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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담담한데, 보는 사람의 마음은 먹먹해진다... 범죄소년
ldk209 2012-11-26 오후 12:41:21 733   [0]

 

이야기는 담담한데, 보는 사람의 마음은 먹먹해진다... ★★★☆

 

혼자서는 몸도 가누지 못하는 외할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는 지구(서영주)는 나쁜 친구들과 어울려 빈집에 들어갔다가 절도죄로 체포되어 소년원에 들어가게 된다. 지구가 소년원에 들어간 지 11개월 후에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17살 미혼모로 지구를 낳은 후 가출해 생사를 모르던 엄마(이정현)가 지구를 찾아온다. 그러나 엄마는 거처도 제대로 없을 만큼 힘든 상황, 엄마와 같이 하는 삶도 여전히 팍팍하긴 마찬가지다. 한편, 지구는 여자친구 새롬(전예진)이 소년원에 들어가 있는 사이에 자신의 애를 출산한 후 집에서 가출해 쉼터에서 지내고 있다는 얘기를 듣게 된다. 지구는 자신 때문에 미혼모가 된 새롬을 찾아가지만, 새롬은 지구를 매몰차게 대한다.

 

영화를 보기 전에 <범죄소년>이란 제목이 상당히 그럴싸하고 멋있는 표현이라고 생각했는데, 영화 팜플렛을 보니 ‘범죄소년’은 14세 이상 19세 미만의 소년으로서 형벌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자를 말하는 법률 용어라고 한다. 아무튼 ‘범죄소년’이라는 뉘앙스 또는 그 소년들이 저지른 죄의 명칭(특수강도, 특수절도 등)이 주는 이미지와는 달리 소년원에 수감된 80% 이상의 청소년들이 대게는 사소한 폭행이나 가벼운 절도와 같은 잡범 수준에 불과하다고 한다. 영화는 지구를 표본으로 삼아 대체 이 소년들은 왜 소년원을 들락날락거리는 범죄를 저지르게 된 것인지 담담하게 보여주고 있다.

 

<범죄소년>은 영화 초반부 가정법원 판사처럼 담담히 지구가 처한 환경을 보여줄 뿐, 제발 이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호소하지 않으며, 불쌍하다고 연민을 보내지도 않는다. 감정에 호소하기 위해 비극을 과장하지 않으며, 그저 곤경에 처한 이들의 삶을 지켜보듯 끈질기게 따라 붙는다. 가끔 이런 식의 이야기와 핸드헬드 카메라의 리듬은 마치 다르덴 형제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런데 사회적인 악순환에 빠져있는 인물을 그린 영화가 대게 그러하듯 <범죄소년>의 이야기 역시 어느 정도는 도식적인 측면이 있기는 하다. 이런 도식은 엄마의 캐릭터가 드러나면서 산산이 깨져 나간다. 17살 미혼모로 아들을 낳고는 무책임하게 가출해 버린 엄마는 15년이 흐른 현재에 와서도 성장하지 못한 채 여전히 무책임하고 충동적인 생활 태도를 유지하고 있으며, 지구 역시 그 아들답게(!) 마찬가지다.

 

영화 속 아이들은 자주 관심을 이야기한다. 지구, 새롬, 그리고 지구의 친구들. 영화는 아마도 아이들에게 자그마한 관심(어른들의, 사회의, 그리고 참견과 지적이 아닌)이라도 있다면, 이런 식의 악순환은 피할 수 있을 거라고 얘기하는 것 같기는 하다. 그런데 이 영화는 다양하게 해석이 가능한 지점이 있으며, 그게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건 그만큼 영화가 주제의식에 눌려 과잉된 이야기들을 늘어놓지 않기 때문이며, 과잉하지 않기 때문에 보는 사람의 마음은 오히려 더 먹먹해진다.

 

※ 이정현과 서영주의 모자 관계 연기 앙상블은 정말 최고다. 특히 이정현은 앞으로 배우로 활동하는 모습을 더 자주 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 왜 지구는 판사에게 자신이 없으면 할아버지가 혼자 생활할 수 없음을 좀 더 강하게 어필하지 않았을까. 아니 그보다 판사의 자료를 보면 나름 아이들의 환경이 상세하게 조사된 거 같은데, 지구 할아버지의 상태에 대해서 충분히 알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이런 경우에 충분히 보완적인 복지 제도가 운영되고 있는 것일까?

 

※ 지구와 할아버지가 같이 살던 아파트는 어떻게 된 것일까?

 

※ 국가인권위원회는 현 정부 들어와 가장 해야 할 일이 많은 기관인데도 가장 일을 안 하고 있는 대표적 기관이다. 한 때는 세계적으로 자랑할 만한 기관이었는데 말이다. 뭘 하고 있나 했더니 그래도 영화는 꾸준히 만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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