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법의 시대에 생존무기는 절대적 배짱!!
영웅의 사전적 의미는 ‘지혜와 재능이 뛰어나고 용맹하여 보통의 사람들이 해내기 어려운 일을 해내는 사람’이다. 보통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의로운 일을 하는 사람에게 부여되는 칭호가 바로 ‘영웅’인 것이다. 하지만 [로우리스 : 나쁜 영웅들]에 등장하는 영웅들은 의롭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영웅이란 칭호가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니까 영웅이라 자칭하는 본두란 형제는 불법을 일삼는 세력이고 이를 소탕하기 위한 반대 세력이 사실 영웅 칭호에는 더 가까워야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시대는 무법의 시대. 불법을 법으로 제압해야 하는 세력 또한 총 자루와 불의를 양 손에 쥔 또 다른 불법세력이다. 그래서 누가 더 나쁘다고 하기도 모호할 만큼 팽팽한 두 세력 간의 도덕성은 논의 대상에서 애초에 제외된다. ‘더 독한 놈이 이긴다!’는 포스터 카피처럼 누가 최후에 살아남는지가 이 영화의 관건이다.
Lawless, 무법의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한 불사조 형제의 이야기는 뜨거우면서 때때로 뜬금없다.
절대적 카리스마를 가진 포레스트(톰 하디)를 중심으로 프랭클린 카운티의 전설로 불리는 본두란가 삼형제는 금주령이 시행되던 시대에 밀주 사업을 하는 겁 없는 녀석들이다. 하지만 새로 부임한 특별수사관 레이크스(가이 피어스)가 상납금을 요구하며 형제들의 밀주 사업을 위협한다.
불법사업임에도 나름의 원칙을 고수하는 포레스트와 달리 막내 잭(샤이아 라보트)은 능력 없이 열정만 가득한 민폐형 인간이다. 레이크스가 끊임없이 본두란 삼형제를 주시하는 가운데 그의 레이더에 들어오는 건 역시 잭. 잭의 이기적인 행동에 본두란 삼형제의 사업은 위기를 맞는다.
레이크스는 본두란 삼형제의 소탕에 실패하자 만능재주꾼 크리켓(데인 드한)을 살해한다. 소식을 들은 본두란 형제의 피는 뜨겁게 들끓고, 그들은 곧바로 레이크스를 향한 분노의 복수를 시작한다. 더 강한 자가 살아남는 ‘배짱의 시대’. 본두란 삼형제와 레이크스의 혈투에서 살아남는 쪽은 어느 쪽일까?
[로우리스 : 나쁜 영웅들]은 1920 ~30 년대 금주령이 내려졌던 시대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2008년 출간한 작가 맷 본두란의 베스트셀러 소설 [웨티스트 카운티(The Wettest County in the World)]를 원작으로 영화는 실화와 픽션을 적절히 조율한다.
불법이던 밀주 사업이 횡횡하는 시대, 범죄와 탈범죄의 경계가 모호한 시점에서 일어나는 악당들과 범죄들은 웨스턴 장르의 외연까지 확대하는 여유까지 보이지만 그 흐름은 꽤나 묵직한 편이다.
[로우리스 : 나쁜 영웅들]은 전반적으로 웰메이드로 불리 울만 하다. 흥미진진한 소재와 연기력을 겸비한 배우, 고증이 철저한 시대배경의 재현 등은 이 영화의 품격을 올려놓는다. 하지만 문제는 이야기 진행의 느린 흐름과 설득력 떨어지는 개별적 사건에 있다. 포레스트를 연기한 톰 하디는 이 영화의 무게 중심을 잡는 중요한 역할이지만 그를 전설로 만들기 위한 목적의 사건들은 몰입을 방해한다. 후반부 전설로 보였던 이야기의 맥락이 여실히 드러나 부족한 설득력을 채우려하지만 때 늦은 버스에 허겁지겁 올라탄 기분을 지울 수 없다. 샤이아 라보프가 맡은 잭 본두란 캐릭터도 다양한 매력을 갖췄지만 관객을 설득하지 못하는 부분들이 곳곳에 존재한다. 열정 가득한 막내인 것은 인정, 하지만 대책 없이 사건을 극으로 치닫게 만드는 부분들은 이해 불가능한 민폐 캐릭터로 비칠 소지도 있어 보인다.
존 힐코트 감독은 이번 영화를 통해 연출 세계의 욕심과 그로 인한 한계를 드러냈다. 결말 부분에서 잭이 레이크스를 복수하는 장면과 초반 플로이드의 총격신 등의 액션 연출은 진한 여운을 남기는 반면 이야기 진행이 더딘 극 초반, 흐름을 장악하는 능력에서는 한계에 부딪힌다. 멜로, 웨스턴, 액션 심지어 성장 드라마의 장르까지 갖가지 장르를 녹여내려는 열정에는 박수를 보내지만 결과적으로 그 어떤 장르도 명확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는 점에서는 아쉬움이 더 크다.
[로우리스 : 나쁜 영웅들]은 과거 서부 영화를 추억하는 관객들에게는 기분 좋은 선물이다. 샤이아 라보프, 톰 하디, 게리 올드만 등 할리우드에서 한 가닥하는 배우들이 함께한 만큼 시각적 볼거리는 풍성한 영화다. 묵직함 이상의 느린 흐름이 답답하게 느껴질 관객에게는 영화가 다소 심심할 수 있으나 살아있는 캐릭터와 서부 영화 특유의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관객에게는 충분히 흥미로운 영화로 남을 것이다.
JK Soul's FILM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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