부분을 반복적으로 강조하면서도 존이 그렇게 되어가는 과정에는 무심하다. 결말에 이르는 순간까지 존이 어른으로 성장되었다는 건 느끼기 힘들다. 오히려 테드가 더 어른으로 성장한 것 처럼 느껴진다. 로리와 존을 이어주고 자신은 영영 떠나겠다는 제안까지 할 정도로, 테드는 자신의 천둥 번개 친구 존의 행복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반대로 존이 테드나 로리를 위해서 변화하려 하는 의지나 모습은 찾기 힘들다.
그래서 영화는 애초에 드러낸 메시지의 결론은 못 내린 셈이 됐다. 영화 마지막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서로였다”라는 내레이션은 이런 이유로 뜬금없이 다가온다. 이 이야기도 하나의 축이 분명하지만 관객이 기대하게 만든 건 존의 변화, 성장이 아니었던가. 존과 테드. 둘의 관계를 깨뜨릴 위기상황들이 효과적으로 작용하지 못해 기존에 강조하려던 메시지를 놓친 것으로 보인다.
[19곰 테드]의 또 다른 재미는 1980년대를 추억하는 요소들이다. 영화 곳곳에 배치되어 존과 테드를 긴밀히 엮는 소재로서 작용한다. ‘플래시 고든’을 아는 관객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추억 선물이 될 터. 그 시대를 공감 못하는 세대에게는 남의 이야기 듣는 것처럼 무관심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겠다.
가만히 보고 있다 간헐적으로 낄낄 거리게 되는 영화, [19곰 테드]
테드 같은 친구 한 명 있다면 매일이 행복하고 재밌을 것 같다! 라는 생각과
동시에, 테드 닮은 곰인형을 갖고 싶은 충동 구매욕구가 솟구쳤다!
JK Soul's FILM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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