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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끔찍해도 두 눈 부릅뜨고 지켜봐야 한다.... 남영동1985
ldk209 2012-11-28 오전 11:38:42 627   [0]

 

아무리 끔찍해도 두 눈 부릅뜨고 지켜봐야 한다.... ★★★★

 

영화 <남영동1985>는 1980년대에 출간된 몇 권의 고문보고서와 여러 인권상 수상, 그리고 고 김근태님의 자서전으로 인해 이제는 너무 유명(?)해진 1985년 남영동 대공분실에서의 22일간에 걸친 참혹한 고문을 다루고 있다. 등장인물의 이름은 김종태(박원상), 이두한(이경영)이지만, 그 이름이 곧 김근태, 이근안임은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다. 그럼에도 굳이 이름을 바꾼 이유에 대해 정지영 감독은 영화 속 인물들이 현실의 특정 인물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그 시대의 고문 피해자, 가해자의 대표적 인격체로 보이길 원했다고 한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대부분을 남영동 대공분실 내 고문실에서의 고문 장면을 다루고 있다. 가족과 함께 목욕탕에서 나오던 김종태는 이유도 모른 채 이곳에 끌려와 그저 머릿속에 들어 있는 생각을 말하라며 온갖 구타, 물고문, 전기고문을 당한다. 영화는 고문하는 자와 고문당하는 자의 표정, 몸짓을 천천히 복기하듯 보여주며, 어떻게 야만적인 고문이 행해졌으며, 그 속에서 고문당하는 자는 어떻게 무너졌는지, 고문하는 자들은 과연 어떤 이들이었는지를 세밀하게 담고 있다.

 

가끔, 이 영화를 무슨 공포영화를 기대 또는 예상하며 보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그런 사람들에게 어쩌면 김종태, 아니 김근태가 당하는 고문은 심심해 보일 지도 모르겠다. 왜냐면 그런 사람들이 기대하고(!) 있는 고문은 공포영화 하위 장르인 고문 장르의 한 장면일 것이며, 게다가 어쨌거나 남영동에서 무지막지하게 고문을 자행하는 자들조차도 최소한 외상을 남기는 등 신체 훼손은 피해야 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스펙터클한 고문장면을 기대하는 사람들이라면 괜히 돈 들여 시간 들여 <남영동1985>를 보지 말고, <쏘우> 같은 영화를 보길 권한다.

 

그러나 1980년대의 참혹한 역사를 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그리고 그런 역사를 바탕으로 미래를 바꾸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남영동1985>는 너무나도 끔찍한 영화가 될 것이다. 이 영화의 끔찍한 장면들은 사실 고문 장면이 아니다. 아무리 철전지 원수지간이라도 22일 동안 같은 공간 안에 있으면 어쩔 수 없이 인간적 유대관계가 생겨날 수밖에 없다. 김종태를 고문하는 대공분실 요원들의 면면은 서로 농담을 주고받으며, 아이들의 성적을 걱정하고, 여자친구와의 연애를 고민하는 그런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이다. 김종태와 사적인 농담을 주고받던 이들이 곧바로 돌아서서 마치 고문하는 기계처럼 구타를 하고 고문을 할 때, 과연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 물음과 함께, 결코 조금도 안심할 수 없는 공간과 관계에 대한 공포가 스며듦을 느낄 수 있다.

 

도저히 편히 앉아 볼 수 없는 그런 영화가 있다. 그러나 아무리 불편하고 끔찍해도 두 눈 부릅뜨고 지켜봐야 할 영화가 있으며, 그런 현실이 있다. 그래야만 이런 과거를 되풀이 하지 않을 수 있다. 김종태는 고문에 굴복해 신망 있는 재야인사 두 명의 이름을 배후인물로 불고야 만다. 괴로워하는 김종태에게 부인은 속삭인다. “그냥 당신 차례가 되었을 뿐이예요”

 

‘나치가 공산주의자를 잡아갔을 때 나는 침묵했다. 어쨌거나 나는 공산주의자는 아니었으니까. 나치가 사회민주주의자들을 가두었을 때 나는 침묵했다. 어쨌거나 나는 사회민주주의자는 아니었으니까. 그들이 노동조합원들을 잡아갔을 때 나는 침묵했다. 어쨌거나 나는 노동조합원은 아니었으니까. 그들이 나를 잡아갔을 때, 저항해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 이경영의 연기는 정말 소름이 끼칠 정도로 선연했다. 그가 고문을 하는 장면도 무시무시했지만, 오히려 마지막 장관이 된 김종태의 눈을 피하며 비굴하게 용서를 빌 때, 더욱 끔찍했다. 실제로 어느 정도의 고문을 감내해야 했던 박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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