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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작의 도입부로는 무난... 호빗: 뜻밖의 여정
ldk209 2012-12-20 오후 3:13:46 755   [2]

 

3부작의 도입부로는 무난... ★★★

 

2001년부터 매년 한 편씩 개봉했던 <반지의 제왕 시리즈>가 ‘최고의 블록버스터 판타지’ 영화임은 누구라도 쉽게 부정하기 힘들 것이다. 영화화하기 불가능하다던 (심지어 읽기조차 녹록치 않은) J.R.R.톨킨의 원작을 최고의 상상력으로 스크린에 재연한 <반지의 제왕>은 아마 앞으로도 한 동안 블록버스터 판타지 최고봉의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을 것이다. 판타지 영화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그만큼 대단한 영화인 건 분명하다.

 

<반지의 제왕>은 샤이어에 사는 빌보 배긴스의 생일을 맞아 마법사 간달프가 찾아오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호빗 : 뜻밖의 여정>(이하 <호빗>) 역시 마찬가지다. 빌보 배긴스는 자신의 모험담을 정리 중이다. 60년 전 빌보는 용 ‘스마우그’에게 빼앗긴 에레보르 왕국을 되찾기 위한 여정에 ‘소린’이 이끄는 13명의 드워프족, 간달프와 함께 동행하게 된다. 바로 이 여행에서 빌보 배긴스는 우연히 동굴에 들어갔다가 골룸으로부터 절대반지를 얻게 된다.

 

<호빗>은 거의 정확하게 <반지의 제왕 : 반지원정대>와 조응한다. 특정한 목적을 위해 원정대가 만들어지고, 원정대에서 호빗은 특수한 위치를 부여받는다. 이들 원정대는 리븐델을 방문해 엘론드와 로리엔의 갈라드리엘로부터 원정에 필요한 지혜를 구하고, 고블린, 오크 등의 괴물들과 맞서 싸우며 험난한 원정길을 헤쳐 나간다. 내용과 구성만 조응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를 보다보면, <반지원정대>의 장면들이 겹쳐서 떠오를 정도로 비슷한 장면들도 자주 등장한다.

 

실제 <호빗>의 원작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소품에 가깝다. 처음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호빗>의 연출을 맡는다고 할 때만 해도 <반지의 제왕>과는 전혀 다른 느낌의 영화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피터 잭슨으로 감독이 교체된 후 공개된 1편 <호빗>은 영락없이 <반지의 제왕>을 리메이크한 것 같은 영화로 등장했다. 피터 잭슨 감독에게 무슨 ‘대작 영화 제작 증후군’ 같은 게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동용 소품을 가져다가 <반지의 제왕>과 동일한 3부작에 한 편의 상영시간만 무려 169분에 이르는 영화를 만드는 건 아무리 피터 잭슨이라고 해도 좀 무리가 아니었나 싶다.

 

기본적으로 재미가 있는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영화 초반부 드워프 족이 찾아와 식사를 하는 장면은 서사에 별 관계도 없는 대화가 길게 이어지며 지루함을 증폭시키는 등 사실 <호빗>엔 과감히 쳐내도 좋을 장면들이 많으며, 전반적으로 늘어지는 편이다. 아동용 소품을 가져다 거대한 3부작으로 만들면서 원작엔 없던 이야기들을 추가시킨 당연한 결과물일 수 있다. 거기에 드워프 족(특히 소린)과 빌보의 관계가 성장하는 과정도 매끄럽게 상승하지 못하고 인위적이고 어설프다는 느낌을 준다.

 

<반지의 제왕>과 비슷하면서도 늘어지는 이야기가 단점이라면, 피터 잭슨이 승부처로 삼은 건 기술적 성취에 의한 이미지라고 할 수 있다. <호빗>은 기존 24프레임의 두 배인 48프레임이라는 HFR(High Frame Rate)은 실로 놀라운 시각적 경험을 안겨주기는 한다. 그런데 분명 HFR에도 장단점이 뚜렷해 보였다. 장점으로는 CG 캐릭터의 움직임이 매우 자연스러워 졌으며, 특히 액션 장면에서 동작 하나하나가 눈에 쏙쏙 들어오는 등 대단한 볼거리를 선사한다는 점이다. 여기에 액션 장면에서의 카메라 움직임은 정신을 혼미하게 할만큼 장대하며 리듬감이 살아 있다. 반면 너무 선명해 실사 영화가 아닌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건 단점이라고 꼽을만하다. 최소한 나에겐. 내가 경험한(!) 48프레임의 HFR의 느낌은 인형극 내지는 로버트 저메키스의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 같았다. 한마디로 언캐니 밸리. 아마 2D로 봤다면 전혀 다른 느낌의 영화가 됐을 것이다.

 

※ 난장이, 요정으로 번역하기보다 드워프, 엘프로 자막을 표기하는 게 영화의 느낌을 더 풍성하게 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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