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이 고운 순정만화... ★★★
현재 시점에서 할머니가 된 여자 주인공의 회상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배경은 47년 전인 1960년대. 폐병이 있는 순이(박보영)는 엄마(장영남), 여동생 순자(김향기)와 함께 요양차 외딴 시골집으로 이사를 가게 되고, 그곳 창고에서 야수 같은 소년(송중기)을 발견하게 된다. 처음 소녀는 짐승처럼 행동하는 소년을 맘에 들어 하지 않지만, 애견훈련책을 보며 하나씩 가르쳐가며 소년에게 정성을 기울인다. 소년 역시 자신을 보살펴주는 소녀를 향해 무한 신뢰를 보내기 시작하고, 이는 순이 가족에게 집을 얻어 준 지태(유연석)의 질투를 불러온다.
어릴 때부터 순정만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냥 내 취향이 그렇다. 그래서 다분히 순정만화 느낌일 것 같은 <늑대소년>을 볼 생각이 전혀 없었다. 보게 된 건, 의외의 흥행 성적에 놀랐을 즈음, 우연찮게 공짜로 볼 기회가 생겼기 때문이었다. 보고 난 다음 든 생각은 분명 <늑대소년>은 흥행을 올릴 요소가 다분하다는 것과 그럼에도 여전히 순정만화는 내 취향이 아니라는 결론이었다.
생각보다 심하게 오글거리지도 않았다. 다만, 영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과거 회상 장면의 뽀얗게 처리한 화면이 심히 부담되기는 했다. 이야기는 아주 단순하고, 어설프게 연결되어 있으며, 송중기와 박보영의 앙상블은 좋지만, 주변 인물들이 개입해 들어올 때마다 이야기가 깨져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이건 분명 주변 인물들의 캐릭터 설정의 문제와 각본의 문제에 있다고 할 수 있는데, 특히 악역인 유연석, 나로선 감당하기 힘든 인물이었다. 행동의 개연성도 없고, 그저 무지막지한 이런 악역은 참 오랜만에 보는 구식 인물형이었다. 어릴 때 개한테 물린 트라우마라도 있는 겐지.
어쨌거나 나로선 취향의 문제가 컸다. 객석에서 가끔 웃음이 빵빵 터졌는데 나로선 이해되지 않는 순간들이 많았다. 대체 저게 왜 웃기는가? 그럼에도 마지막 장면의 감정적 울림은 의외로 크게 다가왔다.
※ 여성 관객에겐 송중기가 남성 관객에겐 박보영 ^^
※ <늑대소년> 보러가서 깜짝 놀랐다. 동네 아줌마는 물론이거니와 동네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대거 관람. 이건 마치 예전 <왕의 남자>를 보러 갔을 때의 풍경과 비슷했다.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남녀노소가 한 영화를 보러 극장에 오다니. 분위기로만 보면 1000만 넘길 기세.
※ 소년의 소녀에 대한 감정은 사랑이기보다 맹목적인 충성과 헌신에 가까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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