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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에 딱맞는 사랑이야기 <피아니스트> 피아니스트
MiTRa 2002-11-02 오후 2:23:48 2070   [10]

겨울로 가는 길목에 들어선 요즘, 작년 이맘때 열린 부산영화제가 생각난다. 그때 봤던 많은 영화들 가운데서 유독 이 11월처럼 차갑고도 아플 만큼 깊은 인상을 남긴 영화가 있다. 바로 작년 깐느 영화제를 휩쓸었다는 프랑스 영화 <피아니스트>가 그것이다.
사실 난 난해하기로 이름난 프랑스영화에 별 취미가 없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본 후, 나는 그 선입관이 조금 변한 것을 느꼈다. 이 영화가 선입관을 뒤엎을 만큼 가볍고 발랄해서가 아니다. 이전엔 외계인의 기호처럼 난감하기만 했던 영화의 메시지가, 그 무엇보다 충격적이고 명확하게 각인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사랑이란 대체 뭔가], 하는 문제에 대해 이 영화처럼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영화는 근래 들어 없는 것 같다.

오직 피아노에만 온 청춘을 바쳐온 40대 독신녀가 있다. 피아니스트이자 교수로서 자신에게도 제자들에게도 엄격한 생활방식을 고수해오던 그녀는 언제부터인가 우아한 생활에 염증을 느끼며 억눌린 본능을 자각하기 시작한다. 그러다 만난 20살 연하의 잘생긴 청년. 눈부신 금발에 빛나는 미소를 지닌 청년의 적극적인 구애에, 그녀는 자기억제와 욕망 사이에서 극심한 혼란을 느낀다.
아마도 마흔 인생에 처음 온 사랑. 하지만 그녀는 피아노에 대해선 남을 가르치는 교수였지만, 사랑에 대해선 어린 제자보다도 서툴기 짝이 없는 아이였다. 오랜 고독 끝에 겨우 사랑을 만났지만 그녀는 사랑하는 법 따위, 보통의 평범한 사람들이 아는 것의 절반만큼도 몰랐다. 오랫동안 억눌러왔던 관능과 본능은 삐뚤어진 형태로 나타나기 시작하고 그것은 두 사람의 관계에도 돌이킬 수 없는 파장을 몰고 온다.

얼핏 에로영화 같은 설정이지만, 이 영화는 전혀 새로운 인물형에 색다른 전개로 일관하여 관객으로 하여금 보는 내내 긴장을 늦출 수 없게 한다. 그들의 사랑이야기는 정말 충격적이리만큼 아름답고 또 잔혹했다. 영화 곳곳에서 흘러나오는 슈베르트의 선율은 그녀의 감정선에 휘둘리듯 때론 달콤하게 때론 격정적으로 몰아친다. 사랑을 모르던 여자가 사랑을 얻기 위해 몸부림치는 그 충격적인 과정을, 이 영화는 신랄하리만큼 깔끔하고 매혹적으로 그려나간다. 그리고 그 결말은....

영화가 끝난 후에도 한동안 일어서지 못한 채 화면만 노려봤던 작년의 기억이 새삼 떠오른다. 그때 느꼈던 충격과 혼란, 전율은 일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생생하다. 대체 그 여자를 누가 쉽게 비웃을 수 있을까. 그 비정상적인 사랑을 비웃을지언정, 사랑을 꿈꾸고 그것이 깨지는 아픈 경험 앞에 그 누가 그녀처럼 가슴에 피멍이 들지 않으랴.
나는 맨 마지막 장면에 그녀 가슴에 피어나던 붉은 장미를 잊을 수가 없다. 새하얀 블라우스 위로 심장을 뚫고 피어나던 그 핏빛 꽃잎. 처절하리만큼 아름다운 그 꽃과 꽃대를 따라 군데군데 박혀있을 가시까지, 그녀의 아픔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마지막 장면이 그저 절망이라고 나는 믿고싶지 않다. 부디 성장이 있기를. 아픈만큼 성숙해져 다음번엔 진정한 사랑을 이루기를 바랄 뿐이다.

이 가을에 사랑이란 뭘까를 진지하게 생각해보고픈 분들께 강력추천하고픈 영화이다. 하지만 예쁘고 새콤달콤한 멜로드라마를 기대하는 분들껜 유감이지만 비추이다. 아름답고도 추한, 매력적이고도 혐오스러운 사랑의 이중적 모습을 모두 감내하고 지켜볼 수 있는 이들에게, 이 영화는 무엇보다 진한 감동과 긴 여운을 안겨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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