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쉽더라도...난 그대가 봐주었으면 좋겠다..
2008년을 시작으로 영화제작이 진행과 연기를 수차례 반복. [26년]이란 제목도 [29년]으로 변경됐다 돌아왔으니 영화제작 과정이 여간 순탄치 않았다는 점을 십분 이해하게 된다. [26년]은 제작이 잠정 연기되고, 투자를 받지 못해 자금줄이 끊기고, 현재에 실존하는 인물을 다루어서 여러모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영화는 다행히 고초의 시간을 묵묵히 견뎌냈다. 시간의 고통을 견디는 힘은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확고한 메시지, 그리고 이 영화가 제작되기를 희망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자발적 지원이었다. 크라우드 펀딩 방식을 통해 소규모 개인 투자자를 모으고, 여타 배우들이 꺼렸을 법한 역할을 당당히 맡아 분해준 용감한 배우들이 [26년]에 가진 마음. 그 소중한 마음들이 모여 [26년]을 스크린으로 불러냈다. 기대를 한 몸에 받아 지나친 관심과 편애를 받으며 개봉한 [26년]. 우리는 이 문제작을 어떻게 봐야할까?
1980년 5월 18일, 광주 민주화운동....그리고 26년 후. 광주 수호파 중간보스 곽진배(진구), 국가대표 사격선수 심미진(한혜진), 서대문소속 경찰 권정혁(임슬옹)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모두 5․ 18 민주화운동의 유가족이다. 이들을 수소문 끝에 모은 사람은 당시 계엄군이었던 김갑세 회장 (이경영) 그리고 그의 비서실장 김주안(배수빈)이다. 그들은 2006년 5월 18일, 광주 민주화운동으로부터 정확히 26년후 ‘그 사람’을 단죄할 계획을 세운다. 무엇보다 중요한 그들의 첫 번째 목적은 그의 입으로부터 당시 벌어진 일에 대한 사죄를 듣는 것. 삼엄한 경비부터 난항이 예상되지만, 두렵지는 않다. 26년을 안고 살았던 마음의 짐을 ‘그 사람’에게 모두 지어주고 떠날 각오가 되어있기에...‘제발...한 번만이라도 사죄하라....제발...’
영화 [26년]은 강풀의 동명웹툰 [26년]을 가져오면서, 몇 가지 작은 변화를 시도했다. 웹툰에 등장하는 일부 인물(조각가와 그의 부인)은 제하고, 주요인물의 역사와 서로간의 관계도 재정립했다. 강풀 원작을 영화화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과제가 방대한 이야기의 효과적 축약이란 점을 보면 이야기는 간소화하되 핵심만 전한다는 의도가 잘 드러나 보인다. 다행히 각색한 이야기는 모나지 않는 수준에서, 그 흐름은 자연스럽다.
그런데, 잘 각색한 이야기를 표현하는 방식의 결함이 두드러진다. 이러한 부분이 매우 아쉽게 다가온다. 이에 대한 원인은 두 가지 중에 하나. 촬영소스가 턱없이 부족했거나, 편집력이 부족했거나. 어쨌거나, 둘 다 모두 시간의 부재에서 비롯되는 문제이다. 개봉시기를 기어코 대선 전으로 정한 탓에 만듦새에 온갖 정성을 쏟을 여력이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아니라면 연출가의 기본적인 자질과 능력의 문제다.
씬은 굉장히 많은 데 비해 이를 나눠 찍은 컷은 상당히 부족하고, 각 컷은 콘티뉴이티(연속성)를 잃어 ‘옥의 티’를 유발하기 일쑤다. 따라서 한 씬이 유지되는 시간도 상당히 짧게 느껴진다. 그 씬이 담당한 이야기만 빠르게 전달하고 다음 씬 다음 컷으로 바삐 달려가기에 건강한 배우들의 연기력은 이런 부분에 가려진다.
배우들의 연기는 허겁지겁한 연출에 의해 손해를 본 것이 확실하다. 이들은 각 씬마다 최선을 다했던 것으로 보임에도 항상 감정이 과잉된 상태이다. 주요인물 중 진배가 그나마 영화에 일관되게 흐르는 긴장을 완화시키려 노력하지만 리액션 없는 예능 프로그램을 보는 듯 분위기가 부자연스럽다. 진배, 미진은 물론 권정혁 역을 맡은 임슬옹 군까지 원작 캐릭터에 최대한 충실하려는 노력이 보이지만 이들의 노력이 지속적으로 빛을 발하는 데는 실패한다.
이런 연출력의 부재가 무엇보다 영화 [26년]에 오롯이 집중할 수 없게 하는 원인이 된다. 상황과 인물의 감정에 몰입하려는 찰나, 점프 컷으로 급하게 넘어가는 다음 장면이 등장하면 모든 집중은 단숨에 흐트러진다.
기획의도와 메시지만으로 [26년]은 충분히 제작되어야 할 당위성을 갖고 있지만, 이런 빈틈이 많은 만듦새로 인해 영화가 당초 피력하려던 순수한 메시지와 의도가 관객에게 덜 전달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초반 애니메이션의 임팩트와 후반 결말의 뜨거움은 [26년]이 담고자하는 메시지의 울림을 충분히 전달해주는 좋은 부분으로 꼽힌다. 특히 결말에서 ‘그 사람’을 향해 터져 나오는 각 인물들의 분노어린 감정은 매우 절절하다. 계엄군으로서 26년간 죄의식을 지녀야 했던 김갑세, 자신의 잘못을 정당한 일이라고 위로 받기 위해 ‘그 사람’을 지켜온 마실장, 그리고 당시의 사건을 통해 소중한 가족을 잃은 유가족 진배, 미진, 정혁까지. 이 모두는 ‘그 사람’의 피해자이며, 부끄러운 역사의 피해자였다.
영화가 관객에게 사랑받는 이유야 제각기 다양하겠지만 보통 대부분의 관객은 영화의 기획의도와 그에 걸맞은 표현이 잘 이루어져야 그 영화를 재미있고 감동적으로 본다. [26년]은 단호히 이야기하자면 표현의 완성도 측면에서 좋은 점수를 줄 수 없다. 혹자는 이 영화의 기획의도, 메시지의 진정성을 보라고 이야기하는데, 이런 지적, 충분히 공감한다. 하지만 어떤 영화가 그 기획의도와 메시지가 순수하지 않고 진정성이 없을까? 모든 영화의 시작은 순수하다.
[26년]을 향한 무작정 찬양과 비판은 모두 독이 될 수 있다. 내게 누군가 ‘이 영화가 어떠한가?’라고 물으면 ‘봐주었으면 좋겠다’라고만 대답할 것이다. ‘더 잘 만들어졌다면..’ 하는 아쉬움이 크게 남지만 완성도를 떠나 그 시대를 겪은 이에게는 위로를, 그 시대를 겪지 않은 이에게는 역사의 진실을 선물한다는 것만으로 영화 [26년]이 지닌 충분한 존재 가치가 있기 때문에.
[26년],
지금 우리가 이 영화를 보지 않는다면... 앞으로 뭘 할 수 있겄냐!!!
P.S
별점은 다른 영화들과 똑같은 기준을 적용해서 매겼습니다!~
JK Soul's FILM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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