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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칠고 투박하지만, 대중영화로서의 재미는 충분하다.. 내가 살인범이다
ldk209 2012-11-14 오전 10:56:43 522   [0]

 

거칠고 투박하지만, 대중영화로서의 재미는 충분하다.. ★★★☆

 

<내가 살인범이다>는 <나는 액션배우다>의 정병길 감독의 대중 장편영화 데뷔작이다. 영화는 일단 누구나 한 번쯤은 궁금해했을만한 얘기를 툭 던져 놓으며 시작한다. 살인죄의 공소시효가 끝난 후 나타난 범인이 자신의 범죄행각을 다룬 자서전과 함께 화려하게 등장한다. 그런데 더군다나 이 범인이 조각 같은 외모에 말솜씨까지 능수능란하다. 대중들은 환호하고 담당 형사와 피해자 유가족들은 분노한다.

 

간단히 얘기하면, <내가 살인범이다>는 장점과 단점이 명확한 영화다. 장점은 뭐니 뭐니 해도 액션 시퀀스들이다. 감독이 액션스쿨 출신인 만큼 (그리고 <나는 액션배우다>에서 같이 했던 액션배우 권귀덕이 무술감독을 맡고 있으며, 그 영화에서 익숙한 얼굴들이 영화 여기저기에 얼굴을 들이민다) 오프닝부터 빠르고 창의적인 액션 장면으로 정신없이 몰아친다. 오프닝 액션시퀀스가 발군인 것은 특히 짧게 짧게 끊어서 편집한 장면이 아니라 원신 원테이크의 장면들을 이어 붙여 만들었다는 점이다. 현장에서 배우와 스탭들의 고생이 훤히 보이는 장면이었다. 두 번째 달리는 차량 보닛 위에서의 액션 시퀀스라든가 마지막 피날레를 장식하는 장면도 빠르고 거칠 것이 없다. 한마디로 액션장면으로만 한정하면 최근 한국 영화 중 가장 높은 성과를 보이고 있는 영화라고 해도 무방하다.

 

다음으로 이 영화의 장점을 꼽자면 이야기 전개의 스피드다. 장면 전환부터 페이드인(Fade-in), 페이드아웃(Fade-out)으로 처리하는 장면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툭툭 끊어 넘어가고, 대체 무슨 얘기인지 파악할 시간을 주지 않고 계속 앞으로 내달리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면 어느 덧 두 시간이 훌쩍. 흥행을 해야 하는 대중영화로서 아마 최대의 장점이 아닐까 싶다. 어쨌거나 기본적으로 재미있다는 얘기.

 

세 번째로 비현실적이긴 하지만 이야기의 아이디어는 좋다. 이것 역시 재미있다는 점과 연결되는 지점이긴 한데, 알고 보면 아귀가 들어맞지 않는 설정들이 많기는 하다. 물론 과거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자가 자서전을 낸다는 점이나 범죄자가 외모로 인해 대중의 스타가 될 수 있다는 게 완전 허무맹랑한 얘기는 아니다. 미국이나 일본에선 살인자의 수기가 베스트셀러에 오른 적이 있다고 하고, 우리의 경우 절도죄로 수배 중인 여성이 아름다운 외모를 자랑하자 이 여성의 팬카페가 만들어져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은 바도 있다. 어쨌거나 이런 설정들을 조금 과장해 얼개를 짠 이야기는 관객들의 궁금증을 불러올 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인 것도 사실이다.

 

이런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전반적으로 너무 거칠고 투박하다. 이야기의 흐름이 빨라 현장에서 즉시 체크하긴 어렵더라도 생각할수록 말도 안 되는 설정들이 난무한다. 이를테면, 이두석이 피해자 가족에게 납치되었다면 최형구가 해야 할 일은 가족들 몰래 이두석을 구출하는 게 아니라, 최대한 빨리 피해자 가족에게 연락을 취해야 하는 것 아닐까? 그리고 모텔을 나오면서 이두석에게 남겨지는 메모의 내용도 알고 보면 맥거핀 수준도 아닌, 그저 관객을 속이겠다는 속임수에 불과하다.

 

거칠고 투박함은 장점일 수도 있지만, 주제의식의 얄팍함과 결부되어 단점으로 더욱 부각되는 측면이 있다. 영화가 다루려는 주제들, 그러니깐 공소시효, 미디어의 선정성, 외모 지상주의, 팬덤문화 등과 같은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영화 한 편을 소화해낼 수 있는 묵직한 주제들이 스스로가 비판하는 미디어의 선정성처럼 얇고 가볍게 스치듯 넘어간다. 아니 다루고 있는 방식 자체가 문제다. 예를 들면, 기자회견 장에서 “피부 관리는 어떻게 하셨어요?”라는 여성지 기자의 정말 어처구니없는 질문이나 “이래서 여성지 기자는 부르면 안 된다니까”하며 남녀 차별 발언을 스스럼없이 꺼내는 남자 기자의 질문이 바로 대표적인 장면이다(그럼에도 영화에서 비판의 대상이 되는 행동이나 말은 주로 여자들이 담당한다) 영화는 대체로 이와 같은 방식으로 사회적 문제들을 거론하고 건드린다.

 

반면, 결국 이 영화가 강조하는 가족이나 연인에 대한 감정은 또 너무 감상적이다. 후반부에 들어와 흐름을 깨는 플래시백은 오글오글하다. 게다가 굳이 그런 인연을 만들어야 했는지도 의문이다. 형사들이 개인적 악연으로만 범인을 잡기 위해 노력하는 건 아니지 않은가. 이 영화가 첫 장면에서 노골적으로 오마주하고 있는 <살인의 추억>만 보더라도 그저 미치도록 범인을 잡고 싶은 형사들도 많다.

 

※ 이걸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가끔씩 돌출하는 신정원을 연상하게 하는 B급 유머의 기괴함은 참 독특하긴 하다.

 

※ 많은 사람들이 제목을 혼동한다. <나는 살인범이다>로 바꿔 말하는 경우가 종종 들린다. <나는 살인범이다>라고 하면 고백의 느낌이, <내가 살인범이다>라고 하면 과시의 느낌이 든다. 영화를 보면, <내가 살인범이다>가 얼마나 정직한 제목인지 알 수 있다.

 

※ 여러 영화들이 떠오르는 장면들이 많다. <살인의 추억>, <추격자>, <세븐> 등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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