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와 증오에서 용서와 자비의 장발장으로,
기적같은 감동의 라이브 뮤지컬.
<레미제라블>
Les misérables [레미제라블] : '가난한 사람들', '비참한 사람들'
세계 4대 뮤지컬에 <캣츠>, <오페라의 유령>, <미스사이공>에 이어 <레미제라블>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은 몰라도,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장발장이라는 이름과 빵 한 조각 훔쳤다가 감옥에서 오랫동안 고생하고 그 후 남을 위해 헌신하는 착한 새로운 인생을 살아간 비운의 캐릭터 ‘장발장’ 의 이야기를 한 번씩은 들어 보았거나, 어떤 경로를 통해서라든지 대체적으로 알고들 있을 것이다. 그 만큼 ‘장발장’ 이라는 캐릭터와 이야기는 한국인인 우리에게도 익숙한 소재이고 매우 흥미롭고 감동적인 이야기였다.
나는 빅토르 위고의 이 <레미제라블> 원작 소설 번역본을 읽어 본건 아니고 어린이를 위한 소설로 초등학교 1~2학년 정도에 읽었었는데 어린 나이였지만 정말 재밌게 읽었던 책 중 하나로 기억한다. 책을 읽으면서 정말 어쩔 수 없는 아주 사소한 빵 훔침으로 19년이란 시간 동안 감옥살이를 하고 석방이 되어도 세상으로 부터 천대받고 항상 외로웠고 처연했던 그를 무척 안타까워했었다. 그러나 갖은 풍파와 모질고 힘든 인생 속에서 자신을 보살펴 주고 자신의 죄까지 너무나도 너그러이 용서해주며 장발장에게 진정한 영혼의 치유와 구원의 손길을 건 낸 신부님과의 만남으로 뒤바뀐 인생역전의 장발장의 모습을 보고 대단한 카타르시스와 희열을 느끼기도 했었다. 그 후 평생 자신을 쫓았던 경감 자베르와의 질긴 갈등과 거리의 여인 판틴과의 만남, 마치 친자식보다 더욱 더 애지중지 아끼고 사랑했던 코제트와의 인연까지 정말 다양하게 흘러가는 이야기가 너무나 흥미로웠고, 항상 조용하고 착하게만 살고 싶었지만 하는 일 족족 자신의 발목이 잡혔고, 도무지 앞을 알 수 없는 인생의 전개 속에서 꿋꿋하게 신념을 지키며 살아갔던 장발장의 감동적인 모습들도 매우 감명 깊게 느꼈었고 말이다.
바로 그런... 지금 보아도 정말 재밌고 흥미롭고 감동적인 장발장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다니 기대를 안 하려야 안할 수가 없었다. 거기에 할리우드의 내로라하는 연기와 높은 인기를 모두 갖춘 초특급 캐스팅까지. 감독은 또 누구인가. <킹스 스피치>의 톰 후퍼 감독의 차기작이 아니던가. 거기다 세계 4대 뮤지컬 총제작의 프로듀서 카메론 매킨토시까지. 정말 세기의 캐스팅과 세기의 제작진이 아닐까 생각된다.
줄거리는 대략들 다들 아실 테고... 이 영화에서는 정말 배우들의 면면의 힘과 새로운 뮤지컬 영화 시스템을 적용하여 거의 모든 노래와 대사를 현장 라이브로 동시 녹음한 음향의 감동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 할 수 있을 것 같다.
일단, 영화를 본 느낌적인 느낌.
정말 재밌었다. 역시 안타깝고 슬프지만 흥미롭고 재미있는 장발장의 이야기답다. 어릴 적 소설로 읽었으나 점차 기억에서 잊혀졌던 장발장의 그 위대한 스토리가 한구절 한구절 영상으로 되살아나는 그 순간순간이 마치 저 기억 저편에 있었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것만 같아 무척이나 반갑고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마치 추억의 앨범을 한 장 한 장 들춰내어 보는 듯한 느낌도 들었고. 책을 읽으면서 상상으로만 그려보았던 장발장 , 판틴, 코제트, 자베르 경감 등의 캐릭터가 눈앞에서 살아 숨쉬며 위대한 감동과 슬픔을 노래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노래를 하는 형식으로 스토리텔링을 구사하며 극을 이끌어 나가는 것이 굉장히 신선하고 놀라운 경험이었던 것 같다. 처음에는 다소 생소한 느낌이기도 했는데 계속하여 노래를 부르며 스토리가 전개되는 것이 마치 우리는 객석에 앉아 있고 공연장 무대 바로 위에서 펼쳐지는 뮤지컬을 보는듯한 생생한 라이브의 느낌을 경험할 수 있는 것 같기도 하여 굉장한 시도의 연출이었다고 본다.
빼 놓을 수 없는 배우들의 매력과 능력!!!
휴 잭맨 _ 장발장
대표작이자 대표 캐릭터인 <울버린>을 비롯하여 굉장히 남성적이고 터프하고 강인한 캐릭터로 익숙했던 ‘장발장’ 역의 휴 잭맨의 180도 변신된 모습이 너무나 신선하고 좋았다. 정말 꾀죄죄하고 피폐한 전과범 부랑자의 모습부터 인자하고 너그럽고 부드러운 마들렌 시장역까지. 또한 수양딸 코제트에게는 그 어디에도 없을 헌신적인 사랑과 희생을 마다하지 않는 인자한 아버지의 모습까지... 어울리는 듯 안 어울리는 듯했지만 성공적으로 캐릭터를 묘사한 휴 잭맨에게 박수를 보낸다. 또한 그동안 알지 못했던 수준급의 노래실력을 멋진 중저음의 목소리로 뽐내어 주는데 정말 좋았다. 이번 영화로 배우 휴 잭맨을 정말 다시 보게 된듯하다. 장발장의 그 험난하고도 감동적인 인생 여정을 너무나 열심히 제대로 잘 연기하고 표현해 준 것 같다. 대단했다!!
앤 해서웨이 _ 판틴
그리고 이번 <레미제라블>에서 가장 짧지만 가장 인상적이고 파격적인 연기를 보여준 거리의 여인이자 코제트의 어머니인 ‘판틴’ 역의 앤 해서웨이의 활약 역시 대단했다. 요즘 해외 유수 비평가 시상식에서 좋은 수상 결과를 낳고 있는 것이 괜한 일이 아니었다. 예고편에서부터 애잔하고 구슬프게 들려준 ‘I Dreamed A Dream’ 을 비롯하여, 여러 곡들을 앤 해서웨이의 가녀리고 눈물나는 목소리로 표현한 점... 잊을 수 없다. 또한 아름다운 미모를 포기하고 금발의 긴 생머리카락을 싹둑 잘라내어(물론 머리카락을 자른다한들 그 아름다움이 어디 가겠냐만,) 정말 애처롭고 비참한 ‘매춘부’, 나락으로 추락한 처연한 ‘거리의 여인’ 을 묘사한 그녀. 안 그래도 크디큰 눈망울에서 눈물을 뚝뚝 흘리며 슬픔을 노래한 그녀의 모습은 정말 짠했다. <다크나이트 라이즈>에서 섹시한 카리스마 ‘캣우먼’ 역에서 누구보다 처연하고 애달픈 가엾은 인생을 산 비참한 여인 <레미제라블>의 ‘판틴’ 까지 완벽히 소화한 앤 해서웨이, 그녀의 매력은 어디까지인지 두고 볼만할 것이다. 처음 앤 해서웨이를 본 건 2001년 <프린세스 다이어리>의 명랑쾌활 소녀일 때 였는데, 지금은 어느새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여 배우로 성장한 점이 정말 대단한 것 같고 감회가 새롭다. 앞으로 너무 기대되는 배우이다.
아만다 사이프리드 _ 코제트
‘장발장’ 의 소중 한 보물, 비운의 여인 ‘판틴’ 의 딸, ‘코제트’ 역의 아만다 사이프리드 역시 빼놓면 섭섭하다. ‘판틴’ 과의 약속을 꼭 지키고 ‘코제트’를 친자식, 그 어느 누구보다 소중하게 지켜주고 싶었던 ‘장발장’ 의 하나밖에 없는 진정한 보물의 역할로 아만다 사이프리드는 정말 최고의 캐스팅이었던 것 같다. 너무나도 가녀리고 소중히 지켜주고 싶은 그녀. 그런 마음이 들 수밖에 없는 정말로 사랑스러운 이미지와 느낌을 담아낸 배우임에 틀림없었던 것 같다. 역시 <맘마미아>의 히로인으로 활약했던 실력을 여실히 뽐내어주었고 아름다운 목소리와 노래가 정말 사랑스러웠다는 점. 정말 예뻤다 ^^
러셀 크로우 _ 자베르 경감
흠... 그런데 고백하자면 개인적으로 이번 영화에서 ‘장발장’ 보다 더욱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았던 배우는 무자비한 정의의 수호자, 가혹인 법의 수호자 ‘자베르’ 경감역의 러셀 크로우였다. 러셀 크로우가 등장하는 장면마다 왠지 모를 무언의 위압감과 대단한 카리스마가 압도적으로 뿜어져 나왔고 자연스레 그의 연기와 노래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러셀 크로우의 노래라니 쉽게 상상되지 않았는데, 그 상상이 현실에서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게 너무나 신기했던. 의외로 정말 노래실력도 출중하고 안정된 노래실력과 탄탄한 연기가 혼합되니 그 시너지는 폭발적이었던. 허스키한 보이스가 너무나도 멋있었다. 비록 악역이라할지라도.
누구에겐 무자비하고 가혹할지 몰라도, 바로 그런 가혹한 법, 정의의 수호를 인생의 신념으로 삼고, ‘자베르’ 자신의 입장에서 보면 누구보다 투철한 직업 정신(?)으로 인생을 살아가던 그런 캐릭터의 참으로 아이러니하고 모순된 느낌을 제대로 표현해 준 것 같다. 그 어떤 풍파에도 굴하지 않을 꼿꼿한 모습과 신념으로 장발장을 끝까지 추격하는 부분들은 극에 엄청난 긴장감을 불어 넣어주었고, 역시나 대단했다. <글래디에이터>의 히어로 ‘막시무스’ 가 아이러니한 무자비한 정의의 수호자로 되살아 나온듯한.. 그 엄청난 내공의 연기가 눈앞에서 펼쳐졌기에 정말 그 카리스마에 압도 될 수밖에 없었고, 그런 자신의 직업 정신과 갈등의 기로에 선 ‘자베르’ 경감의 심리를 너무나 진중하게 잘 담아내어 준 것 같아 가장 인상적이고 흥미로웠던 캐릭터였다. 역시 악역이 갑인 것인가!
용서와 자비의 아이콘.. 장발장.
<레미제라블>... 분노와 증오의 인생에서 감동적이고 기적적인 용서와 자비, 희생의 인생을 살아간 위대한 ‘장발장’ 의 그 험난했던 인생 여정을 사실, 158분이라는 시간에 모두 다 담기에는 너무나 아쉬울 정도로 짧았던 듯하다. 그만큼 길다면 긴 시간이 내겐 너무나 순식간에 지나간듯, 짧게 느껴졌고 집중해서 볼 수 있었던 듯하다. 한 장면 한 장면이 슬픔과 감동이다. 한 편의 뮤지컬 공연 무대를 실제로 보는듯한 느낌이 너무나 좋았던, 너무나 감동적이었던 영화였다. 영화로 이렇게 생생한 뮤지컬을 한 편 본 기분은 처음이다. 라이브 현장에서 직접 듣고 보는 듯한 이 기분, <레미제라블> 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동일 것이다. 초특급 캐스팅과 제작진의 환상적인 연출로 만들어진 친숙한 이야기 장발장의 인생을 극장에서 꼭 한 번 체험해 보시길 ^^
+ 휴 잭맨, 앤 해서웨이, 아만다 사이프리드, 러셀 크로우... 더 이상 말이 필요한가?
+ 스토리 텔링의 90% 이상이 멜로디가 있는 노랫말로 전개 된다는 것에 대한 생소함과 신선함의 공존. (노래로 된 멜로디의 대사를 계속 듣다 보면 누군가에겐... 어느 순간 질리거나, 노래의 감흥이 무뎌져 약해질 수도 있는 단점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필자는 한 순간도 지루하지 않았다.)
+ 핸드헬드의 카메라 워킹은 더욱 더 생생한 라이브 현장의 느낌을 극대화. 공연 무대를 보는 듯 했다.
+ 현장에서의 음악 연주와 배우의 연기, 노래 동시 녹음은 섬세한 감정 표현에는 최고의 시스템!
+ 기존 뮤지컬들과는 영상과 음향, 스토리텔링에 있어 확실히 차별화되었다. <레미제라블>만의 독창성.
+ 한 번 더 볼꺼다. 감동의 사운드를.. 다시 한 번 더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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