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리즈를 끝까지 지켜본 나에게 박수를.. ★★
내가 이 망할 영화를 보게 된 건 오직 나의 호기심 때문이었다. 아니 그보다 나에게 이 망할 영화의 원작을 선물한 후배, 넌 대체 내가 얼마나 미웠기에 이 책을 선물했더란 말이냐. 소설부터가 완전 망이었다. 대체 이 따위 소설을 누가 읽는단 말인가 했더니 이게 미국에선 완전 초베스트셀러란다. 미국 애들도 참 이상한 거에 가끔 빠지는구나 싶기도 했고, 내가 이 트렌드를 못 따라가는 건가 싶기도 했다. 아무튼 약간의 호기심과 분노를 눌러가며 책을 읽었고, 결국 호기심으로 인해 영화도 보게 되었다.
2008년에 시작된 트와일라잇 시리즈가 <브레이킹 던 Part2>로 4년 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뱀파이어와의 혼혈 르네즈미를 출산한 희대의 어장관리녀 벨라는 죽음 직전에 뱀파이어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반인간-반뱀파이어인 르네즈미라는 존재는 뱀파이어들에게도 놀라움의 대상이 된다. 르네즈미를 불멸의 아이로 착각한 볼투리가가 아이를 처단하기 위해 찾아오고 벨라, 에드워드 등의 뱀파이어와 르네즈미에게 각인된 제이콥 등의 늑대인간은 아이를 지키기 위해 볼투리가와 맞설 준비를 한다.
소위 <트와일라잇 시리즈>는 뱀파이어와 늑대인간이 나옴에도 전통과는 별 관계가 없다. 사실 이 영화(소설)가 나에게 별다른 재미를 주지 못했던 건 여기에서 기인한다. 흡혈귀는 인간보다 육체적 능력이 대단히 뛰어난 것으로 묘사된다. 그럼에도 인간과의 대결이 가능했던 이유는 이들에게 치명적인 약점이 있기 때문이다. 마늘이나 십자가는 흘러간 과거가 되어 버렸지만, 최소한 어떤 뱀파이어든 활동 시간에 제약을 받는다는 조건이 있었고, 인간은 이를 이용해 뱀파이어를 제거하곤 했다. 초대하지 않으면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다는 조건도 매우 중요한 제약이다.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뱀파이어들은 모든 제약에서 해방된 존재들이다. 낮에도 활동 가능하고(심지어 보석처럼 빛이나 더욱 아름다워진 외모를 자랑한다) 집주인의 초대와 관계가 없으며, 엄청난 육체적 능력은 물론이거니와 심지어 특화된 초능력까지 보유하고 있다. 왜 이런 우월한 존재들이 숨어서 몰래 생활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볼투리가의 야망이라면 인간을 지배하기 위한 음모를 꾸밀 법도 한데, 이들은 그저 인간에게 들키지 않고 얼마 되지도 않는 뱀파이어 사회의 지배권 정도나 유지하고픈 소심한 욕심쟁이들이다. 거기에 가급적 많은 뱀파이어들을 만들지 않는 것도 참 묘하다.
아무튼, 미치도록 지겨웠던 <브레이킹 던 Part1>에 이어 시리즈의 피날레를 장식한 <브레이킹 던 Part2>는 대단한 액션장면이 들어있는 것처럼 생구라를 치며 관객들을 유혹했다. 물론 그런 건 없었다. 애당초 기대한 사람들이라면 이 시리즈가 어떻게 흘러왔는지 망각했거나 그래도 마지막이라는 데 뭔가 있겠지 하는 최소한의 믿음(!)을 가진 선한 사람들임에 분명하다. 자연스럽지 않고 어색하기 위해 노력한 듯한 저질 CG에, 허술한 드라마, 어색한 연기, 거기에 잔뜩 폼만 재면서 대단한 싸움을 벌일 것처럼 모여서는 입 싸움만 하다 끝내버려 구경꾼들을 허탈하게 만든 화려한(!) 피날레까지.
그래도 최소한 지루하지는 않다는 게 이 영화의 장점이라면 장점이다. 사실 은근 웃기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나에게 <브레이킹 던 Part2>의 장르를 정하라고 한다면 단연코 코미디 장르로 분류해 놓고 싶을 정도다. 그리고 아이를 출산하고 뱀파이어가 된 이후 어장 관리를 더 이상 하지 않으니 짜증날 일도 별로 나오지 않는다.
원작 소설을 읽은 주제에(?) 영화에 다른 기대를 했다고 한다면 그것도 너무 큰 착각이라는 생각이다. 사실 이 원작소설은 서스펜스니 스릴이니 액션, 이런 것들은 아무 관계없이, 말 그대로 사랑의 열병에 들뜬 초짜들을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종일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사랑에 빠진 눈으로 상대를 쳐다보면서 버터와 설탕을 버무린 것 같은 느끼한 사랑의 멘트를 쉴 새 없이 날리는 모습은 구경하는 사람들에게는 돌아버릴 장면이겠지만, 당사자에겐 얼마나 진지하고 환상적인 순간이겠는가. 이런 장면이 반복되는 원작을 읽으면서 짜증으로 화가 났고, 영화 역시 마찬가지였다. 결국 이 시리즈의 기대치는 정확히 소설에 조응하는 수준이었던 것이다.
※ 르네즈미로 나오는 매켄지 포이는 매우 인상적인 아역이다. 영화를 보면서 호러 영화에 나오면 섬뜩하겠다 싶었는데, 안 그래도 차기작이 호러영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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