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소년 (a werewolf boy, 2012)
우선 조성희 감독님의 전 작품들과 달리 굉장히 "평범"해졌다. 이 감독의 작품이라고 하기엔 실망스럽게 느껴질 정도긴 하나 이들이 다루는 감성에 있어 아주 부드럽게 터치하는 느낌이 나쁘진 않다. 물론 이렇게 감독의 색깔이 묻어나오는 간간의 유머라던지, 자연스러운 이야기 전개가 묻어있지만, 난 그래도 <남매의 집>과 <짐승의 끝>에서 봤던 그만의 다크함이 더 좋았던 것 같다. 가족이 마음에 들어할 영화를 만들었다는 감독님의 말에 할말은 없지만, 다음엔 다시 대중영화의 틀에서 벗어나주길 조금이나마 소망한다.
영화는 굉장히 따뜻하고 부드럽고 아름답게 포장해 놓은 비누 같달까. 이게 어떻게 보면 '그리움'이라는 전체 감정을 아주 잘 활용한 예가 될수도 있지만, 한 없이 포근해 이불 덮고 자게되는 마냥 편한 작품이 되어버릴 수도 있겠다는 느낌도 받았다. 어떤 시점에서 보고 있던, 어떤 소재를 풀어내고 있던, 한 얘기만 보여주는 건 늘 지루하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늑대소년을 발견하고 소녀가 그 소년에게 하나하나 일깨워주고 가르쳐주며 같이 지내는 모습이 이렇게 이쁠 수가 없었다.
아무렴 이런 순도 200% 동화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은 새롭고 신기하다. 우리나라도 이렇게 감성돋는 순수한, 사랑스러운 얘기가 나올 수 있구나. 전체적인 분위기와 선남선녀의 호연, 장영남과 유연석을 비롯한 많은 배우들의 자잘한 역할들이 맞물려 재밌는 볼거리들을 선보인다. 내가 이 영화를 어떻게 보았던, 다시 관람하고 싶은 작품임에는 틀림없다. 동화같은 배경에 동화같은 이야기, 동화 속 주인공과 같은 배우들과 함께하는 이 시간이, 정말 딱 가을에 맞는 듯. ^^
1. 예전부터 봐왔지만, 송중기는 배우를 떠나 정말 끼가 있는 사람인 것 같다. 연기에도 그게 보인다. 괜히 잘하는 게 아닌게. 분장과 CG의 효과도 있었지만, 그가 연기하는 늑대는 정말 좋았다. 웬지 박보영 보러 왔다가 송중기 보고 가는 느낌(?) 아, 물론 박보영도 너무너무 좋았다. 배우들과 분위기를 아주 잘 활용한 좋은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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