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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가득 펼쳐진 삶의 무게가 내 가슴마저 짓눌렀다.. 터치
jojoys 2012-11-11 오후 6:04:29 962   [0]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보슬보슬 내리는 일요일이네요.. ㅎ

오늘은 어제(10일) 메가박스 북대구에서 관람하고 온..

《터치》에 관해서 이야기 해볼려구요.. ^^

 

정말 인간답게 살고 싶어하는 소시민의 간절함을 이야기 하고 싶었다..

 

라는 민병훈 감독님의 말씀을 읽은 적이 있는데요..

과연 민병훈 감독님은 이러한 메세지를 영화 속에서 어떻게 표현하셨고..

또 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지금부터 한번 말씀드려볼께요.. ^^

꿈만 붙들고 사는 철 없는 남편 동식..

 

한때는 국가대표로 아시안 게임에 출전해 입상까지한 사격 선수였지만..

지금은 알콜 중독으로 인한 수전증 때문에..

출전하는 대회마다 고배를 마시는 동식(유준상)..

 

중학교 사격부의 계약직 코치로 근무하며..

틈틈이 대회에 출전하는 동식에게 후배가 다가와..

임용 고시를 거쳐 정식으로 체육 교사가 되는건 어떻겠냐며 권해보지만..

 

"야!! 더 늦기 전에 재기해야지!!"

 

라고 말하며 화려하게 국가대표로 복귀할 그날만을..

매일 같이 꿈꾸며 살아 가는 남자죠..

 

그러던 어느날 밤 학교 회식 자리에서..

이사장이 재계약을 빌미로 강압적으로 술을 권하게 되고..

어쩔 수 없이 동식은 이사장이 건네는 술잔을 받아 들고 마는데요..

결국 그 날밤 자신의 사격부 학생인 채빈이를..

차로 들이 박고 도망가는 뺑소니 사고를 일으키게 돼죠..

그렇게 절망의 늪은 조금씩 조금씩 동식을 끌어 당기기 시작하네요..

 

《터치》는 동식이를 통해..

단순하게는 철 없고 무능력한 가장의 모습을 말하지만..

스크린 속 동식이의 모습을 가만히 들여다 보고 있으면..

인간이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이기심과 이중성을 이야기하고 있더라구요..

 

힘들어하는 아내 수원(김지영)이에게..

 

"난 안 힘들었을 것 같아?? 왜 당신 생각만해!!"

 

라고 말하는 적반하장의 동식이를 보며..

다른 사람이 겪고 있는 삶의 고통의 크기가 얼마나 큰가 하는 것은..

전혀 눈에 들어오지도 또 신경쓰지도 않으면서..

지금 이 순간 자기가 겪고 있는 고통이 훨씬 더 아프게만 느껴지고..

다른 사람들이 그런 자신의 고통을 알아주기만을 바라는..

인간의 이기적인 본성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더라구요..

 

또한 제자들에게는 빈 총이라도 사람에게 겨누어서는 안된다 말하면서..

정작 자신은 자기 자신을 향해.. 그리고 또 다른 사람을 향해..

총구를 겨누는 동식을 보면서..

인간이 얼마나 이중적이고 또 위선적인 동물인지를..

생각하게 해주기도 했구요..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사고 합의를 해주지 않으려 하는 채빈이 아버지를 보면서 저도 모르게..

 

'저 사람도 실컷 뜸 들여서 합의금이나 왕창 올려 받을 심산이구나'

 

하고 냉소적인 생각을 하고 있는 제 자신의 모습에..

화들짝 놀라며 깊은 반성을 하게 되기도 하더라구요..

삶의 고통에 지쳐 순수했던 자신의 신념을 잃어버린 아내 수원..

 

동식의 봉급만으로는 빠듯한 살림에 보탬이 되기 위해..

병원에서 간병인으로 일하고 있는 수원..

 

일을 시작했던 처음엔 아픈 사람을 돌보는 데에는..

아무런 조건이 없어야 한다생각했던 수원이었지만..

지금은 버젓이 보호자가 있는 환자를 무연고자로 서류를 조작해..

카톨릭 호스피스 요양원에 던져버리고..

검증 안된 의약품을 간병하는 환자들에게 몰래 팔거나..

심지어는 환자들의 성욕까지 풀어주면서까지 대가를 챙기는 등..

언제부터인가 순수했던 자신의 신념은 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았죠..

 

그러던 어느날..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자신을 미소 짓게 하는..

딸 주미가 사라져버리는 일이 일어나게 되고..

절망처럼 깊은 골목의 어둠 속에서..

딸의 이름을 목놓아 불러 보는 수원이네요..

 

《터치》는 수원이의 모습을 통해서도 인간의 이기적인 이중성을 보여주는데요..

언제나 딸 주미에게 아픈 사람은 도와줘야 한다고 가르쳤으면서도..

자신의 발목을 사력을 다해 움켜 잡고 매달리며..

도와달라 말하는 여인을 독하게 뿌리치는 수원이를 보면서..

내가 수원이 입장이였더라도 저럴 수 밖에 없었겠다 싶으면서도..

마음 한켠을 무겁게 짓누르는 씁쓸한 기분은 지울 수가 없더라구요..

 

또한 영화 시작 부분의 장례 미사 도중..

진정성이라고는 눈꼽만큼도 담겨 있지 않는 형식적인 위로의 말을 건네는..

수원이의 모습을 통해..

지금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도 거짓과 위선의 가면을 쓴체..

살아가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반성도 해보게 됐구요..

 

이처럼 《터치》는 민병훈 감독님의 말씀처럼..

과연 인간답게 산다는건 어떤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영화 속 여러 장면들을 통해 관객들에게 계속해서 던지는데요..

 

저 또한 《터치》를 보면서 우리가 흔히들 말하는..

 

"인간답게 살고 싶어!!"

 

라는 말의 의미가 언제부터인가..

순수하고 참된 인간 본연의 성질을 버리고..

단순하게 물질적인 풍요만을 뜻하는 말이 된 것 같아 슬퍼지더라구요.. ㅠ.ㅠ

동식과 수원 부부를 점점 더 무겁게 짓눌러 오는 삶의 무게..

 

《터치》속 동식과 수원 부부는..

삶이 자신들에게 새로운 고통을 짊어지울 때 마다..

안간힘을 쓰며 다시 한 번 삶에 대한 의지를 다져보지만..

자꾸만 점점 더 깊은 절망 속으로 빠져들 뿐인데요..

 

그런 두 사람의 힘겨운 삶 속에서 마주하게 되는..

인간성을 상실한 여러 사람들을 통해..

《터치》는 또 한번 인간답다는 것에 대한 질문을 던진답니다..

 

어른들의 방관과 지나친 자녀 사랑 등으로..

이제는 어떻게 손을 써야할지 엄두가 나지 않을 만큼 심각해진..

청소년 범죄라던지..

 

앞에서도 잠깐 말씀드렸던 현대판 고려장 같은 노인 문제..

 

모성애에 대한 그리움이 삐뚤어진 성욕으로 발전해버린..

정훈이를 통해 그려지는 심각해진 아동 성 범죄..

지위와 권력, 재력을 무기 삼아 행해지는..

성추행, 성폭력 등의 성 범죄..

 

그리고 치료비가 없다는 이유로 환자들을 길바닥으로 내모는 병원과..

소외 계층에게는 한 없이 차갑기만한 공무원 등..

 

《터치》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의 여러 어두운 이면을 끄집어내서는..

관객들에게 돈과 권력이 곧 인간답다는 것으로 대변되는 이 사회가..

진정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사회로 보이느냐고 외치고 있더라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기적같은 일이 일어나기를 바란다..

 

《터치》는 동식이와 수원이가 깊은 절망에 빠져..

이제는 지쳤다고,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힘이 없다고 말할 때 마다..

어김없이 새로운 희망과 용기를 얻게 하는 일들이 생기는데요..

영화 속에서는 그러한 순간마다 사슴이 등장하죠..

 

사실 전 영화를 보면서도 그렇구 보고 난 이후에도..

계속해서 이 사슴의 의미가 무엇일지 한참동안이나 고민을 했었는데요..

장고 끝에 생각해낸 제 나름의 결론은..

사슴 자체가 굉장히 여러가지 의미를 포함하고 있는 것 같다는 것이었어요..

 

어떤 장면에서는 신적인 존재의 대리인으로써..

수원이와 동식에게 "너 그러면 안돼!!"하고 경고를 하는 것 같기도 했고..

때로는 어떻게 해야될지를 몰라 고민하고 있을 때..

바른 선택을 알려주는 선지자의 느낌이기도 했구요..

또 때로는 자신이 가장 두려워했던 것을 비춰주는 존재로 나타나기도 했거든요..

 

이처럼 《터치》는 굉장히 무겁고 또 사색적인 영화라서..

일반 관객분들이 재미를 바라고 보실만한 영화는 아니었어요..

(어제 GO Show에 김지영씨가 출연하셔서 굉~장히 재밌는 영화라고 하시긴 했지만요.. ^^;;)

 

하지만 제가 리뷰 내내 말씀 드렸던..

인간답다는 것에 대한 깊이 있는 고찰과..

그것들을 통해 제가 느낄 수 있었던 많은 생각과 감정들은..

저를 돌이켜 반성해 보고 또 다시 깨어날 수 있게 해줘서 참 좋더라구요.. ^^

 

특히 전 《터치》를 보면서 김지영씨에게 두 번이나 크게 놀랐는데요..

한 번은 러닝 타임 내내 어두운 표정만을 짓고 있는 수원이를 연기하셨음에도 불구하고..

김지영씨가 이렇게나 아름다운 배우였나 싶을 정도로..

스크린 가득 눈부신 미모를 보여주셔서였구요..

또 한번은 무기력함과 절망, 슬픔과 분노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엄청난 연기력으로 저를 놀라게 해주시더라구요.. ㅎ

물론 유준상씨의 연기도 너무 좋았구 말이에요.. ^^

 

흥행면에서는 물음표를 붙일 수 밖에 없긴 하지만..

저에게만큼은 꽤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은 여운을 선사해준 영화 《터치》..

여러분들도 기회가 되신다면 꼭 한번..

《터치》가 선사하는 삶의 무게를 느껴보시면 좋을 것 같네요.. ㅎ

 

전 그럼 또 《나우 이즈 굿》 리뷰로 조만간 또 인사드릴께요~

편안한 밤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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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치(2012, Touch)
제작사 : (주)민병훈필름, (주)드림빌엔터테인먼트 / 배급사 : (주)팝 엔터테인먼트
공식홈페이지 : http://www.facebook.com/touchkr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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