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자친구를 잠시만 늑대소년에게 양보하세요!
폐질환을 앓고 있는 순이(박보영)는 요양을 위해 한적한 시골 마을로 이사 온다. 넓은 들판배경에 놓인 2층집, 이곳은 순이의 아버지와 동업했던 사람의 아들 지태가 마련해 준 순이네 새 집이다. 순이네 가족은 이곳에서 새로운 생활의 발판을 마련하고, 몇 안되는 이웃사람과도 안면을 트고 사이좋게 지낸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순이네 집 근처에 거지꼴을 한 소년이 나타나고, 순이 엄마(장영남)는 이 가엾은 소년을 집 안으로 들인다. 결국 순이네 식구는 넷이 되었다. 순이 엄마, 순이, 순자(김향기) 그리고 의문의 소년(송중기)까지. 소년은 철수라는 이름을 부여받고 순이네 가족 구성원으로 살아간다. 말도 하지 못하고 먹는 것을 보면 짐승처럼 달려드는 소년은 늘 순이의 눈엣가시다. 순이는 소년을 계속 못 마땅해 하는데 소년은 순이를 돕고 따른다. 어느 순간 마음이 열린 순이는 소년에게 호감을 가지게 되고, 그에게 글을 가르쳐주며 사람다워지게 만들려 애쓴다. 평온한 순이네 가족에 때 아닌 위기가 닥치고 소년은 숨겨져 있던 본성을 끄집어내 위기를 더 큰 혼란으로 만든다. 서로 좋아하는 마음을 갖고 있는 순이와 소년에게 헤어짐의 위기가 찾아온다.
[늑대소년]은 판타지 영화이자 순수한 사랑을 담은 멜로 영화이고, 전체는 한 편의 착한 동화다. 소년의 등장부터 순이와 겹겹이 쌓아올리는 감정선은 때 묻지 않은 순수한 느낌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소년의 본성과 태생에 집중하는 시퀀스 전까지 별 무리 없이 깔끔하게 진행된다. 1960년대를 배경으로 담은 과거를 추억하는 향수도 매우 강하다. 이웃사람들은 하나같이 착하고, 서로가 두런두런 사이좋게 지내는 모습은 잊고 있던 이웃의 정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만듦새 좋은 동화가 삐걱대기 시작하는 건 지태(유연석)의 개입이 늘어나면서다. 초반부터 거슬리던 지태의 등장은 소년을 궁지로 몰아가기 위해 펼쳐지는 무리한 상황전개와 함께 끊임없이 극 전개의 흐름을 흔든다. 소년을 마을에서 쫓기 위해 펼쳐지는 상황과 소년의 태생의 비밀은 순이와 소년 둘에게 집중된 애절한 감정 흐름을 방해하고, 지태라는 인물은 비논리적인 악당으로 설정되어 이 모든 상황을 극으로 몰아간다.
결과적으로 순이로부터 시작되어 소년에게 전해진 사랑이 다시 순이에게 돌아오며 순환하는 애틋한 감정은 비논리적 상황 전개와 지태로 인해 무너진다. 보는 이에 따라서 이런 과한 설정이 결말부분에서 펼쳐지는 판타지한 만남을 더 극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겠으나 잘 나가던 판타지 로맨스 동화가 중심을 잃고 걸음을 느릿한 건 이런 요소들이 과잉됐기 때문일 것이다.
강한 본성을 가진 늑대와 애틋하고 여린 소년의 감성을 동시에 표현한 송중기의 연기는 남자가 봐도 아름답고 멋졌다. 베스트라고 볼 수 없겠지만 여성의 마음을 훔치는 데에 이만한 배우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그의 모습은 질투심을 자극한다. 소년에게 천천히 자신의 감정을 전달하는 박보영의 연기 또한 훌륭하다. 특히 그녀의 연기는 작은 에피소드마다 빛을 발하는 데, 소년에게 한글을 가르쳐 주는 장면, 소년에게 가라고 소리치는 장면 등에서 그녀가 눈빛 하나 표정 하나를 얼마나 디테일하게 신경 쓰며 연기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늑대소년]은 앞서 말한 대로 한편의 아름다운 동화 같은 이야기다. 동화를 받아들이기 더 쉬운 쪽은 여성일 테고, 거친 남성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하기에 이 동화는 충분히 가슴에 와 닿지 않을 수 있다.
2시간 정도만 잠시 여자친구를 송중기에게 맡겨두자.
2시간이 지나면 늑대가 소년으로 돌아오듯 모든 판타지는
결국 현실로 돌아올 테니까.
JK Soul's FILM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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